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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동 씨의 한라봉 과원 바닥. 땅이 촉촉하고 흙은 부슬부슬하다.
 김철동 씨의 한라봉 과원 바닥. 땅이 촉촉하고 흙은 부슬부슬하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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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원 바닥을 덮고 있는 멀칭 비닐을 들춰보니 땅이 촉촉하다. 퇴비와 뒤섞인 흙이 부슬부슬하고 지렁이가 여기저기 보인다. 땅속을 헤집고 다닌 두더지의 흔적도 금세 드러난다. 멀칭 비닐을 씌우지 않은 곳에는 풀이 파릇파릇 돋아있다.

"땅이 정말 좋네요"라고 했더니 "친환경농법으로 농사를 지은 덕"이라고 말한다. 친환경제재에다 당밀을 첨가한 발효액을 만들어 뿌려주고, 잘라낸 가지와 나뭇잎을 그대로 땅에 되돌려줘 퇴비가 되게 했다는 말도 덧붙인다.

멀칭 비닐도 여러 가지 효과를 내준다. 토양의 수분 유지와 지온 조절에도 도움을 준다. 겨울철 난방비 부담을 줄여주는 것도 당연하다. 토양의 전염성 병균을 억제시켜 토양오염도 방지한다. 잡초 억제에도 한몫 한다.

김철동 씨의 하우스에는 한라봉이 주렁주렁 열려 수확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김철동 씨의 하우스에는 한라봉이 주렁주렁 열려 수확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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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들어 나무를 올려다보니 한라봉이 주렁주렁 열렸다. 한 그루에 40∼50개는 족히 넘을 것 같다. 마치 대추나무에 대추 걸린 것 같다. '이 많은 것이 정녕 한라봉이란 말인가' 싶을 정도다. 진노랑색을 띤 과일 빛깔이 아주 좋다. 복주머니 모양의 돌기(봉)도 예쁘게 돋아 탐스럽다.

쳐다보기만 해도 새콤달콤한 한라봉 특유의 맛이 혀끝에 감도는 것 같다. 한라봉은 오렌지보다 크고 귤보다 단맛이 많은 것이 특징. 과즙이 풍부해 식미감이 뛰어나고 미네랄 성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맛과 향이 뛰어나다.

한라봉을 수확하고 있는 김철동씨. 표정도 오져 보인다.
 한라봉을 수확하고 있는 김철동씨. 표정도 오져 보인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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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 드러난 김철동(51·전라남도 나주시 노안면)씨의 한라봉 과원 풍경이다. 하지만 속은 더 알차다. 한라봉 재배 8년차인 김씨가 생산한 한라봉의 당도는 최저 15도 브릭스(BX)에서 최고 19도 브릭스까지 간단다.

겉모양 좋고 당도까지 높으니 최상의 과일인 셈이다. 과일과 토양의 안전성은 국립 농산물품질관리원이 보증해 준다.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얻은 '무농약 품질인증'이 그것이다. 다른 작물과 달리 과일의 품질인증이 어려운 현실을 감안하면 대단한 노력의 결과다.

그의 한라봉 재배면적은 시설하우스 5㏊, 대략 1500평쯤 된다. 나무 한 그루에서 3㎏들이 7상자씩 딴다. 풍성한 수확이다. 수확을 하는 그의 얼굴이 환하고 손길이 활기에 넘쳐 보이는 이유다.

한라봉은 한 상자에 2∼3만원씩 한다. 하나에 4천∼5천원 하는 셈이다.
 한라봉은 한 상자에 2∼3만원씩 한다. 하나에 4천∼5천원 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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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로는 따로 없다. 전량 직거래다. 지난해까지는 일부 공판장으로 보내지기도 했으나 올해는 그럴 물량이 없을 것 같다. 인터넷쇼핑몰과 나주시직판장을 통한 판매 그리고 입소문을 타고 전화주문이 밀려든 덕이다.

가격도 괜찮다. 물량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일률적이다. 6개 든 3㎏ 한 상자에 3만원을 비롯 7개 든 상자는 2만7000원, 8개 든 상자는 2만5000원씩 받는다. 9개 든 것은 2만원, 10개 든 것은 1만8000원이다. 비싼 것은 하나에 5000원씩 하는 셈이다. 택배비(3000원)는 별도.

그가 이처럼 비교적 편하게(?) 농사를 짓는 것은 철저한 친환경재배와 품질관리 덕분이다. 탐스런 과실을 얻기 위해 나무를 튼실하게 키우고, 나무가 튼실하도록 뿌리를 건실하게 가꿨다. 그 출발은 흙 살리기였다.

친환경 최고경영자과정을 다니면서 친환경농업에 대한 확신을 얻은 것이 큰 자산이 됐다. 이웃 농가와 소비자들로부터 '김철동이 것은 맛이 다르더라'는 평을 듣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철동 씨가 방금 딴 한라봉을 들고 흐뭇해하고 있다.
 김철동 씨가 방금 딴 한라봉을 들고 흐뭇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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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시한라봉협의회(28농가) 총무를 맡고 있는 김씨는 "맛과 향이 완벽한 고품질의 과일을 생산해야 소비자들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고, 그렇게 하는 것이 농민도 사는 길 아니겠냐"면서 "최고 품질을 만들어서 이 부분의 일인자가 되겠다는 의욕과 자부심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라봉은 1980년대 일본 구마모토현 부지화(不知火)마을에서 처음 재배된 과일이다. 1990년대 초 제주도에 들어왔으며 그곳에서 지역특성을 살려 '한라봉'이라 이름 붙였다. 전라남도의 한라봉(부지화) 재배는 최근 3∼4년 사이 부쩍 늘었다.

풍부한 일조량 등 자연환경이 한라봉 재배에 적합한 데다 수익도 높아 재배농가와 면적이 갈수록 늘고 있는 형편이다. 전남도내 한라봉 재배면적은 고흥과 나주를 중심으로 모두 140여 농가에서 44㏊. 생산량은 700여 톤에 이른다.

진노랑색을 띤 한라봉이 탐스럽다. 복주머니 모양의 돌기도 예쁘게 돋았다.
 진노랑색을 띤 한라봉이 탐스럽다. 복주머니 모양의 돌기도 예쁘게 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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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봉이 주렁주렁 열린 하우스에서 김철동 씨가 수확작업을 하고 있다. 한라봉 수확은 보통 1월 말까지 한다.
 한라봉이 주렁주렁 열린 하우스에서 김철동 씨가 수확작업을 하고 있다. 한라봉 수확은 보통 1월 말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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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한라봉, #김철동, #나주시한라봉협의회, #부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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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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