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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생의 집단 등록 거부를 가져온 의왕 정원고 사태가 신입생 전원에 대해 전학이 끝나고 내년 3월부터 특수목적고인 외국어고로 전환이 발표된 가운데 교사들의 성명과 재학생.학부모.동문들의 시위가 이어지는 등 새로운 양상으로 확대되고 있어 파문이 일고있다.

지난 9일 정원고 재학생 학부모와 동문 등으로 구성된 '정원고살리기 추진위원회' 50여 명은 교정에 모여 모교를 살려내자고 결의한 데 이어 오후수업을 포기한 300여 명의 재학생들까지 가세해 경기도교육청으로 항의시위를 갔으나 경찰에 저지 당하자 의왕시청으로 몰려가 외국어고 전환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에앞서 지난 8일 정원고 재학생 학부모와 동문들은 정원고살리기 추진위원회(위원장 최병희)를 구성하고 발표한 "정원고 학부모는 분노한다!" 성명에서 도교육청은 관선이사를 파견해 그동안 학교운영을 파행적으로 이끌어 온 재단의 책임을 묻고 특별감사를 통한 투명하고 안정된 학사운영이 이루어지도록 할 것과 특수 목적고 전환을 전면 백지화할 것을 주장했다.

또한 미등록 신입생들에게 회유책으로 제시한 모든 조건들을 재학생들에게 동등 하게 부여할 것과 신입생의 전학을 허용함에 따른 체육특기자 전형 학생들과 잔류 학생들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을 제시하고, 학부모.교사.지역인사로 구성된 학교 발전 위원회를 구성해 학교 발전안을 전폭 수용하여 지원하고, 정원고 인근에 위치한 소년원을 조속히 이전할 것을 요구하였다.

이어 추진위원회는 학부모들의 정당하고 교육적인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일어나는 모든 문제는 재단과 경기도 교육청에 있음을 엄숙히 경고한다고 말하고 재단과 경기도 교육청은 이성을 갖고 정원고 사태를 조속히 해결하기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또한 정원고 교사들은 10일 전교조 경기지부 군포의왕지회 정원고등학교 분회 명의로 발표한 "우리의 결의"에서 지금까지의 비교육적 상황에 의해 가슴이 멍들고 찢어지고 만신창이가 된 정원고에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신감의 새싹, 희망의 새싹이 하나씩 자라고 있었는데, 오늘 무참히 꺾인 그들의 모습을 우리 교사는 손놓고 바라보아야만 하고 우롱당한 우리들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특히 그동안 학생들의 마음이 얼마나 불안하고 답답했겠는가? 라며 그동안 아팠던 가슴, 불안감, 답답함이 터져 그 누구의 도움도 없이 학교에 대해 스스로 고민하고 판단하여 교실 밖으로 뛰쳐나와 학부모들의 분노와 졸업생들의 항의와 함께 모교를 지켜내려는 그들의 작고 간절한 바램을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교사들은 이제는 우리가 나설 것이라고 말하고 학생들이 학교 밖을 나온 이상, 그냥 손놓고 앉아 있을 수는 없으며 모든 것을 잃었지만 교사로서 학생들만은 지켜야 한다는 최소한의 양심으로 우리는 그들에게서 다시 믿음과 신뢰를 되찾기 위해 학생들을 교실에 앉히고 정원고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설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원고 교사들은 지난 6일 평준화의 원칙을 휴지조각처럼 내팽개 친 도교육청과 무능재단은 모든 책임을 학생들의 학습 능력 부족과 교사의 무능함으로 돌리고 있으며 비교육적 상황으로 인한 최대의 피해자인 정원고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사들을 배제한 상태에서 희생을 강요하며 정원고를 평준화에서 제외하면서 특목고로의 전환을 결정해 버리는 무책임한 작태를 벌였다고 주장하며 성명을 발표하였다.

교사들은 교육청과 무능재단은 더 이상 정원고의 학생과 교사를 우롱하지 말라고 말하며 특목고 전환을 전면 백지화 시킬 것과 부실한 학교행정으로 파행적 학사운영을 초래한 무능재단 이사진은 물러나고, 관선이사 파견을 요청하여 학교 운영을 정상화 시키고, 학부모.교사.지역인사로 구성된 학교 발전위원회를 구성해 학교 발전방안과 앞으로의 대책을 공동으로 논의할 수 있도록 조치할 것을 요구하였다.

덧붙이는 글 | [정원고 학부모는 분노한다! ]

경기도 교육을 총 책임지고 있는 경기도 교육청의 정원고 사태 해결 방안의 졸속과 비민주성, 비교육적 처사에 대해 학부모들은 분노한다. 

