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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 다시 전쟁의 기운이 엄습하고 있다. '제3차 북핵 위기'가 조성되는 가운데 '제3차 서해교전'과 '3일 전쟁' 가능성까지 공공연히 언급되고 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남북한의 50년 갈등과 증오에 종지부를 찍고 화해협력의 첫걸음을 내디딘 6.15로 돌아가자는 기치를 내건 긴급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편집자말]
 문정인 교수는 선구적으로 우리나라 공군력 건설과 국가정보기관의 선진화에 앞장선 합리적 보수주의자이지만 이명박 정부에서는 '친북 좌빨'이라는 딱지가 붙어 있다.
 문정인 교수는 선구적으로 우리나라 공군력 건설과 국가정보기관의 선진화에 앞장선 합리적 보수주의자이지만 이명박 정부에서는 '친북 좌빨'이라는 딱지가 붙어 있다.
ⓒ 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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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김 기자, 나보고 '친북 좌빨'이라고 하는데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나?"

최근 한 세미나 장소에서 만난 문정인 교수(연세대 정치외교학)는 대뜸 이렇게 물었다. 기자가 아는 문 교수는 합리적 보수주의자다. 조금 더 왼쪽으로 나가도 '사고가 유연한 리버럴리스트' 정도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의 외교·안보 파트에서 일하는 그의 지인들 대부분이 자신을 '친북 좌빨'이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 교수는 한국 학계에서는 보기 드물게 국제정치 이론과 국방안보의 필드 활동을 겸비한 거의 유일한 전문가이다. 그는 12년째 미 랜드연구소와 공동으로 '공군력 국제학술회의'를 주최해 이를 대표적인 항공우주 공군력 관련 학술행사로 성장시킨 '공군 발전 유공자'이다. 그는 일찍이 국가정보연구회를 만들어 국내에서 처음으로 국가정보기관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를 가능케 한 '정보기관 전문가'이다.

이처럼 선구적으로 한국 공군력 건설과 국가정보기관의 선진화에 앞장을 선 학자에게 '친북 좌빨'이라는 딱지를 붙인다면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에서는 그것이 현실이다. 사실 그에게 '친북 좌빨'이라는 딱지를 붙인 것도, 그가 최근 <한겨레><프레시안> 등 진보 언론매체를 통해 이명박 정부의 대미-대북정책을 비판하면서 김대중·노무현 정부 대미·대북정책의 정당성을 옹호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 합리적 보수층이 얇다는 반증일 것이다.

"평화상태를 유지하는 게 국가안보에서 가장 바람직"

 문정인 교수는 "정부가 전향적으로 나서서 위기관리를 해야 하는데 우리 정부는 전쟁해서 이기는 쪽에 역점을 두는 모습을 보여서 걱정"이라며 "평화상태를 유지하는 게 국가안보에서 가장 바람직"하다고 했다.
 문정인 교수는 "정부가 전향적으로 나서서 위기관리를 해야 하는데 우리 정부는 전쟁해서 이기는 쪽에 역점을 두는 모습을 보여서 걱정"이라며 "평화상태를 유지하는 게 국가안보에서 가장 바람직"하다고 했다.
ⓒ 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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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교수는 23일 오후 연세대 연희관의 연구실에서 진행한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오바마 행정부는 지금도 북이 대화로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이 크지만 북이 돌아오지 않으면 목을 조르겠다는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고 북한의 핵능력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 교수는 이어 "그래서 우리 정부가 전향적으로 나서서 위기관리를 해야 하는데 우리 정부는 전쟁해서 이기는 쪽에 역점을 두는 모습을 보여서 걱정"이라며 "평화상태를 유지하는 게 국가안보에서 가장 바람직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미국이 주도한 유엔안보리의 대북 제재와 관련, "부시 1기 행정부 때의 접근방식이 '죄와 벌'인데, 지금 그대로 가고 있다"면서 "지금은 부시 1기 때의 '적대적 무관심' 전략 즉, 북한을 고립 봉쇄해서 체제전환을 모색한다는 정책을 오바마 행정부가 하는 모양새가 돼버렸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오바마 대통령은 이란·시리아·팔레스타인·쿠바 문제에는 그 사람들 입장에서 살펴보는 내재적 접근 태도를 보였는데 북한에는 그런 메시지를 보낸 적도 없고, 정책을 검토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로켓 쏘고 핵실험하니까 그의 머리에는 북한은 도발적 국가라고 각인돼버린 것"이라며 4월 5일 '프라하 연설'을 예로 들었다.

