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사상 월드컵 첫 골을 넣은 문타리

카타르 사상 월드컵 첫 골을 넣은 문타리 ⓒ EPA/연합뉴스

 
보통 FIFA 월드컵에서는 개최국이나 개최한 대륙의 팀들이 상대적으로 선전하는 편이다. 이전까지 21번의 월드컵 중 개최국이 우승한 사례만 해도 6번(1930, 1934, 1966, 1974, 1978, 1998)이며 개최 대륙에서 우승 팀이 나온 사례도 15번이나 된다.

아시아에서 열렸던 2002년 대회에서도 개최국이었던 대한민국이 최종 4위, 일본이 16강에 진출하면서 개최국의 선전 사례를 증명하기도 했다. 이는 자연지리적으로 다른 대륙 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응이 쉬운 개최 대륙 팀들이 유리하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 대회에서도 사우디아라비아가 아르헨티나를 격파한 것을 시작으로 다음 날 일본이 독일을 격파했으며, 그 다음 날 대한민국도 우루과이를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승점을 획득했다. 25일(한국 시각)에는 이란이 웨일스를 격파하며 16강 진출에 대한 희망을 살렸다.

역대 2번째 조별 리그 광탈한 개최국 카타르

그런데 다른 아시아 팀들의 선전 속에서 유난히 눈에 띄게 부진한 팀이 있다. 바로 이번 대회의 개최국 카타르다. 정작 홈 팬들의 응원을 받으면서도 개최국의 이점을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다.

카타르 대표팀 선수들은 개막전을 앞두고 경기장에 입장할 때부터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경기 중 실수를 연발하며 남아메리카 예선 4위 팀이었던 에콰도르를 상대로 무기력했다. 결국 카타르는 월드컵 첫 경기를 패배한 개최국이라는 불명예 기록을 썼다.

조별 리그 두 번째 경기였던 세네갈과의 경기에서도 카타르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경기 후반 한 점을 만회하면서 카타르의 월드컵 역사상 첫 골을 넣기는 했지만, 1-3 패배를 막지 못했다.

바로 이어졌던 A조의 다른 경기에서 네덜란드와 에콰도르는 두 팀이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네덜란드와 에콰도르가 승점 4점을 확보하면서 카타르는 남은 3차전 결과와 관계 없이 16강 진출에 실패하게 됐다. 카타르가 3차전에서 승리하더라도 두 팀의 승점을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월드컵 본선에서 개최국이 첫 라운드를 통과하지 못한 첫 번째 사례로는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이 있다. 당시 남아공은 개막전에서 멕시코와 무승부를 기록한 데 이어 2차전에서 우루과이에게 패했고, 3차전에서 프랑스를 상대로 승리했으나 골 득실에서 멕시코에게 3골 차이로 밀리면서 A조 3위에 머물렀다.

그래도 2010년 남아공은 3경기에서 승점 4점을 획득하면서 할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했고, 마지막 경기에서 프랑스를 꺾으면서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카타르는 개막전과 두 번째 경기에서 모두 졸전을 보이면서 홈팬들이 크게 실망하여 경기가 끝나기도 전에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모습까지 보였다.

특히 카타르는 조별 리그가 모두 끝나기도 전에 남은 경기들 결과에 관계 없이 조별 리그 광탈을 확정하게 되면서, 이 부분에서 역대 최초라는 불명예 기록을 같이 작성했다. 월드컵 본선 첫 출전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잔치를 열어 놓고 손님들이 잔치를 즐기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하는 주인의 모습이 된 것이다.

역사상 가장 경기력이 부족했던 개최국 카타르

사실 카타르는 이전까지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남아공의 경우 인종 차별 정책(아파르트헤이트)으로 인해 한동안 월드컵 출전이 금지되었던 점을 감안한다 쳐도 1998년에 첫 출전하여 어느 정도 경험을 쌓고 월드컵을 개최했다.

카타르는 AFC 아시안 컵에서도 그 동안 큰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던 팀이었다. 1980년 대회에서 첫 출전했고, 8강에 진출했던 적이 두 차례 있었다. 그러다 2019년 대회에서 뛰어난 경기력을 선보였고, 8강전에서 대한민국을 격파한 뒤 여세를 몰아 우승까지 차지한 것이었다.

