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 후보가 여고생들을 가르켜 "빠순이 부대…"라고 지칭해 물의를 빚고 있다.

이 후보는 15일 스승의날을 맞아 서울 은평구 대조동 동명여자정보산업고등학교를 방문해 일일교사로 강의를 했다. 350여 명의 여학생들이 모인 강당.

이 후보는 불쑥 "여러분들을 보니 명랑하고 '빠순이 부대'가 많은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말을 이었다. "우리 당에도 많아요. 지방 돌아다녀보면 오빠부대 많아요. (저는) 오빠가 아니라 '늙빠'지. 늙은 오빠…."

어린 여학생들과 첫 대면에서 분위기를 좋게 하기 위해 던진 농담이건만 분위기는 그렇지 않았다. 학생들은 술렁거렸다. 이 후보는 인기스타를 쫓아다니며 "오빠∼"를 외치는 '10대 오빠부대'를 지칭하는 뜻으로 '빠순이'를 썼지만, 보통 이 단어는 술집 여종업원을 가리키는 속어로 쓰인다. 예기치 않게 썰렁한 분위기가 형성되자 이 후보는 급히 화제를 바꿨고 강연은 이후 별 탈 없이 진행됐다.

'빠순이' 발언이 물의를 빚을 것으로 보이자 한나라당은 급히 진화에 나섰다. 강연 후 이 후보를 수행했던 보좌진은 동행했던 취재기자들에게 비보도를 요청했다.

한나라당을 출입하는 한 중앙일간지 기자는 "이 후보측에서 강연 직후 말실수이고 해프닝인데, 정치인이 욕한다고 그 욕을 다 쓰지는 않지 않느냐며 보도하지 말 것을 강하게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 후보 측 설명에 의하면 그 발언은 이 후보의 생각이 아니라 정병국 의원이 어린 여학생들과 금세 친해지는 방법으로 적어준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 후보의 발언은 <대한매일>에 보도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민주당은 16일 논평을 통해 "아무리 어린 학생들의 마음얻기가 다급해도 그렇지, 어떻게 학생들에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김현미 부대변인은 '이 후보의 생각이 아닌 조언해준 내용'이라는 한나라당의 해명에 대해 "그러니까 이회창 후보는 보통 서민들의 용어를 모르는 사람"이라며 "이런 모두가 이 후보가 억지 위장 쇼를 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시장에서 오이를 씻지 않고 먹는 게 무슨 대단한 서민행보인 양 선전을 하는데, 진짜 서민들은 오이를 씻어서 먹는다. 농약 때문에 누가 그것을 흙이 묻은 채로 먹느냐"며 이 후보의 최근 '서민화 전략'을 비판했다.

태그: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