오바마는 당시 프라하에서 '핵무기 없는 세계를 만들겠다'는 주제로 연설하려고 연설문을 다 써놨는데, 그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보고받은 것은 북한의 로켓 발사 소식이었다. 그래서 애초의 연설원고에 없었던 '지금 바로 이 순간에 북한이 로켓을 발사했다'는 대목과 북한에 대한 비판을 담은 한 문단이 추가되었고, 미국 대통령의 그런 판단과 결정은 행정부의 일사불란한 정책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북한의 로켓 발사는 패착이었다는 것이다.

"'한미동맹 공동비전', 북-중에 새로운 냉전 회귀 우려감 줄 것"

그러나 문 교수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기존의 한미 동맹체제를 결속시켰고, '확장적 억지'(extended deterrence)라는 용어를 써서 일부 국민들이 북한 핵에 대해 갖고 있는 위협감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한미동맹 공동비전'이 중국과 북한에는 '가치 중심'의 새로운 대립구도, 냉전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핵우산을 포함한 '확장적 억지'를 공식화시키는 것은 핵 이외의 것들에도 '확장적 억지' 개념을 쓰게 되는 것"이라며 "그러면 당장 미사일 방어체제(MD)에도 참여할 가능성을 비친 것이기 때문에 중국과의 관계를 불편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북한은 특히 올해 2월부터 명시적으로 6자회담 (2007년) 2·13합의에 따라 자신들은 3단계에 와서 핵프로그램과 시설에 대한 검증 가능한 해체는 하겠지만, 기존 핵무기는 남한에 있는 미국의 핵우산 폐기와 연동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혀왔었다"고 전제하고 "그래서 북측은 핵군축협상을 하자는 입장인데 이번에 핵우산을 정상회담에 명시함으로써 북한이 원하는 것을 해줘버린 것"이라며 "더 본질적인 문제는 이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북한 핵문제 협상에는 어떤 시나리오가 예상될까.

그는 "우리에게 제일 좋은 것은 6자회담이 부활되고 그 안에서 북한 핵시설과 프로그램, 무기에 대해 검증 가능한 사찰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그리 커보이지 않는다.

그는 이어 "그렇게 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이 계속 핵무기를 증강시켜 나간다면 여기에 브레이크를 걸어야 하는데, 군사대응은 어려운 것이고, 북한이 핵능력이 확장된 다음에는 핵 군축협상으로 갈 수밖에 없게 된다"고 전망했다. 그는 "북한은 핵프로그램과 시설에 대한 검증 가능한 해체라는 문제, 그리고 핵무기와 미국이 남측에 제공한 핵우산을 맞바꾸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23일 오후 연세대 연희관의 연구실에서 진행한 인터뷰의 일문일답.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6일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문정인 교수는 "'한미동맹 공동비전'이 중국과 북한에는 '가치 중심'의 새로운 대립구도, 냉전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사진은 지난 16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한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이 공동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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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정상회담에서 채택한 '공동비전'에 대해 정부는 한미동맹의 이정표를 세웠다고 자평하지만 일부에서는 냉전회귀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평가부터 해달라.
"이번 회담이 기존의 한미 동맹체제를 결속시켰고, '확장적 억지'(extended deterrence)라는 용어를 써서 일부 국민들이 북한 핵에 대해 갖고 있는 위협감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다. 또 부시 행정부 때와 달리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한미동맹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는데, 지난해 4월 '이명박-부시'의 캠프 데이비드 회담과 큰 차이가 없었다. 미국의 행정부가 바뀌어도 한미동맹이 지속적으로 이뤄진다는 것이 확인됐다.

반면, 다른 부분들은 문제가 많다. 우선 '한미동맹 공동비전'이 중국과 북한에는 '가치 중심'의 새로운 대립구도, 냉전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중국도 그 점에 대해 우려가 있는 것 같다.

