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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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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동 SH(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이 생각하는 반지하 문제의 근원은 '폭등한 집값'과 '과도하게 높아진 공공주택 문턱'이다. 집값이 오르니 덩달아 임대료도 올라 땅 위 집엔 들어갈 엄두를 내기가 어려워졌고, 공공임대주택에 들어가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나라는 부자가 되어가고 있는데 반지하 가구수가 줄지 않은 원인이다.

지난 8월 29일 서울 중구의 한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난 김헌동 SH(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은 "반지하 문제는 논쟁할 필요가 있다.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한 번 얘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SH공사의 사장이지만 내부 논의를 거치지 않은 사견임을 전제하면서 답답한 심정을 쏟아냈다.  

그는 "서울에는 33만채의 공공주택이 있다. 반지하에 사는 사람이 20만명 정도"라면서 "공공주택 공급과 주거급여 지급이 공평하게, 공정하게 제공되고 있는지를 따져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목소리 높였다. 진짜 취약계층보다는 신혼부부와 청년층을 우선하는 공공주택 공급 제도를 바꿔야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서울 아파트값이 13주 연속 내림세를 보인 데에 김 사장은 "특별히 아무 것도 안 했는데 집값이 떨어지고 있다"며 "(주택 수요자는) 지금 이 인터뷰를 잘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 사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진짜 취약계층에는 공공주택이 제공되지 않는다"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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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가 반지하 가구 대책을 내놓으면서 20년간 도래할 258개 노후 공공임대주택 재건축을 통해 23만호 이상 물량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SH와 서울시는 20년 전에 이미 수해 당했던 반지하 주택을 사들인 적이 있다. 179개동의 1200호 정도를 이미 확보했다. 반지하에 사는 분이 지상으로 이주를 원하면 이주시켰고, 살던 반지하는 주민들이 커뮤니티 시설이나, 창고로 활용할 수 있게 하고 있었는데, 그러던 중 반지하 문제가 터진 거다.

서울시와 SH,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가진 서울 지역 공공 아파트가 30만채 되는데, 그중 오래된 아파트 5만 가구 정도는 즉시 재건축을 계획하고 있다. 또 중장기적으론 10만채 정도는 재건축을 통해 용적률을 높여서, 20만채 이상 주택을 마련할 것이다. 그다음 반지하 주택이 밀집된 곳을 우선적으로 재개발을 통해 자연 감소하도록 할 예정이다."

- 반지하 가구에 대한 실태 파악도 안 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실질적으로 지하 1m 이상 들어가는 반지하 가구가 얼마나 되고, 수해 위험 지역이 얼마나 되는지, 예를 들어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10만원 미만 임대료인 열악한 반지하 가구가 얼마나 되는지, 실태 파악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 그런 걸 추진해나가겠다는 것이다. SH도 적극 협조할 것이다." 

- 반지하 거주자가 공공임대주택에 들어갈 수 있게 되더라도, 임대료를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최근 5년간 집값 폭등으로 인한 임대료 폭등이 반지하로 들어가야 하는 가구수가 더 늘어나게 만든 원인이다. 반지하를 탈출하게 하는 방법은, 집값을 낮추고, 월세를 낮추고, 서울시민의 20% 정도에게 주거급여를 지급하는 거다. 무작정 공공임대주택만 늘리면 된다고 하는데, 주택을 얼마만큼 늘려야 하나? 그런 기준은 없다. (차라리) 당장 주거급여를 올리거나 과거 5년간 집값 상승분이나 임대료 상승분만큼 주거급여를 따로 준다면, 주거 빈곤층이 고통을 덜 받지 않겠나."

- 주거급여 지급을 위한 재원은 어느 정도 필요할까.

"국가 재원 규모로 볼 때 크게 부담스러운 정도는 아니다. 지금은 주거급여를 (가구당) 20만원 남짓 지급한다. 2016년부터 지급했다. 지급 대상을 늘리고, 지급액을 높이고, 그게 우선 추진돼야 할, 가장 시급한 주거문제 해법이다. 서울에는 33만채의 공공주택이 이미 있다. 반지하에 사는 사람이 20만명 정도다. 또다른 취약계층도 있다. 이분들이 다 들어갈 수 있을 만큼 공공주택이 이미 있다. 그렇다면 공공주택 공급과 주거급여 지급이 공평하게, 공정하게 제공되고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 공공주택이 공평하게 지급되지 않는다고 보나. 

