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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겹살 가격이 1년 전에 비해 20∼30%나 올랐다. 이 때문에 '삼겹살'이 '금겹살'이 됐다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 김규환

3월 3일은 '삼겹살 데이'다.

2003년 구제역 파동으로 어려워진 양돈농가를 돕기 위해 삼겹살을 많이 먹자는 취지로 축산업계가 만든 날이다.

삼겹살은 돼지고기 부위 가운데 지방 함량이 가장 많은 부위이다. 별로 인기 없는 '비계'로 인식됐기 때문에 서양에서는 소금에 절인 삼겹살을 훈제 가공해서 '베이컨'(bacon)이라는 이름으로 팔곤 했다.

국어사전에 '삼겹살'이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도 94년이 처음이다. 등심, 안심, 안창살, 양지머리, 도가니 등 쇠고기 부위를 지칭하는 단어가 수십 가지에 이르는 데 반해 돼지고기와 관련된 단어는 '비계'와 '족발'이 전부인 시절이 있었다.

비계덩어리 정도로 인식되던 삼겹살을 서민들의 인기식품으로 만든 데에는 개성 상인들의 공이 크다. 상술에 뛰어난 개성 사람들은 살코기에 비계덩어리가 달려있는 돼지를 키운 게 아니라 새로운 품종으로 개량했다. 돼지에게 섬유질이 적고 영향가 높은 사료를 바꿔 먹인 결과, 비계 끝에 다시 살이 생기고 그 살 끝에 다시 비계가 붙게 하는 방식으로 육질을 개선한 '삼겹살 돼지'를 만들어낸 것이다.

사실 '삼겹살'이라는 용어도 우리 어법과 맞지 않다. 우리말로 개수를 셀 때 '한 개·두 개...'라고 하지, '일 개·이 개'라고 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어법상으로는 '세겹살'이라고 부르는 게 마땅하고 실제 80년대 초반까지는 '세겹살'로 많이 불려졌지만, 오늘날 '삼겹살'로 불리게 된 데에는 개성상인들의 역할이 있었다. 인삼의 본고향인 개성의 삼(蔘)을 세겹살의 삼(三)에 매치시키려고 삼겹살이라고 부른 것이 오늘날의 삼겹살로 굳어진 것이다.

'삼겹살에 소주 한 잔'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서민들의 사랑을 받는 삼겹살이지만, 예전처럼 부담 없이 먹기는 힘든 모양이다. 작년 광우병 파동을 겪은 후 농가별 사육돼지 수가 줄어드는 바람에 거꾸로 올해 들어 수요가 높아졌다고 한다. 백화점·할인매장 등 유통업계에 따르면, 삼겹살 가격이 1년 전에 비해 20∼30%나 올랐다. 이 때문에 '삼겹살'이 '금겹살'이 됐다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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