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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전철을 타고 지쉐이탄(積水潭) 역에서 내려 5분 정도 걸으면 중국 현대화단의 개혁가이자 대표주자인 쉬베이홍(徐悲鴻) 기념관이 있다. 특히 가을에 이곳을 찾으면 익어가는 감나무 아래 팔레트를 들고 서 있는 쉬베이홍의 동상이 멋드러진 풍경으로 반겨준다.

▲ 베이징에 있는 쉬베이홍기념관 입구
ⓒ 김대오
쉬페이홍은 1895년 장쑤(江蘇)성의 가난한 화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13살부터 아버지를 따라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그는 17살에 아버지의 중병으로 여덟 식구의 생계를 자신의 서화를 팔아 직접 챙겨야 했다. 10km가 넘는 길을 걸어 다니며 학교에서 그림을 가르치기도 하였다. 이때 자신의 처지가 “참을 수 없는 슬픔 가운데에서 애처롭게 우는 기러기와 같다(不禁悲從中來,猶如鴻雁哀鳴)”고 하여 본명인 ‘서우캉(壽康)’을 스스로 ‘베이홍(悲鴻)’으로 개명했다.

이후 1917년 일본을 방문하고 그 해 돌아와 베이징대학에서 강사로 일하다가 1919년 차이위엔페이(蔡元培)의 추천으로 프랑스 유학을 가게 된다. 쉬베이홍은 루브르 박물관에 하루 종일 틀어박혀 라크루아, 렘브란트와 같은 거장 화가들의 작품을 모사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1927년 귀국한 쉬베이홍은 국립중앙대학 예술과 교수가 되는데 자신처럼 가난한 집안에서 자라 학위가 없는 치바이스(齊白石)를 초빙교수로 모셔 와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 쉬베이홍기념관에 전시되어 있는 <질주하는 말>그림.
ⓒ 김대오
쉬베이홍의 출세작이자 대표작은 뭐라 해도 그의 ‘말(馬)’그림이다. 이중섭이 ‘소(牛)’ 그림을 통해 일제치하 우리 민족의 설움과 압제에 굴하지 않는 역동적인 저항의 힘을 보여주었다면 쉬베이홍 역시 말그림을 통해 근대 중국의 아픔과 비애 그리고 중화인민공화국 탄생 이후의 광명과 질주에 대한 염원을 표현하였다.

6·25전쟁으로 이북 고향을 떠나 월남하여 이산가족으로 짧은 생을 살다간 이중섭과 한국전쟁에 참전한 중공군을 위문하기 위하여 <질주하는 말(奔馬)>을 전장으로 보내는 쉬베이홍은 또 묘한 대조를 보이기도 한다. 쉬베이홍기념관의 1층 전시관에 있는 이 <질주하는 말(奔馬)> 그림에는 90만위엔(1억2천만원)의 감정가가 붙어 있다.

쉬베이홍은 전통적인 중국화의 필묵을 더욱 강조하면서도 서양의 비례, 투시, 해부의 법칙을 도입하여(以西潤中, 서양화로 중국화를 더욱 풍부하게 한다) 중국화를 근대화하여 집대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화인민공화국 성립 이후 전국문예공작자 주석 등으로도 활동하는 쉬베이홍은 사회주의적 사실주의에 입각하여 현실적인 전쟁영웅과 노동자에 대한 그림뿐만 아니라 고전적인 화조, 전설 등도 다루며 소재를 다양화한다.

쉬베이홍은 1956년 9월 26일 뇌출혈로 죽기 직전에 마오쩌둥에게 말그림 두 점을 선물하는데 하나는 “침묵을 깨고 스스로 일어나 고개를 드니 바라보는 곳마다 광명이 비치는구나”는 부제가, 다른 하나는 “산하의 전쟁을 민주(民主)로 돌아오게 하니 산을 깎아 큰 길을 만듬이로다”라는 부제가 붙어 있었다고 한다. 권력에 아부하는 듯한 느낌도 없진 않지만 말그림을 통해 과거 역사적 비극을 딛고 일어서 미래를 향해 드높은 기상으로 질주할 것을 염원한 쉬베이홍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쉬베이홍기념관을 나와 동편으로 10분쯤 가면 중국의 전통문화가 숨쉬는 스샤하이(什殺海)가 있는데 산책을 하거나 인력거를 타고 후통(胡同, 베이징의 전통 골목)를 둘러 보는 것도 좋고 근처 송칭링(宋慶玲), 궈모뤄(郭沫若) 기념관을 들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데일리차이나]는 그날 그날의 중국 근현대 소사(小史)를 전하며 중국 역사 속의 오늘의 의미를 되새겨 보려고 합니다. 이 글은 국정넷포터에도 함께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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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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