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공조2: 인터내셔날>을 연출한 이석훈 감독.

영화 <공조2: 인터내셔날>을 연출한 이석훈 감독. ⓒ CJ ENM


 
 
올해 천만 관객을 동원한 <범죄도시2>와 추석 연휴께 개봉하는 <공조2: 인터내셔날>(아래 <공조2>)은 제작사가 기획한 프랜차이즈 영화라는 데 공통점이 있다. 한국영화 산업이 거대 투자배급사의 자본 중심으로 돌아가는 가운데 영화 제작사의 특화된 아이템이 시리즈화 된다는 건 가뭄의 단비와도 같다.
 
이미 잘 짜인 이야기 구조 덕에 상대적으로 신인 감독과 배우 발굴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영화들이 있을 것이다. 물론, 중간중간 인지도 높은 감독들도 참여하긴 했지만 마블 시리즈에선 클로이 자오(<이터널스>)나 타이카 와이티티(<토르: 러브 앤 썬더> 등 신진 영화인들의 등용문이 되어온 게 사실이다.
 
<공조2> 탄생 배경
 
6일 오후 온라인으로 만난 이석훈 감독 또한 제작사가 기획한 프랜차이즈 영화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다양한 영화가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저예산, 예술영화의 다양성이 확보되려면 개인적으론 오히려 장르 영화들이 안정적으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그는 "갈수록 상업영화가 양극화돼서 스타 배우들만 멀티 캐스팅되고, 유명 감독들 중심으로 연출을 하는 경향이 안타깝다"고 생각을 밝혔다.
 
물론 이석훈 감독 또한 <댄싱퀸> <해적: 바다로 간 산적> 등으로 흥행력을 입증한 기성 영화인이다. 하지만 <공조2>의 조감독에게 "혹시라도 3편이 만들어질 수 있으니 여러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후배 영화인의 등용 기회를 나름 생각하고 있었다. 사실 <공조> 기획은 10여 년 전부터 <북한형사>라는 제목으로 현 제작사인 JK필름이 개발해오던 프로젝트였다. 북한형사와 남한형사가 특정 사건을 함께 해결해가며 일종의 정의를 실현하는 가족 영화 콘셉트로 오랜 시간이 지나 1편은 김성훈 감독이, 후속편은 이석훈 감독이 연출하게 된 것이다.
 
"프렌차이즈 영화는 대단히 유명한 감독이 아니어도, 영화만 잘 만들면 흥행할 여지가 크다. 그간 한국영화계가 이런 부분에서 좀 아쉬웠다. <공조> 시리즈가 좋은 선례가 됐으면 한다. <탑건>도 30년 만에 속편이 나올 거라고 생각 못했지만, 그런 영화들이 또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범죄도시>가 3편, 4편 만들어지고 있는 것도 좋은 흐름이라고 본다."

  
 양화 <공조2: 인터내셔날>의 한 장면.

양화 <공조2: 인터내셔날>의 한 장면. ⓒ CJ ENM


 
이석훈 감독이 본격 연출 제안을 받은 건 2019년 2월경이었다. "사실 단순히 제안만 받았으면 거절했을 텐데 이미 남북 형사 공조에 미국 FBI가 들어와 삼각 공조한다는 설정이 돼 있었다"며 이석훈 감독은 "미국 형사로 다니엘 헤니를 출연시키자는 이야기도 처음부터 나왔고, 나름 속편으로 경쟁력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수락 이유를 전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하게 된 <공조2>는 한국, 북한, 미국 요원이 글로벌 마약 조직을 일망타진한다는 기본골격을 갖게 됐다. 북한 형사 철령(현빈), FBI 잭(다니엘 헤니)가 서로 아웅다웅하는 중에 남한 형사 진태(유해진)가 중재자 역할을 자처한다는 설정이 흥미롭고, 1편에서 백수였던 민영(임윤아)이 2편에선 뷰티 유튜버로서 사건 해결에 적극 가담한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고민의 흔적들
 
"남북 관계를 깊이 있게 다루는 영화는 아니지만 한국 관객이 볼 영화잖나. 북한 형사나 미국 FBI가 남한을 너무 휘젓고 다니면 안 되기에 유해진 선배의 중재자 역할이 중요했다. 신호등을 보면 빨간색과 녹색만 있는 게 아닌 노란색도 있는 법이니까. 서로가 최소한의 규칙을 지키면서 협조하는 것도 사실 그간 한국-북한-미국 관계에 사람들이 갖고 있는 상식을 반영한 것이다.
 
