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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오후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한미FTA 협상 타결 기자회견에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카란 바티아 미무역대표부 부대표가 악수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한미FTA 협상 결과, 스크린쿼터는 지난해 축소된 73일 현행대로 유지되며, 현행 사후 50년이던 저작권 보호기간은 사후 70년으로 연장된다. 단, 저작권 보호기간에 유예기간을 2년 두기로 했다.

김명곤 문화관광부 장관은 2일 오후 한미FTA 협상 결과에 대해 "쟁점은 스크린쿼터와 저작권 분야였다"며 "스크린쿼터는 현행대로 73일로 유보하는 걸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스크린쿼터는 한미FTA 협상 이전인 2006년 7월 1일부터 영화진흥법 시행령 개정을 통하여 146일에서 73일로 축소돼 이미 시행 중이다.

김명곤 장관은 "현행 유보에 대해 문화계 일부 우려가 있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 "작년에 발표한 영화산업 중장기발전계획대로 할 것이며, 장기적으로 영화 산업 기반 튼튼히 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저작권 보호기간 20년 연장, 추가 부담 2000억원

또 저작권 보호기간 20년 연장에 대해 김명곤 장관은 "저작권자의 권리가 신장되는 만큼 문화 창작 활성화와 우리 문화산업 발전을 위한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 외에 보통 컴퓨터 전원을 끄면 데이터가 지워지는 일시적 복제에 저작자에게 권리를 주기로 했다. 또 저작물에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해 암호를 두는 보호 조치를 깨는 것을 금지하는, 일명 '접근 통제' 기술적 보호조치를 신설했으며, 저작권 권리자가 요청하면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인터넷 포털 같은 인터넷 서비스업체)는 온라인상 저작권을 침해한 네티즌의 개인 정보를 저작권자에게 제공토록 했다.

온라인영화(VOD) 서비스, 신문 산업에 대해서는 '미래 유보'키로 했다. 사행성 게임을 포함한 도박은 아예 한미FTA 협정 대상에서 제외됐다.

제조 분야를 위해 문화 분야를 일방적으로 양보한 거 아니냔 질문에 김명곤 장관은 "최선을 다해서 문화 분야에 큰 피해 가지 않도록 노력했다"며, "전체적인 협상 결과는 통상 이익의 극대화를 위한 전반적인 이익을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이뤄진 걸로 이해한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한미FTA 협상 타결에 따라 문화계에서도 진통이 예상된다.

일단, 저작권 보호 기간을 20년 연장키로 한 데 따라 로열티 지급액이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문화관광부는 저작권법학회에 연구용역 결과,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에 따라 우리나라가 향후 20년간 추가로 부담할 금액을 2111억원으로 추산했다. 이 가운데 출판 분야 저작권료 추가부담은 약 679억원으로, 연간 약 34억원 수준이며 그 가운데 미국에 돌아가는 저작권료 비중은 연간 4억원 정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보호기간 연장은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저작권 보호기간이 사후 70년을 원칙으로 하는 나라에만 적용된다. 문화관광부는 유럽은 저작권 보호기간이 70년으로 한미FTA 협상 결과 저작권 보호 기간이 20년 연장되지만 일본은 현행 50년이어서 저작권 보호 기간에 따른 추가 로열티 지불은 없다고 설명했다.

"영화 발전계획? 식중독 환자한테 무좀약 주는 격"

▲ 지난해 7월1일 서울 대학로에서 열린 `문화침략 저지 및 스크린쿼터 사수` 집회에서 영화인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안홍기
하지만 반발이 만만찮다. '한미FTA 저지 지적재산권 분야 대책위원회' 남희섭 위원장은 2일 <오마이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저작권 보호기간 20년 연장은 음반사나 출판사 같이 저작물을 상업적으로 유통하는 국내 업체들이 로열티를 미국에 지불할 기간이 20년 늘어난 거"라며 "로열티 부담이 생기면 소비자 부담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저작권 50년이 지나면 사적권리가 아니라 공공으로 들어오는 건데, 저작권보호기간 연장으로 헤밍웨이나 몇몇 작가들 작품이 공공영역으로 곧 편입될 게 못 되는 것을 뜻한다"며, "미국의 몇몇 거대 미디어업체들이 자기 캐릭터 보호기간을 늘리기 위해서 캐릭터와 관련 없는 출판물 등이 따라서 보호 기간이 늘어났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서도 1998년 저작권 보호 기간 연장을 놓고 '미키마우스 보호법'이라는 조롱과 거센 비판을 받았다. 2004년이면 사후 50년이 되는 미키마우스 저작권을 놓고 월트 디즈니사가 강력한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짙었다.

스크린쿼터를 현행 73일로 유지키로 한 데 대해 영화계도 반발이 거세다. '문화침략 저지 및 스크린쿼터 사수 영화인대책위원회(이하 '영화인 대책위') 양기환 대변인은 "원천 무효다. 동의할 수 없다"며, "원천무효 투쟁까지 막으면 노무현 정권 퇴진 운동까지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영화산업 중장기발전계획'으로 한국 영화를 지원하겠다는 문화관광부 정책에 대해서도 양기환 영화인대책위 대변인은 "캐나다나 수없이 많은 나라가 미국과 FTA하면서도 문화 분야는 다 뺐다"며 "스크린쿼터 축소해놓고 영화산업 중장기 발전계획 운운하는 것은 식중독 걸린 환자한테 무좀약 주고 괜찮다고 하는 거"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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