다음에 핵우산을 포함한 '확장적 억지'가 기존에는 없던 것이었나? 기존 한미동맹은 재래식 무기에 대한 대북억지만 적용되는 것이었나? (동맹은) 재래식 위협이든, 화생 위협이든, 핵이든 한국과 미국에 가해지는 외부적 위협에 대해 공동 대응한다는 것이었기 때문에 (확장적 억지는) 한미동맹의 기본 축으로, 묵시적으로 내재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정상회담 차원에서 명시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여기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우선 핵우산을 포함한 '확장적 억지'를 공식화시키는 것은 핵 이외의 것들에도 '확장적 억지' 개념을 쓰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당장 미사일 방어체제(MD)에도 참여할 가능성을 비친 것이기 때문에 중국과의 관계를 불편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이것이다. 북한은 특히 올해 2월부터 명시적으로 6자회담 (2007년) 2·13합의에 따라 자신들은 3단계에 와서 핵프로그램과 시설에 대한 검증 가능한 해체는 하겠지만, 기존 핵무기는 남한에 있는 미국의 핵우산 폐기와 연동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혀왔었다. 그래서 북측은 핵군축협상을 하자는 입장인데 이번에 핵우산을 정상회담에 명시함으로써 북한이 원하는 것을 해줘버린 것이다."

- 이에 대한 북한의 반응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북쪽은 내심 '우리 것을 받는 것이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번에 이렇게 한 이유 중의 하나는, 북한 핵에 대해 한 게 뭐가 있느냐, 핵 위협을 어떻게 다룰 것이냐고 비판하는 보수 세력에게 안도감을 주기 위한 정치적 화답을 한 것이다. 그런데 그 대가로 북한에 대해서는 협상에서 우위를 준 게 아닌지 우려된다. 북한이 원하는 것은 핵군축협상인데 이것을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이것을 우리 정부가 어떻게 다룰 것인지 모르겠다."

- 아프간 파병과 한미FTA 등 그 밖의 의제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아프가니스탄 파병문제는 헷갈린다. 이회창 선진당 총재와 청와대의 설명이 다른 것 같은데, 구체적 논의 내용을 몰라 평가하기 어렵다. 다만, 이 문제는 정부가 국내 협의구조를 만든 뒤에 미국과 논의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한미FTA에 대해 오바마는 말보다 마차를 앞세울 수 없다고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국내의 두 가지 과제, 즉 금융위기 극복과 의료개혁 문제를 갖고 의회와 다퉈야 할 사안이 많기 때문에 한미FTA라는 마차를 앞세울 수 없다고 다소 불편한 심기를 보인 것이다. 그러나 오바마는 기본적으로 자유무역에 반기를 드는 사람이 아니다. 미국 노동계를 생각해서 그러는 것인데, 결국 금년 하반기에는 오바마 행정부가 이(비준) 문제를 추진할 것으로 본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문제는 이번에 완전합의를 본 것 같다. 환수시점이 2012년으로 확정된 것인데, 좋은 일이다. 유사시 한국군이 주력군, 미군은 지원군이라고 표현했는데 이것이 전작권 반환의 핵심명제이다. 이런(작전통제) 분야는 확실해져야 한다. 이후 환수를 위한 군사훈련과 업무 분담작업을 위해서도 그게 좋다."

- 보수진영에서는 이 대통령에게 '전작권 환수'를 유예하라고 강하게 압력을 넣었다. 혹시 이 대통령이 보수세력을 의식해 '확장적 억지' 명문화와 전작권 환수 합의를 주고받은 것은 아닌가?
"아니라고 본다. '확장적 억지'는 원래 있었던 사안이기 때문에 교환할 대상이 안 된다. 전작권 반환에 반대하는 한국 보수의 논리는 인계철선론이었다. 유사시에 미군의 자동개입 즉, '작전계획 5027'에 따른 60만 지상군, 2천 대 이상 전투기, 5개 항공모함 전투단을 파견하는 상황에서 전작권 반환을 지연시키고 주한미군 사령관이 계속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갖도록 하자는 것인데, 미국은 지금 본토·동북아와 동남아·중동·유럽 등 4개 전역에서 군사적 대응체제를 갖춰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한국에 쏟아 부을 여력이 없다. 특히 이라크와 아프간 전쟁하는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미국 가서 토론을 해보면 한국의 보수가 너무 '무임승차'하려는 생각이 많은 것 같다고 한다. 미 의회 사람들도 왜 전작권 환수가 문제가 되는 것인지 몰랐던 것 같다. 전작권 환수는 공군·정보·정찰·감시는 미군이 계속 지원해주고, 지상군은 한국군 중심으로 가니까 미국은 좋아할 수밖에 없다."

