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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수는 밀가루로 만들고 국시는 밀가리로 맹근다’ 책의 표지
ⓒ 커뮤니케이션북스
비가 부슬부슬 오는 날 뜨끈한 수제비는 우리의 구미를 당긴다. 요즘이야 간편한 라면이 수제비의 자리를 빼앗았지만 그래도 가끔 밀가루에 쑥가루와 콩가루를 섞어 감자와 파 따위의 푸성귀를 넣고 끓인 수제비의 맛을 라면이 감당할 수 있을까?

이 우리의 오랜 토종음식 수제비는 지방에 따라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린다. 경기도와 강원도의 ‘뜨데기’, ‘뜨덕국’, 전남에서는 ‘떠넌죽’, ‘띠연죽’, 경남에서는 ‘수지비’, ‘밀제비’, ‘밀까리장국’, 청송 사람들은 ‘다부렁죽’, 예천과 봉화 지방에서는 ‘벙으래기’ 따위로 부른다고 한다.

이렇게 각 지방의 사투리는 정감있고, 구수한 말들이다. 그렇지만 그동안 우리는 사투리가 표준어의 반대말쯤으로 알아 버려야할 것으로 생각해 왔다. 그리고 예전 한때는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좋지 않은 배역이면 으레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라도 사람들이 서울에 와서 사투리를 쓰지 않으려고 무척이나 애를 쓰던 모습을 흔히 보았다.

그러던 것이 이제 사투리의 말맛을 많은 사람이 서서히 느끼고 있는 중이다. 그런 때 경북대학교 백두현 교수가 커뮤니케이션북스를 통해서 <국수는 밀가루로 만들고 국시는 밀가리로 맹근다>란 책을 내놨다.

표준말이란 무엇인가? 사전에는 “한 나라에서 공용어로 쓰는 규범으로서의 언어. 의사소통의 불편을 덜기 위하여 전 국민이 공통적으로 쓸 공용어의 자격을 부여받은 말로, 우리나라에서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로 정함을 원칙으로 한다.‘라고 되어 있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문화어‘라는 말을 쓰고 평양말을 중심으로 노동 계급의 이상 및 생활 감정에 맞도록 규범화한 말이라고 한다.

물론 나라의 표준어를 정하는 것이야 의미가 있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사투리는 없어져야할 말로 푸대접하고, 서울말만 특별대접 받는 것은 결국 우리말의 다양성과 풍부함을 해친다. 그 말은 우리문화 발전의 바탕이 될 언어적 자원도 역시 약화될 것은 분명하다는 뜻이 된다.

그런 점에서 살아있는 문화재, 그 지역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사투리를 연구하고, 보듬어내는 것이야말로 중요한 일일 것이다. 이 책은 특히 사투리 중에서도 경상도 말을 중심으로 사투리의 특성, 어원 그 속에 녹아 있는 문화를 총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다양하고 쫀득한 경상도 사투리를 통해 그 속에 담긴 깊고 구수한 맛을 볼 수가 있게 하는 것이다.

이 책은 물론 경상도 사투리를 중심으로 하지만 같은 뜻의 다른 여러 지방 사투리도 예를 들어주고 있다. 동시에 어원을 밝히려 애를 쓴 것과 글을 재미있게 쓰려 했다는 점에서 칭찬할 만하다.

이 책에서 다룬 사투리들은 수제비 말고도 “소잡아도 개작네”, “가능교?, 가니껴?, 가여?”, “타알라알라”, “고마와 감재”, “지렁 쫑지”, “눈밥과 소디끼", “얄마, 일마, 절마, 글마”, “철무리기”, “엉개난다”, “포시라바”, “디디한 문쫑오” 등 많은 경상도 사투리의 말맛을 보여주고 있다.

사투리뿐만 아니라 뒷부분에서는 많은 사람이 궁금해 할 몇 가지 말들에 대한 이야기가 곁들여 진다. 명절 설의 어원에 대한 여러 가지 주장들의 소개, 대중가요 중 ‘으악새 슬피 우니 가을인가요?’에서의 ‘으악새’가 풀이름인지, 새 이름인지에 대한 분석, 희방사의 우리말로 된 옛 이름이 무엇이었는지 따위의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이 책의 진가를 더욱 높이고 있다.

다만, 이 훌륭한 책에도 옥에 티가 있다면 사투리는 우리 토박이말의 보고인데 대부분의 사투리 어원이 한자에 있는 것으로 본 것이다. 훈민정음이 창제되기 이전 우리 글자가 없었던 탓에 토박이말들의 표기에 한자를 빌린 것인데 이를 거꾸로 본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또 한 가지는 책 속에 많은 사진들이 있는데 내용과 잘 맞지 않아 어색한 점도 지적할 수가 있다.

