MB 구속되는 날, 시민들이 던진 보랏빛 장미꽃의 의미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서울동부구치소에 구속 수감됐다. 시민들은 서울동부구치소로 향하는 그를 향해 보랏빛 장미꽃을 던졌다. 이날 시민들이 준비한 보랏빛 장미꽃의 꽃말은 ‘고난’, 지난해부터 이 전 대통령의 자택 인근에서 “MB구속”을 외치며 농성을 이어온 쥐를잡자특공대 심주완 대표는 “MB가 고난의 꽃길을 걸었으면 좋겠다는 의미로 장미꽃을 던졌다”고 밝혔다.

실제로 22일 오전부터 자발적으로 모인 수십 명의 시민들은 이 전 대통령이 논현동 자택을 떠나는 순간까지 1인 시위와 기자회견을 이어가며 “이명박 구속은 당연한 일”이라고 소리쳤다. 이 전 대통령을 태우고 구치소로 가는 차량이 지나가자 몇몇은 아프리카 악기인 부부젤라를 더 크게 부르며 얼싸안고 만세를 외치기도 했다.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환호한 것은 아니었다. 이 전 대통령의 측근들과 가족들은 비통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장제원·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과 조해진 전 의원, 이동관 전 청와대 수석,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측근들은 이 전 대통령이 자택을 출발하기 직전 대문 밖으로 나와 도열한 뒤, 구치소로 향하는 MB를 위로했다. 이중에서도 장제원 의원은 이 전 대통령이 인사를 건네자 MB를 향해 90도로 인사한 뒤 눈물을 훔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측근들과 인사를 나눈 이 전 대통령은 차량에 탑승하기 직전 아들 이시형씨와 가족들을 발견하곤 손을 한 번 올려 인사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씨의 눈시울은 금세 붉어졌고, 가족들은 이 전 대통령을 향해 “힘내세요”란 말을 반복해 외쳤다.

그러나 잠시 뒤, 이 전 대통령은 다소 당황스런 상황에 처했다. 이 전 대통령은 “국민들께 한 말씀 부탁드린다”는 기자의 질문에 아무 말 없이 차량에 탑승했고 평소처럼 조수석 뒤쪽에 자리 잡았다. 그런데 그 자리는 구치소까지 동행하는 검찰 관계자의 자리였다. 이 검찰 관계자가 이 전 대통령에 이어 탑승하려 하자, 차문이 닫히길 기다리던 이 전 대통령은 그제서야 다소 당황한 듯 안쪽으로 급히 자리를 옮겨 앉았다. 이 전 대통령으로서는 뒷자리에 셋이 타는 상황 자체가 생경한 듯한 표정이었다.

자정 무렵 논현동 자택을 출발한 이 전 대통령은 23일 0시 18분경 서울 동부구치소에 수감됐다. 구치소에 들어가기 직전 모여있던 수백 명의 시민들은 달걀과 보랏빛 장미꽃을 다시 한 번 던졌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시민들의 감정이 어떤지 그대로 드러나는 장면이었다.

오마이TV가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되는 그날의 현장을 담았다. 영상은 음악과 함께 감상하기를 부탁드린다.

(글 : 김종훈, 영상편집 : 김혜주, 영상취재 : 공동취재단, 정현덕)

| 2018.03.23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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