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행진 7] "유가족의 '의사자'는 정치인의 '의사자'와 다르다"

23일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안산 합동분향소부터 서울광장까지 1박 2일 도보행진을 시작한 세월호 침몰 사고 유가족들과 시민들은 오후 8시쯤 이날 숙소인 광명체육관에 도착해 문화제 및 국민대토론회를 열었다.

문화제에서 발언자로 나선 단원고 2학년 3반 고 유예은양의 어머니 박은희 씨는 “저희 아이들이 의사자가 되는 것이 저희가 가장 강력하게 요구하는 것"이라며 “그런데 저희가 말하는 의사자가 국민들이나 정치인이 말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희 아이들이 그저 여행가다가, 놀러가다가 개죽음당한 것으로 만들고 싶지 않다"며 “한 명, 한 명의 목숨이 모여서 정말 이 세상 어디에서도 없는 가장 진한 먹물을 만들고 싶다. 그래서 우리나라 역사에 세월호 참사 전과 후를 가를 수 있는 그러한 진한 획을 긋고 싶다”고 설명했다. 유가족들이 보상금을 받기 위해 ‘세월호 특별법’으로 희생자들을 의사자로 지정되게 하려고 한다는 오해를 따끔하게 꼬집은 것.

이어 박 씨는 "힘을 내서 내일 시청광장으로 가려고 합니다. 서로의 차이를 다 묻어버리고 오로지 가슴에 아이를 묻은 부모의 마음으로 갑니다. 무너진 주권을 세우는 그런 마음으로 그런 간절함으로 함께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국민들의 지지와 참여를 호소했다.

박씨는 이날 3반 유가족들의 편지를 차분한 목소리로 읽어 내려가기도 했다. 편지 대부분은 미안함을 담고 있었다.

"아이가 태어나 100일이 되면 잔치를 하는데 저희는 이룬 게 없어서 미안합니다. 100일 전에는 구하지 못해서 미안하고 지금은 여전히 허둥대고 있는 세상에 아이들이 던져져 있는 것 같아서 미안합니다."

다신 볼 수 없는 아이들에 대한 짙은 그리움이 묻어나는 편지도 많았다.

"100일, 밥그룻으로 따지면 300그룻. 밥 톨 수는 몇만 배 이상이겠지. 그만큼 그립다.", "엄마 목소리 들으면서 등교하면 마음이 가볍다고 하던 우리 딸… 널 등교시키지 못한 지 벌써 100일이 되었구나. 너를 등교시키지 못해서 너무 미안해."

또 "중3인 작은 아이가 고등학교에 가면서 이사를 가야 합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딸아이가 중학생부터 하던 낙서… 이사를 가야 할까요, 가지 말아야 할까요?"라며 딸의 흔적이 남아있는 집 때문에 이사를 쉽게 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사연도 있었다.

이날 오전 9시경 유가족 180여 명과 시민 150여 명은 경기도 안산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후 1박 2일 도보행진을 시작했다.

행진 첫째 날에는 단원고와 하늘공원을 거쳐 광명시민체육관까지 걸어가 ‘특별법 국민 대토론회'를 열 예정이며, 둘째 날에는 국회와 서울역을 거쳐 서울광장 합동분향소까지 행진한 뒤 세월호 참사 100일 추모 콘서트에 참석한다.

이번 대행진은 지난 15일 단원고 학생들이 국회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농성 중인 유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안산 단원고에서 국회까지 도보 행진을 한 지 8일 만이다.

오마이TV는 유가족들의 행진 전체를 생중계했으며, 이 동영상은 단원고 2학년 3반 고 유예은양 어머니 박은희 씨 발언과 이날 유가족들을 동행 취재한 박정호, 곽승희 기자의 리포팅을 담고 있다.

ⓒ오마이TV | 2014.07.23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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