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일병 사건 목격자 편지 "나서지 못해 고통스러웠습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윤 일병이 소변을 보며 쓰러졌는데도 더럽다며 끌어내려 폭행을 계속했습니다."

군인권센터가 오늘(27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4월 '윤 일병 사망 사건' 당시 참혹한 폭행 현장을 목격한 김모 일병의 증언을 공개했습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당시 윤 일병의 눈이 조금은 감기고 조금은 뜨였는데 눈동자가 돌아가서 흰자가 보였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이모 병장은 윤 일병의 배 위에 올라가서 발로 밟았고 주먹으로 가슴을 엄청 세게 폭행했습니다."

지난주 윤 일병의 유가족, 법률 대리인과 함께 김 일병을 만났다는 군인권센터는 군 당국이 김 일병과 유가족의 만남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도 제기했습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방문조사를 하기 전 김모 일병의 집으로 전화가 왔을 때 김모 일병 아버지는 내려올 때 윤 일병 가족들도 같이 왔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러나 3군 사령부 측은 김모 일병에게는 수사방향이 다르다는 말을 하고, 유족들에게는 언급도, 연락도 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기자회견 도중 윤 일병의 둘째 누나가 마이크를 잡고 김 일병이 윤 일병에게 보낸 편지를 떨리는 목소리로 대신 읽었습니다.

승주씨에게!

승주씨! 정말 죄송합니다.
수개월이 지났지만, 저의 두려움과 공포로 인해 승주씨를 위해 선뜻 나서지 못해 너도나도 고통스러웠습니다.
승주씨가 가혹행위를 당하는 과정에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 저는 남은 평생을 두고 반성하고 느끼겠습니다. 변명일지 모르지만 저의 몸은 따라주지 못했습니다.
졸병으로서 가해병사들에게 '그만 좀 하라'는 말은 할 수 있었지만, 제게 그들을 막을 육체적 힘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의무지원관에게 "이거 너무 심한 것 같습니다."라고 말로서만 그치지 말고 애원이라도, 아니면 맞아 죽을 각오로 가혹행위가 중단되도록 달려들었어야 했었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승주씨를 보내던 날 승주씨의 장례식장을 가려했지만 입실환자 신분으로 그 자리에 가는 것을 아무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그 후 적극적으로 막지 못한 저의 죄송함을 표현하기 위해, 망연자실해 하고 계실 승주씨 부모님과의 만남을 수차례 원했지만 이 또한 여의치 않았습니다.

승주씨! 미안합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제가 소속된 중대가 훈련에 가고 없어 저의 식사 배급이 원할치 않았던 때 승주씨가 저를 위해 PX에서 음식을 사다가 같이 먹자고 했던 기억, 그리고 본인의 힘든 고통 속에서도 환자인 제게 베풀었던 의무병 본연의 모습, 짧은 기간 동안이지만 많은 기억들....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승주씨! 사랑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편히 쉬십시오.
당신을 위해 항상 기도하겠습니다.

김일병 드림

핵심목격자 김 일병을 만나게 해달라는 유가족의 요청을 '김 일병이 원하지 않는다'며 거부했던 군 당국. 하지만 사건 초기부터 유가족을 만나고 싶어했다는 김 일병의 증언이 나오면서 군 당국이 진실 은폐, 왜곡을 위해 유가족과 김 일병의 만남을 방해했다는 의혹은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오마이뉴스 박정호입니다.

(영상취재 : 송규호 / CG : 이종호, 박소영)

ⓒ박정호 | 2014.08.27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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