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암고와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유신고등학교 조영우 선수(오른쪽)가 박지혁 선수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충암고와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유신고등학교 조영우 선수(오른쪽)가 박지혁 선수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 박장식

 
최근 몇 년 동안 고교야구 전국대회에서 여러 차례 맞붙어 호각지세의 경기를 펼쳤던 유신고등학교와 강릉고등학교가 또 다시 맞붙는다. 두 학교는 목동야구장에서 열리는 올해 마지막 전국대회인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8강전에서 또 한 번의 일전을 치른다.
 
두 학교 모두 2일 열렸던 16강전에서 힘이 적잖이 빠졌다. 유신고는 또 다른 라이벌이자 청룡기 결승에서 맞붙었던 충암고와 다시 한 번 열전을 치러 신승을 거뒀고, 강릉고는 장안고를 상대로 밤 11시가 넘는 시간까지 승부를 펼친 끝에 극적으로 승리를 가져갔다. 

강릉고와 유신고의 사령탑 모두 긴장하는 경기다. 올해 마지막 전국대회에서 만난 두 학교가 서로의 자존심을 지켜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지만, 두 학교가 워낙 자주 만난 탓에 서로가 서로를 너무나도 잘 안다는 것도 중압감이다. 그 두 감정을 이겨내고 4강에 진출할 팀은 어떤 학교가 될 지 주목된다.

두 학교에 만만치 않았던 16강

2일 열렸던 16강전에서는 명경기들이 잔뜩 나왔다. 경남고와 덕수고 사이 펼쳐진 첫 번째 경기는 타격전 끝에 13대 11의 스코어로 덕수고가 승리했고, 이어진 경기에서 맞붙은 장충고와 대구고의 경기에서는 연장 승부 끝에 7-6의 점수로 장충고등학교가 8강의 대권을 잡았다. 

오후 늦게가 돼서야 열린 세 번째 경기에서 유신고등학교는 충암고등학교를 만났다. '에이스 배터리' 김동헌과 윤영철이 U-18 대표팀에 차출되어 빈틈이 생겼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많은 대회의 대권을 잡은 경험이 있는 충암고 선수들은 유신고에 까다로웠다.

물론 유신고가 1회부터 박지혁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올린 데다, 4회에는 황준성·심재훈·정영진이 연속 안타를 몰아치면서 두 점을 더 달아나며 승기를 잡나 싶었다. 하지만 충암고의 방망이도 매서웠다. 충암고도 4회 말 다섯 타자가 연속으로 출루하면서 두 점을 따라붙었다. 

하지만 유신고가 7회 두 점의 추가 득점을 더 올리면서 경기는 5-2로 마무리되었고, 이미 8시가 넘은 시간. 그라운드를 정리하기가 무섭게 다음 맞대결이 시작되었다. 좋은 선수들이 포진한 장안고등학교가 '신흥 강호' 강릉고등학교와 맞붙었다. 
 
 장안고등학교 선수들이 박건민 감독과 함께 16강전 막판 결의를 다지고 있다.

장안고등학교 선수들이 박건민 감독과 함께 16강전 막판 결의를 다지고 있다. ⓒ 박장식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겠다"라는 장안고 박건민 감독의 말처럼 경기는 장안고등학교의 선취점으로 흘러갔다. 경기가 팽팽하게 흘러가던 투수전이 한창 진행되던가 싶던 5회 초 장안고가 유현우의 장타에 힘입어 득점을 올린 것.

하지만 강릉고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5회 말 이강의 적시타로 동점을 만든 강릉고는 6회 말 김예준의 역전타까지 터져나오며 순식간에 1-2가 되었다. 시간도 장안고의 편이 아니었다. 22시 50분이 넘으면 선수 보호를 위해 새로운 이닝에 돌입할 수 없기에 장안고 선수들은 최대한 빠르게 공격 이닝을 잡으려 애썼다.