월드컵 본선도 그동안 인연이 없었다. 아시아 최종 예선까지 진출했던 적이 몇 차례 있었으나 본선 진출의 문턱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던 적도 있었다. 막강한 경제력을 기반으로 월드컵을 유치한 이번 대회를 제외하고 순수 실력만으로 본선에 올라온 적은 아직 없다.

심지어 이번 대회는 개최국 카타르를 제외한 나머지 31팀이 모두 기존에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던 이력이 있는 경험 팀들이었다. 이에 대한 대비 차원에서 카타르는 2021년 북중미카리브 골드컵 대회에 초청국으로 참가하고, 월드컵 유럽 예선 A조 팀들과 친선 경기도 치르는 등 많은 경험을 쌓았지만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되진 못했다.

대회를 앞두고는 6개월 동안 합숙하면서 월드컵 준비에만 몰두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친선 경기를 너무 많이 치르면서 오히려 역효과를 낳았다. 카타르가 대회 준비를 위해 6개월 동안 합숙하면서 치른 친선 경기는 무려 20경기가 넘었다. 그렇다고 해서 강팀들과의 평가전 성적이 좋은 것도 아니었다.

결국 카타르는 개막전에서 이로 인한 체력 문제를 노출했다. 에콰도르 팀을 상대로 조직적으로 효율적인 압박을 가하지도 못했는데 후반전에 들어와서 주축 선수들의 체력이 계속 떨어진 것이다. 게다가 친선 경기와 비교하여 너무 컸던 월드컵 본선의 중압감은 선수들을 더욱 움츠러들게 했다.

중간에 나가 버린 홈 관중들, 매너에서도 진 카타르

사상 첫 월드컵 본선 출전과 더불어 월드컵 개최라는 기쁨 속에 카타르 홈 관중들은 큰 기대 속에 경기장을 찾았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한 여러 가지 사정들로 인해 카타르가 졸전을 펼치자 개막전부터 카타르의 경기만 보면 경기 화면에 특별한 모습이 잡혔다.

경기 내용에 크게 실망한 카타르 홈 관중들이 경기가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경기장을 나간 것이다. 카타르의 경기들을 보면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경기장의 일부 자리가 크게 비어있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아무리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부진하더라도, 경기가 끝날 때까지 응원에 집중하고 경기가 끝난 뒤 팀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주는 것이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는 관중들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다. 하물며 월드컵 개최국이라는 점에서 더욱 좋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것도 월드컵 대회의 막을 여는 개막전에서부터 홈 관중들은 매너가 결여된 모습을 보였다. 그나마 세네갈과의 두 번째 경기에서 후반 32분 모하메드 문타리(알 두하일)의 골로 월드컵 사상 첫 골을 넣었을 때 박수를 보내기는 했다. 그러나 이 경기에서도 얼마 되지 않아 세네갈의 추가 골이 터지면서 경기 내용에 실망한 홈 관중들은 경기가 끝나기도 전에 경기장을 나가기 시작했다.

다른 아시아 팀들의 선전, 돋보이는 카타르의 부진

카타르를 제외한 다른 아시아 팀들은 상대적으로 아시아에서 월드컵을 개최하는 개최 대륙의 자연지리적 이점을 어느 정도 활용하고 있다. 월드컵 예선 과정에서 서아시아의 더운 기후에 오랫동안 적응을 했던 팀들이기에 이러한 점에서 다른 대륙의 팀들보다 지리적 이점을 크게 누릴 수 있다.

A조 카타르에 이어 조별 리그를 시작했던 B조 이란은 첫 경기에서 잉글랜드를 상대로 2-6 대패를 당했다. 이때만 해도 아시아 팀들이 개최 대륙임에도 불구하고 대회에서 전체적으로 부진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다만 이란이 잉글랜드에게 대패를 당했던 것은 경기 초반 골키퍼 알리레자 베이란반드(페르세폴리스)의 갑작스런 부상으로 팀 분위기가 크게 흔들렸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실제로 이날 경기에서의 골들은 모두 베이란반드가 부상으로 교체된 이후에 나온 것으로 이란의 팀 분위기가 급격히 흔들렸던 상황이었다.