1. 해결방안의 졸속과 비민주성 
이번 사태를 해결하는 기본 골격은 기피학교로서의 정원고등학교를 경기외국어고등학교(이하 외국어고)로서의 전환으로 해결하자는 것이다. 등록마감 유예기간 이틀 전인 28일부터 외국어고로의 전환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외국어고로의 전환은 법적 등록 마감일인 3월 30일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해 당사자인 학부모, 재학생, 교사, 동문들을 전혀 배재하고 경기도 교육청은 재단에 압력을 넣어 합의가 이루어졌다. 이해 당사자들과 어떠한 사전 양해없이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짧은 시간 내에 이루어지다 보니 파생될 문제점에 대한 논의나 대책은 전혀 없이 이루어졌다. 

2. 외국어고로의 전환이 불러온 문제점 
가. 학교 이미지가 최악으로 떨어진 가운데 경기 외국어고등학교로 이름만 바꾸면 2003학년도에 신입생을 확보하기가 쉽겠는가? 모집정원의 10%를 채울 수 있을까? 아마도 학생이 모집된다 해도 인문계는 못가고 실업계에 갈 수밖에 없는 학생들 중 그래도 실업계보다는 인문계에 가려는 성적 낮은 학생들 몇 명 일 뿐으로 예상된다. 그렇게 된다면 외국어고로서의 면모가 서겠는가? 그렇게 되면 얼마나 추한 모습일까? 

나. 그동안 의왕 학부모들은 자신의 목적인 전학을 위하여 얼마나 정원고 흠집내기에 열을 올렸는가? 갖은 비난과 소문들로 2,3학년 재학생들은 더 이상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고 상처받은 재학생들은 이제 외국어 고등학교로 전환되어 모교마저 잃어버리게 되었다. 집단 따돌림을 감수하고 원칙을 준수하여 용기있게 정원고에 입학한 36명에 대한 배려 또한 전혀 없었다. 의왕의 추가 등록자와 36명이 전학을 통해 같은 학교에 배정되었을 때 학생간의 심리적 상태, 1개월간 정들었던 교복을 벗고 또 다른 학교 교복을 다시 사서 입고 전학해야하는 그들의 심리적인 부담감은 어떻겠는가? 

다. 외국어고로의 전환에 대한 의견 수렴없이 전격적으로 합의가 이루어진데 대하여 학부모, 재학생, 교사, 동문 및 지역사회의 의왕시민 조차 재단뿐만 아니라 경기도 교육청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일부 재학생 학부모들은 전학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대학입시를 앞둔 학생의 학부모들은 재단의 민주적 경영을 요구하고 있다. 동문들은 사태의 추이를 보고 있으며 유사시에는 경기도교육청을 점거하려고 하고 있으나 자제를 요청하고 있다. 또한 의왕시민은 지역사회의 교육발전에 암담함을 느끼고 있다. 
교사들은 경기도 교육청이 교육적 입장에서 원칙을 지켜줄 것을 믿고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학생지도를 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칙을 벗어난 미봉책에 불과한 외국어고로의 전환으로 결론이 나자 실망의 빛이 역력하다. 정원고의 희망 중에 하나가 교사들의 열성이었는데 과거의 그 열성을 볼 수 있을지 학생을 맡긴 학부모로서 회의적이다. 

3. 우리는 분노한다. 
우리는 지난 3월 30일부터 학교 교장실을 점거하고 전학 배정원서의 날인을 저지해 왔다. 학교장도 우리 학부모의 요구를 받아들여 학부모 동의 없이는 날인을 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4월 4일 밤 우리의 행정실 앞 철야 농성에도 불구하고 전학 배정원서에 직인을 날인하여 원서를 빼돌려 전달하였음이 다음날 아침에 확인되었다. 
이에 우리는 무책임한 교육청의 미봉책에 분노하며, 일방적으로 약속을 파기한 것에 대해 재단과 학교장에 대해 분노한다. 

4. 우리의 요구 
우리는 이러한 상황에서 교육청과 재단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관선이사를 파견하라. 
그동안 학교운영을 파행적으로 이끌어 온 재단의 책임을 묻고 특별감사를 통 한 관선이사 파견으로 투명하고 안정된 학사운영이 이루어지도록 하라. 
2. 특수 목적고 전환을 전면 백지화하라. 
3. 미등록 신입생들에게 회유책으로 제시한 모든 조건들을 재학생들에게 동등 하게 부여하라. 
4. 신입생의 전학을 허용함에 따른 체육특기자 전형 학생들과 잔류 학생들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을 제시하라. 
5. 학부모, 교사, 지역인사로 구성된 학교 발전 위원회를 구성하고 그 위원회 가 제 시하는 학교 발전안을 전폭 수용하여 지원하라. 
6. 소년원 이전을 조속히 실시하라. 

