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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의 명산 국립공원 계룡산(鷄龍山). 조선을 창건한 태조 이성계가 수도로 낙점했던 신도안을 둘러싸고 있는 명산인 계룡산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곳은 어디일까?

 

계룡산의 신비 숫용추ㆍ암용추, 노대통령도 자주 찾아

 

아마도 노무현 대통령도 휴양 차 자주 찾고 군 휴양시설이 있는 그곳. 바로 숫용추와 암용추가 아닌가 생각한다.

 

숫용추와 암용추가 속해 있는 계곡은 현재 군(軍) 부대에 속해 있고, 또 계룡산 국립공원에 속해 있어 올해부터 적용된 국립공원 통제 규정상 민간인이 들어갈 수 없는 통제지역이어서 보전이 잘돼 있다. 나도 한번 밖에 가보지 못했다.

 

언제 한번쯤 기회가 닿으면 정말 한번 가보기를 권유하고 싶은 멋진 장소이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절경이 있나 싶을 정도로 일품 경관을 자랑하고 있다. 대통령이 자주 찾는 곳이니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만약에 이곳이 지금처럼 영원히 보전된다면 괜찮겠지만 언젠가 민간에 개방이 된다면 개방되는 순간 그것으로 이 계곡은 아마도 죽은 계곡이 될 것이다. 그만큼 이 계곡이 속세의 때를 타지 않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뽐내고 있다는 말이다.

 

숫용추ㆍ암용추와 관련해 전해 내려오는 용에 관한 전설

 

그럼, 이제부터 계룡 8경 중의 하나인 숫용추와 암용추에 대한 본격적인 여행을 시작해보자. 이에 앞서 계룡산의 정기를 흠뻑 받은 숫용추와 암용추와 관련된 전설을 먼저 소개하도록 하겠다.

 

이 이야기는 옛날 계룡산 땅속에 암용과 숫용 두 마리가 사이좋게 살고 있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들은 때가 되면 하늘로 올라갈 것을 기대하면서 즐겁게 살아가고 있었다. 두 용은 계룡산 밑을 파서 산의 물을 금강으로 흐르게 하였고, 땅속으로는 신도 안에서 갑사·동학사·마곡사 쪽으로 어디든지 다니면서 행복하게 살았다.

 

명산의 정기를 받아서인지 참으로 깨끗한 용들이었고 항상 하늘에 올라갈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당시 땅 위 여러 곳에 흩어져 있던 이무기들은 추잡하게 살면서 그들도 하늘의 부름을 기다렸다. 용들은 그런 이무기들을 가소롭게 여겨 추잡한 행동을 보지 않으려고 몸을 땅 위에 전혀 나타내지 않은 채 굴속과 물속에서만 지냈다.

 

용들은 몹시 비가 내릴 때나 천둥이 칠 때 혹시 하늘에서 자기들을 부르지나 않을까 하고 굴속에서 눈을 내놓고 하늘을 바라봤다. 하루는 몹시 비가 내리는데 밖을 내다보는 것을 잊고 땅속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때 하늘에서 용들을 불렀지만 대답이 없어 더 큰 목소리로 부르자, 그때야 알아듣고 굴속에서 밖을 내다보았다.

 

“대체 너희들은 하늘의 부름을 거역하려는 것이냐?”, “너희들은 항상 땅에서만 살려느냐? ”하고 하늘에서 추상같은 호령이 떨어졌다. 용들은 “잘못했습니다. 한 번만 용서해주십시오”하고 빌면서 애원했다.

 

그러자 “땅의 껍질을 벗겨라. 그리고 언제든지 하늘에 올라올 수 있도록 준비를 해놓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한 가지 주의해야 할 것은 너희들의 정(情)이 너무 지나치니 따로따로 자리를 정해 다시는 만나지 마라” 하는 소리가 하늘에서 들려오더니 날씨가 잠잠해졌다.

 

그들은 헤어지기가 아쉬웠지만 하늘의 뜻을 거역할 수 없어 작별을 고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서로 하늘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제각기 장소를 정해 땅을 파기 시작했다.