그래서였는지 이란은 마음을 다잡고 웨일스와의 조별 리그 두 번째 경기에 임했다. 웨일스가 1958년 스웨덴 대회(8강 진출) 이후 무려 54년 만에 출전했기에 경험이 부족했고, 이란은 후반전 경기를 주도하며 웨일스 골키퍼의 퇴장으로 상대 팀 분위기가 혼란스러운 점을 노려 2-0 승리를 거뒀다.

웨일스가 아시아 팀을 얕보고 경기에 임하며 골키퍼의 퇴장으로 자멸한 것도 있었지만, 이란은 첫 경기 대패의 충격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그 결과 이란의 월드컵 역사상 최초로 유럽 팀을 상대로 본선에서 승리한 것이다. 이란은 미국과의 다음 경기 결과에 따라 사상 최초로 16강 진출도 바라볼 수 있다.

C조 사우디아라비아는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수비 라인을 견고하게 구축하며, 아르헨티나의 공격수들을 상대로 오프사이드를 효과적으로 유도했다. 그 결과 아르헨티나는 리오넬 메시(파리 생제르망)의 페널티 킥으로만 득점하며 단 하나의 필드 골도 기록하지 못했다(2-1 사우디 승리).

E조 일본도 독일을 상대로 2-1 역전승을 거뒀다. 독일은 일본보다 체력적으로 우위에다 페널티 킥으로 점수를 먼저 냈음에도 불구하고 자만했다. 아르헨티나와 마찬가지로 추가 득점에 실패하며 불안한 리드를 이어가다 역전패를 당했다. 스페인이 코스타리카를 7-0으로 대파함에 따라 독일은 바로 다음 경기인 스페인과의 경기를 더 큰 부담 속에 준비하고 있다.

H조 대한민국도 우루과이를 상대로 점유율에서 밀리지 않는 경기력을 선보였다. 비록 득점 없이 0-0 무승부를 기록했으나, 그 동안 월드컵 본선에서 상대 전적 2패로 밀렸던 팀을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클린 시트로 승점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었다.

마지막까지 분발이 더 필요한 호주와 카타르

D조 호주는 프랑스와의 첫 경기에서 1-4 대패를 당했다. 다른 아시아 축구 연맹(AFC) 팀들과는 다르게 호주는 역대 월드컵 우승 경험 팀을 상대로 한 번도 이긴 적이 없는 징크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프랑스와의 경기 패배까지 합하면 통산 7전 전패의 기록이다.

그래도 호주는 다음 경기 상대인 튀니지를 상대로 승리한다면, 이란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16강 진출에 대한 희망을 걸어 볼 수는 있다. 3차전 마지막 상대가 덴마크라는 점이 다소 부담스러운 요소이긴 하지만, 그래도 튀니지를 상대로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하는 모습을 통해 자신들을 응원하는 자국 국민들에게 희망을 보여줘야 한다.

그러나 이미 조별 리그 탈락이 확정된 카타르는 암울하다. 3차전 상대는 A조에서 가장 강한 전력으로 평가되는 네덜란드이기 때문이다. 네덜란드는 월드컵 준우승만 3번을 차지한 적이 있는 강팀이다. 이번 월드컵 조별 리그에서는 세네갈에게 승리했지만 에콰도르와 무승부를 기록했다.

네덜란드는 골득실 차까지 에콰도르와 똑같은 상황에서 페어 플레이 점수에서 근소한 우위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동시에 열릴 에콰도르와 세네갈의 경기 흐름에 관계 없이 카타르를 상대로 전력을 다해 경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카타르의 입장에서는 이미 탈락이 확정된 상황에서 더 많은 실점을 각오해야 하는 상황이다.

승패에 관계 없이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경기에 임하는 것은 경기장을 찾아오는 팬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이미 조별 리그 광탈은 확정되었지만, 마지막 경기에서 카타르 관중들에게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통해 팬심을 회복하고 다음 대회에 대한 희망을 보여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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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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