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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월9일(현지시간) 제2차 세계대전 승전(전승절) 77주년을 맞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 참석해 연설하는 모습.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월9일(현지시간) 제2차 세계대전 승전(전승절) 77주년을 맞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 참석해 연설하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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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최근 타계한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의 장례식에 불참한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1일(현지시각) "푸틴 대통령이 오는 3일 열릴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 장례식에 안타깝게도 예정된 업무 일정 때문에 참석하지 못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다만 푸틴 대통령이 이날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이 임시 안치된 병원을 찾아 헌화하고 마지막 경의를 표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정부가 일정상의 이유를 댔으나, 푸틴 대통령이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과의 불편한 관계 탓에 장례식에 불참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페레스트로이카'(개혁)와 '글라스노스트'(개방) 정책을 추진하며 미국·유럽 등 서방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냉전을 종식한 평화적 인물로 높이 평가 받지만, 러시아에서는 소련 붕괴를 막지 못한 지도자로 멸시를 받아왔다. 

'소련 붕괴' 한탄한 푸틴... '우크라 침공' 비판한 고르바초프 
 
고르바초프의 사진이 8월 31일 모스크바에 있는 고르바초프 재단 본부에 설치돼 있다.
 고르바초프의 사진이 8월 31일 모스크바에 있는 고르바초프 재단 본부에 설치돼 있다.
ⓒ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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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소련의 초강대국 시절로의 회귀를 바라는 푸틴 대통령은 2005년 공식 발언에서 소련 붕괴를 "20세기 최대의 지정학적 재앙"이라고 한탄한 바 있다.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도 생전에 푸틴 대통령의 권위주의에 반감을 드러냈었고, 그가 설립한 고르바초프 재단은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적대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평화협상을 해야 한다"라고 이를 비판한 바 있다.

영국 BBC는 "푸틴 대통령은 일정이 바빠서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 장례식에 불참한다고 했으나, 설득력이 없는 이유 탓에 처음부터 참석할 뜻이 없었다는 추측이 나온다"라고 보도했다.

또한 "오늘날 러시아 권력층은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을 나약하고 우유부단한 지도자로 여긴다"라며 "특히 푸틴 대통령은 국민에게 자유를 주고, 국제사회와의 평화와 우정을 추구했던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의 유산을 무너뜨리느라 바쁘다"라고 꼬집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의 타계 소식이 전해진 직후 깊은 애도를 표하고 유가족에게 짤막한 조의 전문을 보냈다. 

반면 유엔을 비롯해 미국, 프랑스, 영국, 캐나다 등 국제기구와 서방 국가 정상들은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의 업적을 기리며 정성 들인 애도 성명을 냈다. 그러나 이들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러시아의 제재 때문에 러시아 입국이 불가능해 장례식에 참석할 수 없다. 

러시아 정부는 장례식을 국장으로 치르는 것에도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날 페스코프 대변인은 국장 여부에 관한 질문에 "의장대 및 경호를 비롯해 국장의 '요소'가 일부 포함될 것이고, 정부가 장례식 준비를 도울 것"이라고 답하는 데 그쳤다.

태그:#미하일 고르바초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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