"문제는 취약계층에 가야 할 주택이 신혼부부용, 청년용으로 가고 있다. 진짜 취약계층에는 공공주택이 제공되지 않는다. 이런 걸 먼저 바로 잡아야 한다. 물론 신혼부부·청년에게 국가가 도움을 주는 건 좋다. 그런데 국가가 집을 매입해서 공공주택을 제공하고 있다. (그보다는) 전세보증금 정도만 지원해줘도 된다. 

저는 전세보증금을 3억원 정도 무이자나 1% 미만 저리로 지원하자고 이야기한다. 지금 서울에서 다세대·다가구를 4억원 정도, 오피스텔은 5억원 주고 사서, 깨끗하게 리모델링해 보증금 3000만~4000만원, 월세 30만원에 신혼부부에게 공급하고 있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그런 잘못된 제도를 누가 만들었는지, 잘못됐다고 말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그러면서 반지하에서 월세 10만원, 20만원 내는 사람들을 걱정하는 듯이 얘기한다. 반지하 문제는 논쟁할 필요가 있다.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한번 얘기할 필요가 있다."

노후 공공주택 재건축 기간에 기존 거주자에 전세 제공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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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공주택 재건축을 통해 반지하 문제를 해결할 경우, 기존 공공주택 거주자에 대한 대책이 안 보인다. 

"재건축·재개발 때 전세를 얻어주고 이주시키면 된다. SH 아파트에 살고 있는 분들은 10~15평 정도 되는 소형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주변에 20평 정도 되는 집을 전세로 얻으려면 3억~4억이면 된다. 재건축 동안 3~5년 정도 이주했다가, 공사가 끝나면 입주하면 된다."

- 기존 거주자들과 반지하 거주자들이 재건축된 공공주택에 모두 입주 가능한가. 용적률을 높이기 때문에 수용 가능하다고 보는 건지. 

"하계 5단지도 600세대가 (재건축 뒤) 1600세대가 되면서 1000가구가 늘었다. 입주 기준은 서울시와 만들면 된다. 반지하에 계신 분, 또 쪽방이나 더 취약계층인 그런 분들이 입주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 (임대) 방식은 장기전세나, 월세도 있다. SH 주택 중 30년 된 것만 해도 거의 10만채 될 거다. 서울시에서 발표한 11만8000가구를 재건축하면 서울시는 2배 정도 늘어난다고 봤지만, 용적률 규제를 더 완화해 싱가포르처럼 (40~50층 수준으로) 높게 지을 수 있게 해주면, 10만채 이상을 더 확보할 수 있다."

- 그렇다고 해도 공공주택 재건축만으로는 반지하 문제를 해결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SH가 대안으로 검토하는 게 매입 임대가 아니고 전세 임대다. 반지하에 사는 사람들에게 전세보증금 2억~3억원을 무이자 대출해주고, 주거급여를 20만원씩 준다면, 그분들이 반지하에서 탈출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SH는 2007년부터 공공아파트를 장기 전세로 제공한다. 3만 3000가구를 7조원 들여 지었는데, 보증금으로 받은 게 이미 10조원에 육박한다. 아파트 공시가격은 30조원 가까이 되고, 시세로 환산하면 40조~50조원이다. 재산 증식이 된 거다. 시민들은 시세의 60% 정도에 전세로 들어와 좋은 위치에 살아서 좋고, 공공은 재산이 늘어서 좋다. 이렇게 장점 많은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

"2007년 분양원가 공개, 10년간 거래절벽...재현 기대"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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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아파트값이 13주 연속 내림세다. 서초, 용산 지역도 내림세로 돌아섰는데, SH가 10년 치 분양원가를 공개한 영향이 크다고 보는지.  