암용은 물이 꼬불꼬불 흘러내리다가 맑은 소(沼)를 이루는 장소를 택해 땅을 파기 시작했다. 숫용은 계룡산의 정기가 흐르듯 맑은 물이 흐르다가 폭포를 이루는 아래쪽 계곡에 자리를 잡고 땅을 파 들어갔다. 이제는 하늘에 올라갈 준비가 거의 다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천둥 번개와 함께 비가 퍼붓기 시작했다. 용들은 이제는 하늘로 올라갈 수 있는가보다 생각하며 못에서 살그머니 머리를 내미니 하늘에서 “때가 되었으니 어서 올라오너라”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 후 두 마리 용이 하늘로 올라가는 것을 본 이곳 사람들은 암용이 하늘로 올라간 자리를 암용추, 숫용이 올라간 자리를 숫용추로 불렀다. 또한 암용추와 숫용추는 옛날에는 땅속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어 두용이 땅속을 통해 서로 만났다고도 전해진다.

 

실제로 암용추와 숫용추는 직선거리로 약 1km 정도 떨어져 있지만 계룡산 정상에서 보면 같은 능선 상에 있다. 또 두 용추는 수심이 4-5m정도 이며 이곳을 제외하고는 계룡산 어느 바위에도 이런 웅덩이가 없다. (출처 : 계룡시 <계룡산맥은 있다> 중에서)

 

우리나라 명산을 여행할 때 이와 같이 용과 연관된 전설이 전해 내려오는 곳은 대개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한다. 숫용추ㆍ암용추도 어느 곳에 비해도 그 아름다움은 빠지지 않는다.

 

숫용추․암용추는 성기숭배사상과도 깊은 연관

 

자, 그럼 암용추와 숫용추에 대한 여행을 시작해보자. 암용추와 숫용추라 불리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웅덩이의 생김새로 인해 기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암용추는 직경 12m, 깊이 2.5m의 맑은 연못으로 숫용추보다 더 넓은 바위에 웅덩이가 패여 깨끗한 물이 고여 있는 모양이 여자의 생식기를 연상케 한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고, 10m 길이의 폭포가 일품인 숫용추는 위에서 내려다본 웅덩이 모양이 마치 남자의 성기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 연유로 생김새대로 그 이름을 붙여 부르는 것으로 전해내려 온다.

 

이로 인해 암용추와 숫용추는 예로부터 성기숭배사상과도 깊은 연관이 있었는데, 아들을 낳고 싶은 아낙네는 숫용추에서, 딸을 원하는 부부는 암용추에서 기도와 푸닥거리를 했다고 전해진다. 특히, 생긴 모양이 그러하니 자연히 숫용추에는 여자들이, 암용추에는 남자들이 북새통을 이루었단다.

 

아무튼 경치를 구경하기 위해서든, 자손번성을 기원하기 위해서든, 아니면 다른 무슨 이유가 있어 이곳을 찾았든 간에 예전에는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았었다는 점은 사실인 것 같다. 지금은 비록 통제되어 마음대로 출입하지 못하지만 말이다.

 

대통령 내려왔는데 취재 안 해?

 

지난 여름 한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지금 대통령 내려왔는데 취재 안 해?”
“뭔 날인데 대통령이 내려와요? 계룡대에서 무슨 행사 있나?”


“KTX타고 내려왔는데 행사 있어서 왔겄어? 그건 아니고 휴양하러 온 거 같은데?”
“그래요? 어디로 가시려나?”

“어디긴 어디여. 군 휴양소 있는데 가겄지”
“하긴, 거기가 경치가 좋긴 좋죠”

“거기에 대통령 별장 있다던데?”

 

전화를 받고 따라가 보지는 않았지만 숫용추가 있는 계곡의 별장에서 휴양 차 내려왔다는 소식이 들렸다. 대통령이 휴양 차 방문했다지만 내가 있는 곳에 대통령이 휴양을 하러 내려왔다니 정말 기분이 좋았다.

 

그 옛날 태조 이성계는 이곳을 도읍지로 선택했었고, 박정희 대통령도 이곳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둔 바 있었고, 노무현 대통령도 휴양차 방문하는 등 시대에 관계없이 이곳은 왕들이 자주 찾는 명당자리임을 새삼 느끼며, 이러한 곳에서 살고 있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꼈다.

 

아직까지 때 묻지 않은 천혜의 경관을 자랑하고 있는 계룡산이 감추어 놓고 싶은 신비 ‘숫용추와 암용추’.


비록 마음대로 드나들 수는 없는 신비를 간직한 곳이지만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찾아보기를 권하고 싶은 여행지이다. 나 또한 기회를 만들어 다시 한 번 이곳을 찾아가 정기를 흠뻑 받고 내려올 계획이다. 태고적 신비를 그대로 간직하도록 내버려둔 채 살짝만 보고….

덧붙이는 글 | <테마가 있는 나만의 여행> 응모글


태그:#계룡산, #숫용추, #암용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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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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