- 최근 한국미래발전연구원 세미나에서 '한미동맹 공동비전'이 노무현-부시의 '경주선언'(2005년 11월 17일)보다 더 후퇴했다고 했는데 어떤 부분에서 그런가.
"후퇴했다기보다는 새로운 게 보이지 않는다. 비군사적 분야에서 협조가 강조된 정도이다. 그에 비해 '경주선언'은 상당히 디테일했고, 세부적이었다."

 "오바마 행정부는 지금도 대화에 관심이 많다. 북이 대화로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이 많지만 돌아오지 않으면 목을 조르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고 북한의 핵능력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이렇게 되면 궁극적 희생자는 누가 되는가."
 "오바마 행정부는 지금도 대화에 관심이 많다. 북이 대화로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이 많지만 돌아오지 않으면 목을 조르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고 북한의 핵능력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이렇게 되면 궁극적 희생자는 누가 되는가."
ⓒ 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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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15 공동선언 9주년 기념 특강에서 "한미 정상들이 핵우산을 명문화하면 안보 재앙이 온다"고 경고했는데 결국 '확장적 억지'를 명문화했다. 앞으로 어떤 시나리오가 예상되나.
"우리에게 제일 좋은 것은 6자회담이 부활되고 그 안에서 북한 핵시설과 프로그램, 무기에 대해 검증 가능한 사찰이 이뤄지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이 계속 핵무기를 증강시켜 나간다면 여기에 브레이크를 걸어야 하는데, 제재가 작동되지 않으면 군사대응인데 그것은 어려운 것이고, 북한이 핵능력이 확장된 다음에는 핵군축협상으로 갈 수밖에 없게 된다.

북한은 구분할 것이다. 핵프로그램과 시설에 대한 검증 가능한 해체라는 문제, 그리고 핵무기와 미국이 남측에 제공한 핵우산을 맞바꾸려 할 것이다. 협상이 잘되면 좋겠지만, 잘 안되면 미국은 일본과 한국에 계속 핵우산에 머무르라고 하겠지만, 한국과 일본의 보수세력은 '미국 어떻게 믿느냐, 찢어진 우산 아니냐' 이런 주장이 나올 수 있다.

또 2014년에 한미원자력협정 재개정 문제가 있는데 한국은 폐연료봉을 재처리해서 다시 연료로 활용하는 이른바 '후행주기'를 넣자고 주장할 수 있다. 일본은 (자위대의 무력행위를 금지한) 평화헌법 9조 2항 개정을 주장할 것이다. 나카소네 전 수상 같은 사람도 북한이 핵을 가지면 일본도 핵 가져야 한다고 했다. 결국 핵도미노 현상이 불거지게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기 전에 미리 통제하고 가야 하는데, 시간이 소요되면서 부작용이 생겨나는 것 같다."

- 북한핵과 관련 한국이 강경하게 나가는데 오바마 행정부도 보조를 맞춰주고 있다. 그 까닭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오바마 대통령은 이란·시리아·팔레스타인·쿠바 문제에는 그 사람들 입장에서 살펴보는 내재적 접근 태도를 보였다. 그런데 북한에는 그런 메시지를 보낸 적도 없고, 정책을 검토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로켓 쏘고 핵실험하니까 그의 머리에는 북한은 도발적 국가라고 각인이 돼버린 것이다.

예를 들어 오바마가 4월 5일 프라하에서 유명한 '핵무기 없는 세계를 만들겠다'는 주제로 연설하려고 연설문 다 써놨는데,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보고받은 게 북한 로켓 발사 소식이었다. 그래서 연설에 한 단락을 집어넣었다는 것 아닌가. 원래는 연설문에 북한에 대한 언급 없이 '일부 국가들이 국제적 규칙을 어기고 있다'고 했는데, '지금 바로 이 순간에 북한이 로켓을 발사했다'면서 북한에 대한 비판으로 나갔다는 것이다.

미국은 대통령이 그런 식으로 판단하고 결정하고 나면 행정부는 일사불란하게 따라가기 때문에 그다음에는 돌이키기 어렵다. 이는 북한의 패착인데, 워싱턴을 잘 읽어야 한다. 오바마는 4월 1일 런던(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에 경고를 줬었다. 그런데도 로켓을 쏴서 우리는 우리 식으로 간다고 한 것이다.

