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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지난 10월 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찰청, 도로교통안전공단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해 윤희근 경찰청장에게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지난 10월 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찰청, 도로교통안전공단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해 윤희근 경찰청장에게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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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서면브리핑으로 "함께 슬퍼하고 위로해야 할 국가 애도의 기간, 대통령은 출근길 도어스테핑을 하지 않기로 결정내렸다"고 알렸다. 같은 날 오전,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의 책임회피성 발언 논란을 묻는 취재진에 "지금은 추궁의 시간이라기보다는 추모의 시간"이라고 답했다. 모두 '질문을 받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비슷한 장면은 8년 전 세월호 참사 때에도 있었다. 당시 대학생이던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비례대표)은 "현재 정부의 태도는 가만히, 조용히 슬퍼만 하라는 식이지만 나는 그들이 원하는 것처럼 가만히 있을 수 없다"며 정부를 비판하기 위한 '침묵시위'를 진행했다. 그로부터 8년 후, 또다시 많은 시민들이 무고하게 목숨을 잃은 이태원 압사 참사가 발생했다. 이번에도 여권은 '추모가 먼저'라고 말하고 있다.   

용 의원은 1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여전히 국민들에게 가민히 있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핼러윈은 매년 있던 행사 같은 것"이라며 "그런데 왜 올해 특별히 이런 참사가 발생했을까? 국민들이 가장 궁금한 지점이다. 그렇게 질문해야 할 책임이 기자, 의원들에게 있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정부는 다른 의견이나 의문을 단 하나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면서 박근혜 정부와 닮은꼴이라고 비판했다.

"또 혼자 슬퍼하길 요구... 여전히 '가만히 있으라'는 것"
 
10월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앞에 마련된 이태원 압사 참사 희생자 추모공간에서 내외국인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10월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앞에 마련된 이태원 압사 참사 희생자 추모공간에서 내외국인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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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정부가 추모를 내세워 침묵을 강요하고 있다'며 침묵시위로 항의했다. 현재 정부·여당에서 '추모 먼저'라고 말하는 모습에서 기시감을 느낀다는 사람들도 있는데.

"맞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추궁이 아닌 추모의 시간'이라 하고, 행정안전부에서 각 지방자치단체에 '분향소를 실내에 설치하라'는 지침을 내려 보냈다는 언론보도도 있지 않았나. 세월호 당시 정부가 사람들이 각각 혼자 추모하고 슬퍼하며 끝나길 바란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전국민적인 상처이자 트라우마인데 그냥 개개인들이 혼자 조용히 집에서 슬퍼할 것을 요구하는 국가가 과연 맞는가 싶었다. 이번에도 일련의 장면을 보면서 '여전히 국민들에게 가만히 있을 것을 요구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이 가장 먼저 합동분향소를 찾아서 헌화하지 않았나. 저는 그 장면이 마치 국민들이 아닌 국가, 권력자들이 추모의 주체라는 것처럼 보였다. '국민들은 각자 알아서 조용히 슬퍼하고, 이 사건에 대해선 어떤 다른 말도 하지 말고,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주체는 오로지 정부뿐'이라는. 사실 지금 야당의 입도 다 막아 놓은 상황이다."

- 오늘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보고도 질의가 없다.

"납득하기 어렵다. 행안부장관도, 경찰청장도 기자들 만나서 다 질의응답하고, 본인들이 이런 저런 말을 쏟아내고 있으면서 국회에 와서 질의응답을 하지 않는다? 사고 수습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그렇다면 차라리 현안보고 일정을 미루는 게 맞다. 이 바쁜 사람들 다 불러놓고 보여주기식 쇼하는 것 아닌가. 제가 지금까지 받아본 자료에 따르면 오늘 업무보고에서 특별히 나올 내용도 없고, 언론에 이미 다 공개된 것들인데..."

- 윤 대통령도 국가애도기간인 11월 5일까지 출근길 약식기자회견을 하지 않기로 했다. 결국 질문을 받지 않겠다는 것인데.

"지금 다 그렇다. 어제(10월 31일)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도 '질문에 우리가 다 답변해야 하냐'는 투의 발언이 있었고, 행안위에, 대통령 출근길 약식기자회견 중단까지.