여성 캐릭터 활용은 어떤 철학적인 고민이 있던 건 아니고 자연스럽게 된 것 같다. 1편에서 임윤아씨 역할이 있긴 했지만 왜 집에만 있는지 관객 입장에선 아쉬웠거든. 저도 남자다 보니 여성 캐릭터에 소홀할 순 있잖나. 근데 여성 캐릭터를 잘못 쓴다는 지적은 또 받고 싶지 않았다. 조심스러운 부분을 사람들과 많이 얘기해 봤다. 가령 잘생긴 철령과 잭 사이에 민영이 반하는 설정이 문제일까 하는. 코미디라는 틀 안에서 용납될 수 있겠더라. 그리고 국정원 요원도 원래 시나리오엔 남자였지만 여성으로 바꾼 것도 있다."

 
이석훈 감독은 "오래전 <북한형사> 프로젝트를 들었고, 이후 캐스팅 얘길 들었는데 처음엔 현빈씨가 남한 형사고 유해진 선배가 북한 형산 줄 알았다. 근데 반대더라. 굉장히 잘한 선택이라 생각했다"라며 "두 사람의 조합과 캐릭터가 이 영화의 자산이다. 잘 활용하면 계속해서 변주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물론 2편이 흥행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지만 3편을 염두에 두고 엔딩을 쓴 시나리오는 있다. 편집 과정에서 빠졌는데 민영이가 몇 년 후 어떤 일을 한다는 에필로그가 있었다. 너무 확정적으로 보이는 것 같아서 뺐다. 아직 3편이 공식적으로 논의된 적은 없지만 2편 감독으로서 여지를 주고 싶었다.
 
처음에 <공조2> 기획 때도 배우들은 좋은 시나리오가 있으면 참여할 수 있다는 정도였다. 윤아씨만 적극 참여 의사를 밝혔었지. 시나리오를 고칠 때마다 유해진 선배, 현빈씨에게 보여드렸는데 캐릭터에 대한 얘길 주시더라. 도움이 많이 됐다. 다니엘 헤니씨는 JK필름이 제작한 <스파이>라는 영화에 나온 인연도 있고, 캐스팅에 이견은 없었다. 다만 미국 영화 일정과 겹칠 때가 있어서 우리가 촬영을 중단할 때도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기다리길 잘한 것 같다.
 
진선규 배우가 이번에 강력한 악당으로 나오는데 사실 1편 때 김주혁씨 역할처럼 강한 서사 구조는 없었지만, 좀 더 세련된 악당을 만들고 싶었다. 다른 배우분들 캐스팅이 된 후 제안드렸는데 감사하게도 빠르게 하루 이틀 만에 답을 주셨다. 준비도 많이 해오셨고 너무 좋았다."

  
 영화 <공조2: 인터내셔날>을 연출한 이석훈 감독.

영화 <공조2: 인터내셔날>을 연출한 이석훈 감독. ⓒ CJ ENM


 
액션과 코미디가 어우러진 활극. 이석훈 감독은 "제 아무리 좋은 액션이라도 드라마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허공에 불꽃놀이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라며 개연성 있는 이야기의 힘을 강조했다. 1편과 또다른 다양한 액션과 코미디가 등장하는 만큼, 게다가 추석 연휴 유일하게 개봉하는 프렌차이즈 영화인 만큼 얼마나 관객의 선택을 받게 될지 주목해볼 만하다.

"연휴 기간 개봉하지만 좀 특수한 상황이라 낙관만 할 순 없다. 조심스럽게 바라는 건 손익분기점을 넘겨서 3편으로 갈 수 있는 징검다리가 되는 것이다. 좀 더 욕심내자면, 여름 시장을 지나며 한국영화가 살아나나 싶었는데 주춤하고 있는 만큼 <공조2>가 그 불씨를 되살렸으면 한다."
공조2: 인터내셔날 이석훈 유해진 현빈 진선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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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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