부시 1기 행정부 때의 접근방식이 '죄와 벌'인데, 지금 그대로 가고 있다. 유엔안보리 제재로 가고 있는데, 그때 수용되지 않은 금융제재는 미국이 독자적으로 하겠다는 것 아닌가. 지금은 부시 1기 때의 '적대적 무관심' 전략 즉, 북한을 고립 봉쇄해서 체제전환을 모색한다는 정책을 오바마 행정부가 하는 모양새가 돼버렸다. 물론 오바마 행정부는 지금도 대화에 관심이 많다. 북이 대화로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이 많지만 돌아오지 않으면 목을 조르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고 북한의 핵능력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이렇게 되면 궁극적 희생자는 누가 되는가.

그래서 우리 정부가 전향적으로 나서서 위기관리를 해야 한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보다 더 좋은 건 전쟁이 나지 않게 예방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전쟁해서 이기는 쪽에 역점을 두는 모습을 보여서 걱정이다. 평화상태를 유지하는 게 국가안보에서 가장 바람직한 것이다."

- 중국을 설득하기 위해 키신저가 다시 나선다는 얘기도 있던데,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손사래 치면서) 키신저는 중국을 잘 안다. 자기가 나서서 설득되지 않을 사안은 나서지 않을 것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핵을 가진 북한과 적대적인 관계를 갖는 것보다는 친선관계 맺으면서 관리해 나가는 게 더 좋은 외교라는 점을 키신저는 잘 안다.

또 유엔주재 중국대사가 이번 유엔제재 때도 북한에 대한 식량과 에너지 등 일상적인 교역에는 조금도 지장이 없도록 유지해 나가겠다고 했다. 만약 중국이 제재에 동참해서 북한이 붕괴되고 연변 쪽으로 대거 난민이 들어와 250만명인 연변 조선족이 350만으로 늘어나면 중국에게는 정치적인 시한폭탄이 된다. 위구르 등 55개 소수민족에게도 영향을 주게 된다. 덩샤오핑이 천안문 사태 때 베이징 한복판에서 소요가 일어나면 주변부에서 더 큰 저항이 일어나게 되기 때문에 중국의 안정을 위해 제압해야 한다고 했다.

중국에게 북한 붕괴는 단순히 대외적인 변수가 아니라 국내 정치적인 안정문제와 연동돼 있기 때문에 신중한 입장을 취하는 것이다."

- 미·중·일 3국협의체가 북핵문제 등 아시아문제를 큰 틀에서 다루고 한미일 또는 6자회담은 그 하위구조가 되는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미국에서 제프 베이더 같은 사람은 G2(미중) 초강대국 중심으로 가자고 주장하고, 커트 캠벨은 4강(미중일러)이 동북아 안보문제를 맡자고 한다. 국무부 일부는 6자회담이 제일 좋다는 식의 의견들이 있다. 반면에 네오콘은 북한-중국과 끝까지 같이 갈 수 없을 것이므로, 한미일과 인도, 호주 등이 뭉쳐서 가자고 주장한다. 그런데 미중일 3국 협의체에 대해 보면, 중국은 일본을 받지 않을 거다. 미국은 3자로 하고 싶겠지만, 중국은 일본이 있으면 깊은 속내는 말 안한다.

미국에서 지아칭궈라고 정협(중국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위원이고 북경대 교수인 사람을 만났는데, 그는 '한국 사람들이 이해 안 된다. 북한에 급변사태가 나면 미국이 중국 개입을 막기 위해 한국에 도움을 청할 것이라고 하는데, 미국은 한국이 아니라 중국에 협력을 요청할 것이다. 너무 자기중심적으로 보지 말라'고 하더라. 실제로 중국 인민해방군(PLA)과 미 국방성과는 오래전부터 전략대화가 진행돼 왔다. 북한 급변사태에 대해서도 양국 간에 오래 논의됐고, 특히 고위급에서는 상당히 심층적인 논의가 진행됐다."

- 핵심은 우리가 우리 문제에서 소외될 것이라는 우려인데.
"그런 우려를 할 만하다. 일본은 자민당에서 민주당으로 정권이 바뀌어도 북한에 대해서는 강경책을 쓰겠지만, 미국은 바뀔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한국은 따라가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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