글쓴이는 책을 마치며 다음과 같이 “사투리는 사투리가 아니다.”라고 강한 강조를 했다.

“이제 사투리가 가지는 다양함과 표현의 풍부함, 발상의 참신함에 사람들이 매료되고 있다. 사투리의 다양성과 풍부함은 표준어로는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새로운 발상의 원천이 되고, 새롭고 독특한 언어표현을 만들어 내고 있다. 사투리가 이러한 힘을 갖고 있는 까닭은 수천 년간 이어져온 우리의 삶과 사고방식, 그리고 전통적 자산이 그 속에 녹아 있기 때문이다.”

글쓴이 백두현 교수는 국어 연구가 전문가의 몫으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대중의 곁으로 다가가야 한다는 인식 속에서 방언사 연구에 매진한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국수는 밀가루로 만들고 국시는 밀가리로 맹근다>를 통해서 시들어가는 사투리의 뿌리에 물길을 대는 구실을 자임하고 있다.

한글 필사본 자료로 그 시대의 삶이나 문화를 연구할 터
[대담] 백두현 교수

▲ 글쓴이 백두현 교수
- 어떻게 한국어 연구를 하게 되었나?
"어릴 때부터 독서를 좋아했고 국어 능력이 탁월하다는 칭찬을 많이 들었다. 그 칭찬이 결국 나를 국어학자로 만든 것이 아닌가 생각하며, 국어학자로서 보람을 느낄 때가 많다. 한국인과 한국문화의 정체성과 보편성을 밝히는 데 우리말보다 더 좋은 소재가 없고, 가장 한국적인 것은 한국어이다. 이 한국어를 연구한다는 데 긍지를 갖고 있다."

- 사투리의 보존과 활용을 위한 방법이 있다면?
"먼저 사투리 속에 존재하는 우리말 어휘를 작품 속에서 살려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또 7차 교육과정에서는 학교 교육의 ‘지역화’를 중시하는데 지역화의 일환으로 향토의 방언과 방언으로 표현되는 문화에 대한 교육을 위해 단원을 국어과 안에 설정할 필요가 있다. 사투리는 우리말의 보고이고 지역문화를 담아내는 그릇이기 때문에 이것을 가꾸고 지켜 나가는 것이 우리말과 우리문화의 토대를 튼튼히 하는 기초이다.

그뿐만 아니라 사투리의 범위를 넘어서 전국 규모의 생활언어 조사가 필요하다고 본다. 국가사업으로서 구술생활언어를 조사하여 대규모의 음성자료 및 문자자료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사투리를 위한 사업이라기보다 국어를 더 폭넓은 관점에서 접근하고 연구하는 기초를 쌓는 일이다."

- 희방사의 옛 이름에 대한 연구는 사투리 이야기보다 더 의미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이렇게 한자 고유명사의 원래 옛 이름 찾는 일을 할 생각은?
"‘박혁거세’의 이름이 ‘세상을 밝게 다스림’의 뜻이 있음을 일반인들은 잘 모른다. 새로운 연구도 중요하지만 이미 이론의 여지없이 확실하게 밝혀진 사실을 널리 알리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기존 성과를 쉽게 풀어써서 대중들에게 접할 수 있도록 가공하는 작업을 누군가가 해야 한다.

또 새로운 연구도 계속되어야 하는데 삼국유사에 나오는 인명 ‘달달박박’과 ‘노힐부득’은 아직 그 어원을 전혀 모르고 있다. 삼국유사에 뜻이 설명되어 있지만 국어 어형과 연관짓기가 매우 어렵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지명 등에 이런 소재가 많이 있는데 이에 대한 새로운 연구가 요청되며, 이에 대한 노력을 할 것이다."

그는 대담을 마치며 요즘 한글 필사본 자료를 중점적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필사본 자료에는 인쇄된 판본에 나타나지 않은 언어와 사연들, 삶의 모습이 들어 있다는 생각에 우리말 연구를 언어 그 자체에 그치지 않고 그 시대의 삶이나 문화와 연관지어 연구해 볼 계획임을 얘기한다. 또 그는 이 연구가 깊어지면 주요 내용을 일반 대중들이 가까이 할 수 있도록 쉬운 책을 만들어 볼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 김영조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골아이고향☜ 에도 송고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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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