하룻밤 사이에 150명이 넘게 죽었다는 것은 국민들이 납득할 수 없는 참사다. 충분히 추모하고 슬퍼하는 시간은 물론 동시에 설명이 이뤄지는 시간도 필요하다. 그런데 정부는 국민들이 다른 의문들은 전혀 갖지 말고 오로지 슬퍼만 하고, 추모만 하라고 강요하는 모습이다."

"정부대응 공개 적극적이지만... 그러나 윤 정부도 결국 의문 용납 안 해"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에 국무위원들과 방문해 헌화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에 국무위원들과 방문해 헌화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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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이 대통령에게, 정부에게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은 무엇일까.

"핼러윈은 매년 있던 행사 같은 거다. 그런데 왜 올해 특별히 이태원에서 이런 참사가 발생했을까. 예년과 정말 무엇이 달랐는데? 사람들이 많이 와서? 아니면 정말 운이 나빠서? 경찰병력은 대응을 덜했나? 용산구청의 준비가 부실했나? 특히 사고가 일어난 골목은 매우 좁고 위험하다는 점을 사람들이 다 알고 있었다.

저는 이태원을 잘 모르지만, 제 주변에서도 이태원 다녀본 분들은 '거기네'라면서 딱 알더라. 그러니까 예상가능했던 상황에서 예년과 다르게 올해 이런 대참사가 일어난 이유가 무엇인지를 밝히는 게 국민들이 가장 궁금한 지점 같다."

- 그 질문을 기자나 국회의원이 대신 해주길 바랄 텐데.

"그렇게 질문해야 할 책임이 기자, 의원들에게 있다. 그런데 그런 걸 극도로... 윤석열 대통령은 박근혜 정부의 세월호 참사 당시를 봤기 때문인지, 이번엔 대통령이 어떻게 대응했는지 시간대별로 정리해서 공개하더라. 그런 면에선 박근혜 정부에 비해 굉장히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다른 의견이나 어떤 의문을 단 하나도 용납하지 않겠다. 오로지 자신만이 주도권을 쥐고 이 사건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식이다."

- 그 태도가 세월호 참사 때 박근혜 정부와 닮았다는 뜻인가.

"맞다."

"세월호 세대가 이태원 참사 겪어... 막막하다"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원효로 다목적 실내체육관에 이태원 압사 참사 관련 유실물센터가 마련되어 옷, 신발, 가방 등 유실물들이 놓여 있다.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원효로 다목적 실내체육관에 이태원 압사 참사 관련 유실물센터가 마련되어 옷, 신발, 가방 등 유실물들이 놓여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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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를 겪었던 세대가 성인이 돼서 이태원 압사 참사를 겪은 셈이기도 하다. 

"제가 상당히 막막한 부분이다. 당시 20대 초중반이었던 청년부터 고등학생·중학생, 이 세대가 '국가가 나의 안전을 지켜주지 않는다, 각자도생해야 한다'는 것을 세월호 참사의 충격에서 느낀 세대다. 이들은 정치로 뭔가 바꾸거나 내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정치불신이 심한 세대이기도 하다.

그런데 또다시 이런 참사를 통해서... 그냥 일상을 즐기다가 사람들이 죽지 않았나. 다시 '국가 안에서 내가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확신이 없어지고, 공동체 불신이 커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그 세대와 함께 정치운동을 하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고민이 든다."

-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해야 할 텐데.

"일단은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왜 올해 이런 일이 발생했나'를 파악하기 위해서 직전 5년 정도 관련 자료를 (정부에) 요구해놨다. 또 (축제처럼 진행 주체가 없는 상황이라 대응) 매뉴얼이 없었다고 하지만, 제가 봤을 때는 2002년 월드컵처럼 (기존 매뉴얼을) 준용해서 충분히 대응했던 사례가 있을 것 같아서 살펴보려고 한다.

(이번 참사를 중대시민재해로 보고)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은 있는지, 만약 적용이 안 된다면 뭐가 문제인지도 챙겨볼 계획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취지는 이런 사안에 적용되는 게 맞지 않나. 그렇다면 이 취지를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법이 개정돼야 한다."

태그:#이태원 압사 참사, #세월호 참사, #윤석열, #용혜인, #기본소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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