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 만졌는데 별일 아니란 회사... 폭발한 불꽃페미액션

여성단체 불꽃페미액션은 직장 내 성폭력 사건을 제대로 책임지고 처리할 수 있도록 고용노동부가 법개정에 앞장설 것을 요구했다.

불꽃페미액션 회원들은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과 여성혐오 철폐를 촉구했다.

이날 이들은 직장 내 성희롱 피해 사례를 공개하며 직장상사 모형에 술과 커피를 끼얹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이들은 최근 연일 터지는 직장 내 성희롱 문제에 대해 “기업들과 정부는 성희롱 예방교육 강화, 성폭력 발생 시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이야기를 하지만 한국사회에서 달라진 것은 없다”라며 “성희롱 사건이 발생했을 때 원칙대로 해결될 수 있도록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가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직장 내 성희롱 실태조사를 발표하며 “고용노동청의 상급기관인 고용노동부에는 직장 내 성희롱 신고접수가 2012년 249건에서 2016년 556건으로 2.3배가 증가했는데 기소한 건은 단 1건에 불과했다”라며 “고용노동부는 행정 처리 시스템을 전면 수정하고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직장 내 성희롱 피해를 겪은 서김수정씨는 “작년 11월 1일 장애인 인권단체에 입사해 국제협력국 간사직을 수행하던 중 단체의 회장으로부터 세 차례 직장 내 성희롱을 당해 한 달 후 퇴직했다”라며 “회장은 입사 3주 차 때 복사하고 있던 제 뒤쪽으로 접근해 왼쪽 허리를 감싸 안듯이 만졌고 또 상해 출장 당시 컨퍼런스홀 로비에서 이동 중 엉덩이를 만졌지만, 사측은 ‘별일 아니라는 듯 네가 이뻐서 그랬을 것이다’고 말을 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서김수정씨는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로 지낸 1년 동안 저와 유사한 피해를 당한 수많은 여직원이 모멸감을 삼킨 채 일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라며 “성폭력 피해자들과 직간접적으로 사건들을 공유했을 때 상황 때문에 신고 혹은 공론화 등의 싸움을 시작하지 못하는 경우을 보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조직 안에서 위계 속에서 혹은 지인에게 피해를 입었을 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몹시 지난하고도 형용할 수 없을 만큼의 고통을 겪는다는 것도 절감했다”라며 “우리가 존엄을 지키며 살 수 있기를 바란다. 혼자 괴로움을 감내하지 말자”고 말했다.

ⓒ유성호 | 2017.12.13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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