하지만 마지막 공격 기회인 9회 초에 돌입하려던 8회 말 진행 도중 결국 22시 50분에 시계가 닿으면서 장안고는 아쉬운 석패를 확정지어야 했다. 앞선 경기가 늦어지지만 않았다면, 공격 기회를 한 번만 더 잡았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이날 8강행을 위한 역투를 펼쳤던 장안고의 옆구리 투수 이현욱 선수는 "경기 시간 때문에 아쉽다. 올해는 잘할 때도 있고 못할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후회없이 잘 마무리한 것 같다"라며 "남은 기간 더욱 잘 해서 프로 지명까지 받고 싶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유신과 강릉? 붙어봐야 아는 승부 될 것"
 
 장안고등학교와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강릉고등학교 선수들이 교가를 부르며 관중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장안고등학교와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강릉고등학교 선수들이 교가를 부르며 관중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 박장식

 
유신고등학교 홍성무 감독은 충암고와의 승부를 이기자마자 강릉고와의 승부를 준비해야 한다. 홍 감독은 "강팀이다 보니까 해마다 결승,4강, 그리고 8강 목전에서 자주 만나는 것 같다"라면서도, "충암고와의 경기는 그래도 상대해 본 투수들과 다시 만나 선수들이 익숙해져서 잘 해준 것 같다"라며 웃었다.

홍성무 감독은 강릉고와의 8강전 경기에 대해 "전국대회는 한 경기 한 겅기 최선 다 하는 것이고, 여기까지 올라왔으면 다 전력 좋은 학교들이니 만큼 준비 잘 해서 8강 준비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충암고 전에서 승리투수가 된 박시원 선수는 "지난 청룡기 결승 때 우리가 우승했었으니 상대가 더 준비했으리라 생각했는데, 그래도 꼭 이기고 싶었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3학년 때 던지는 마지막 대회라 더욱 높은 곳에 가고 싶다. 으쌰으쌰 해서 8강전에서도 이길 것"이라며 각오도 다졌다.

U-18 대표팀 감독으로 나선 최재호 감독 대신 팀을 이끌고 있는 강릉고 이창열 코치는 "상대로 나섰던 1학년 엄요셉 선수가 쉽지 않게 경기를 풀어나갔는데, 상대에 1점을 내줬음에도 선수들이 포기 않고 잘 해준 덕분에 승리했다"라고 평가했다. 

특히 이 코치는 "최재호 감독님께서 대표팀 일정으로 바쁜데도 조언을 해주신다. 특히 어떤 전략을 짜야 한다고 말씀해주시는 덕분에 잘 하고 있는 것 같다"라면서, "유신고는 라이벌이라고들 이야기하는데, 그래도 올해 청룡기 우승 팀이지만 붙어봐야 아는 것 아닐까. 선수들과 함께 재밌게 경기하겠다"라며 웃었다.
 
 장안고와의 16강전에서 승리투수가 된 강릉고 육청명 선수.

장안고와의 16강전에서 승리투수가 된 강릉고 육청명 선수. ⓒ 박장식

 
이날 승리 투수가 된 2학년 육청명 선수도 "앞선 두 경기에서 제구가 안 좋았어서 걱정이 컸는데, 학교에서 훈련할 때 밸런스 잡으려고 노력했다. 그 결과를 오늘 본 것 같다"라며 기쁜 표정을 드러냈다. 육청명 선수는 "전 대회 단점을 많이 이번 대회에서 보강한 것 같아서, 앞으로의 경기 때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전했다.

육청명 선수도 투구 수 관리가 된 만큼 4일 나오는 경기에 등판할 수 있다. 육청명 선수는 "유신고와는 라이벌 의식이 있을 수밖에 없다"라며 "하던 대로 하면 쉽게 이길 것 같다"라고 말했다.

두 학교의 8강전은 4일 오전 11시 30분부터 목동야구장에서 열리는 것으로 예정되어 있었지만, 태풍 힌남노의 여파로 인한 비로 맞대결이 취소된 데다 5일에도 비 예보가 있어 상황이 유동적이다. 중계는 SPOTV를 통해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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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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