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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 용산구 LH수도권특별본부 앞에서 열린 '주거빈곤, 세입자 당사자들 LH 사장 공모 지원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20일 서울 용산구 LH수도권특별본부 앞에서 열린 "주거빈곤, 세입자 당사자들 LH 사장 공모 지원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 조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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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 답답하면 이러겠습니까? 정말로 한탄스럽습니다."

서울 용산역 텐트촌 강제철거 피해자 박재혼씨가 20일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 공모에 지원한 이유를 설명한 뒤 덧붙인 말이다. 박씨를 비롯한 반지하 세입자 등 4인은 LH 사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물들이 부동산 시장주의자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들을 반대하기 위한 취지로 직접 사장직 지원에 나섰다. 

이날 서울 용산구 LH 수도권특별본부 앞에서 열린 '주거빈곤, 세입자 당사자들 LH 사장 공모 지원 기자회견'에서 박씨는 "20년 가까이 텐트에서 생활했다. 그런데 올해 3월 용산역 구름다리 공사가 시작되면서 텐트를 치워달란 얘길 들었다"며 "주변 텐트촌 사람들, 텐트촌에 방문하던 활동가와 대응책을 고심하다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을 알게 됐고, 임대주택 입주 신청도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구청에선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고시원에 들어가라고만 했고, 문제 제기를 계속하자 우리에게 '무단 점유자'란 표현까지 썼다"며 "기다림을 이어가던 중 텐트촌에 화재가 나 텐트와 짐을 모두 잃게 됐다"고 그간의 사정을 설명했다. 박씨는 이후 '주거취약계층'에 해당한다는 안내를 받고 공공임대주택 신청을 했지만, '630번'이라는 예비번호를 받아 기약 없이 입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윤석열 정부의 민간주도 개발정책 철저 복무할 부적격 후보들 반대"

그는 "2년이 될지, 3년이 될지 모르겠고, 제가 입주할 때 살아있을지, 죽어있을지도 모르겠다"며 "정책 대상자의 말부터 듣고, 현실과 맞지 않는 잘못된 부분들을 고쳐야 할 때다. 공공임대주택을 확대해 고시원이나 텐트 같은 곳에서 오래 기다리지 않게 해야 한다. 지금 안 되고 있는 것부터 고치는 것이 사장의 역할일 것이다. 그래서 저는 LH 사장 공모에 지원한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인 지난해 4월 임기를 시작한 김현준 LH 사장이 지난달 사임하면서, 현재 LH의 신임 사장 공모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새 정부 출범 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한 대형 공공기관장 가운데 사임한 인물은 김 사장이 처음이다. 

이원호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은 "(김 사장이) 스스로 사퇴한 건지, 정권이 바뀌어 사퇴 압박을 받아 물러난 것인진 (모르겠지만,) 김 사장이 사퇴하면서 LH가 사장 공모를 받고 있다. 지원이라는 절차를 밟고 있지만, 사실상 내정된 것은 아닌지 모두가 의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LH는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와 주거복지 향상을 실행하는 중요 공공기관이다. 그런데 언론에 보도된 유력 후보들은 부동산 시장주의자, 건설 대기업 이익에 공헌했던 학자, 규제 완화와 민간 개발을 주창하는 사람들"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임대주택 예산 대폭 삭감'과 민간 주도의 개발 정책에 철저히 복무할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국민 주거 향상에 위배되는 부적격 후보들이라 본다. 이들을 반대하기 위해 (주거빈곤 당사자 4인은) 사장직에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필요한 사람들일수록 멀어지는 공공임대주택, 제대로 된 자를 사장으로"

이날 LH 사장 공모에 지원한 이들은 용산역텐트촌 강제철거 피해자 박씨, 쪽방 주민인 백광헌 동자동공공주택사업 추진 주민모임 부위원장, 고시원 거주자인 나경동 아랫마을 홈리스야학 학생, 반지하 세입자인 박도형 민달팽이유니온 운영위원 등 4명이다. 

박도형 운영위원은 "1년 반 동안 대학동 꼭대기 고시원에 살았다. 이후 보증금 100만 원짜리 반지하에서 1년 반째 살고 있다. 지옥고(반지하·옥탑방·고시원)를 전전하는 우리를 위한 주거 정책들은 도대체 보이지 않는다"며 "매입 임대는 씨가 말랐고, 행복주택은 '로또'라고 불린다. '집주인 임대'는 보증금 대출조차 불가능하다. (정부는) 상대적으로 비싼 장기전세 '시프트'를 늘리겠다고 한다. 임대주택 예산을 깎아 분양주택을 늘려주겠다고 한다. 정말 필요한 사람들일수록 더 멀어지는 지금의 공공임대주택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우리를 LH 사장으로 뽑던가, 그렇지 않으면 좀 제대로 된 자를 사장으로 앉히라. 부동산은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헛소리와, 개발·민영화가 답이라는 거짓말을 일삼는 자를 사장으로 앉혀선 안 된다"며 "집 없는 자들과 힘없는 자들, 빼앗긴 사람들의 주거권을 이야기하고, 적어도 이들과 공감하고 대화할 수 있는 새로운 사장이 LH를 바꿔내길 바란다"고 했다. 

태그:#LH, #반지하, #고시원, #쪽방, #공공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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