우리 학부모들의 정당하고 교육적인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일어나는 모든 문제는 재단과 경기도 교육청에 있음을 엄숙히 경고한다. 재단과 경기도 교육청은 이성을 갖고 정원고 사태를 조속히 해결하기를 강력히 요구한다. 

2002년 4월 8일 

정원고 살리기 추진위원회 위원장 최병희 


[ 우리의 결의 (정원고 교사들) ]

지금까지의 비교육적 상황에 의해 가슴이 멍들고 찢어지고 만신창이가 된 정원고 학생과 학부모 졸업생들이 오늘 학교를 살리기 위해 모였다. 질 낮은 학생, 무능한 부모의 낙인이 하나씩 찍혀 아파 보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 아이들의 마음에 열등의식이 거두어 지고 자신감의 새싹, 희망의 새싹이 하나씩 자라고 있었는데, 오늘 무참히 꺾인 그들의 모습을 우리 교사는 손놓고 바라보아야만 했었다. 교사의 삶이 아이들과 만나고 아이들의 삶이 교사의 삶 속에 파고들 때 교육은 가능한데 우롱 당한 우리들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우리가 손놓고 있는 동안 우리 아이들은 얼마나 가슴아파했겠는가? 우리들의 입이 닫혀 있는 동안 우리 아이들의 마음이 얼마나 불안하고 답답했겠는가? 그동안 아팠던 가슴, 불안감, 답답함이 오늘 드디어 터져 나왔으리라. 아이들이 그 누구의 도움도 없이 학교에 대해 스스로 고민하고 판단하여 교실 밖으로 뛰쳐나왔다. 학부모들의 분노와 졸업생들의 항의와 함께 모교를 지켜내려는 그들의 작은, 그러나 간절한 바램이 터져 나온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당당하게 그들을 막을 수 없었다. 우리 아이들이 수업을 거부하고 밖으로 나가는데도 우리는 그들을 설득할 수 없었다. 우리를 향해 삿대질하는 학부모들 앞에서 우리는 "이러면 안됩니다."라는 말 밖에는 그 어떤 말도 찾을 수 없었다. 아니 '이러면 안됩니다'라는 말조차 할 수가 없었다. 성적에 의해 줄 세워지는 비교육적 환경 속에서 마음의 상처를 입고, 꿈도 빼앗기고 희망도 짓밟혀, 한창 피어나야 할 나이에 패배감과 열등감에 주눅들어 지내는 아이들, 그 누구보다도 교육적 관심이 필요한 아이들이 스스로 학교를 되찾겠다고 일어났는데, 그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우리가 그들에게 할 수 있는 말이 무엇이 있겠는가? 

부끄럽다. 학교를 이 지경으로 만든 우리는 참으로 부끄럽다. 졸업생들을 볼 때, 원망의 눈으로 바라보는 학부모님들을 볼 때, 무엇인가 도움을 바라는 듯한 아이들의 애처로운 눈빛을 대할 때, 우리는 고개를 들 수가 없을 만큼 부끄럽다. 그래서 이제는 우리가 나설 것이다. 학생들이 학교 밖을 나온 이상, 그냥 손놓고 앉아 있을 수는 없다. 학생들을 교실 책상 앞에 앉히고, 그들 대신 우리가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모든 것을 잃었지만 교사로서 학생들만은 지켜야 한다는 최소한의 양심으로 우리는 그들에게서 다시 믿음과 신뢰를 되찾을 것이다. 어둠 속에서도 곧은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폭포 소리처럼 불의와 약한 사람 위에 군림하려는 그들을 향해 외칠 것이다. 그리고 당당해질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아이들을 삶의 주인이자 교육의 주체로 다시 세워줄 것이다.. 우리는 그들의 상처를 씻어내고 다시 머루 빛 눈망울을 재생시켜 줄 것이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소박하고도 해맑은 들꽃으로 피어나게 해줄 것이다. 친구를 만나고, 사람다움을 배우고, 서로 아끼는 것을 배우고, 자기 삶에 대한 사랑을 배우고, 자기의 소망을 이루는 정성을 배우는 삶의 공간인 그들만의 학교를 다시 찾아 줄 것이다. 더 이상 우리 아이들이 교실 밖으로 뛰어나가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다. 

전 교 조 경 기 지 부 
군포의왕지회 정원고등학교 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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