"윤석열 정부 들어 100일이 지났다. 공약했던 청년 원가 주택은 1채도 공급 안 했는데, 집값은 떨어진다. 특별히 아무것도 안 했는데 집값이 떨어지고 있다. 270만호 공급 대책? 문재인 정부도 210만호 공급 대책을 발표했었다. 그런데 왜 지금은 떨어지고 있나. 

금리 상승 때문만은 아니라고 본다. 지난해의 경우 시민들은 금리가 10%에 육박하는 2~3금융권에서 돈을 빌려 집을 샀다. 시중은행에서 지금은 금리 4~5%로 (집값의) 80%까지 대출해준다. 그래도 아무도 안 산다. 지난해 말부터 서울시와 SH가 분양원가를 공개하고, '25평짜리 집 2억원이면 짓는다' '앞으로 3억~5억원에 서울에 아파트 공급할 거다' 얘기한 것도 영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 집을 사고 싶은 사람들은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현명할지. 

"지난 2007년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이 분양원가를 공개했다. 분양가가 1평당 용인은 1600만원, 파주는 1500만원, 송도는 1700만원, 서울은 2400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의 분양원가는 800만원인데, 1000만원에 분양해서 200만원 남기겠다고 했다. 어떻게 됐나. 사람들이 경기도에 있는 집을 사지 않았다. 매매도 안 되고, 미분양 150만개가 쌓이고, 10년간 거래 절벽이 있었다. 앞으로도 그런 현상이 재현되지 않을까 한다. (주택 수요자는) 지금 이 인터뷰를 잘 보고 판단해야 한다."

- 일각에선 주택 대출 규제 완화, 주택 종합부동산세 개편으로 서울 집값이 다시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주택 규제 완화는 좋은 것이다. 싱가포르가 (집값의) 100%를 대출해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25살 젊은 청년이 115제곱미터, 4억원 되는 집을 본인 소득의 20% 정도를 연금에 가입하는 조건으로 살 수 있다. 5000만 원만 있어도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다. 결혼 연령도 빠르다. 20대 중반에 결혼한다. 

SH가 또 하나 검토하고 있는 건 토지임대부 분양이다. 건물값만 받고 분양은 기존 방식으로 하는 거다. 거기에 40~50년치 토지 임대부를 분양할 때 같이 받는 방식이다. 건물값 2억~2억5000만원을 내고, 토지사용료 50년 치를 한번에 내게 하는 거다. 토지 가격이 높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토지사용료를 80%까지 대출해준다. 매달 내는 것 보다 훨씬 더 이득이다. 또한 매달 토지사용료를 내는 방식을 선택할 수도 있다."

- 최근 오세훈 시장과 싱가포르 50층 공공주택 '피나클 액 덕스톤'을 방문하기도 했다. 오 시장이 "노원구 하계5단지의 미래"라고 언급하기도 했는데.

"오 시장은 지난 지방선거 기간 내내 임대주택을 타워팰리스처럼 잘 짓겠다고 했다. 하계 5단지뿐 아니라 SH나 서울시가 가진 공공주택 재건축 사업을 싱가포르 피나클 방식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지금도 여의도에는 50층까지 (공공주택이) 허가되고 있고, 왕십리에도 올라가고 있다. 우리나라 건설회사들이 싱가포르에서 50층 이상 아파트를 많이 짓고 있다. 이번에 싱가포르에서 본 최고급 호텔, 최고급 주상복합 아파트들도 대한민국 건설회사들이 지은 거다. 우리나라 건축 기술로 충분히 지을 수 있다."

- 정부가 강남 알짜배기 국유재산을 매각하기로 결정한 것이 뒤늦게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SH가 추진하는 토지임대부주택 공급에 역행하는 행위로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재발 방지를 위한 계획은 있나.

"SH는 재산을 다 공개했다. 국가나 지자체나 공기업들이 재산 공개를 하면, 이런 일을 막을 수 있다. 자기가 가진 재산이 무엇인지 공개하면 이런 실수가 일어날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공기업에 대해 변화와 혁신을 주문했다. 재산이 얼마인지, 부채가 얼만지, 분양원가 공개해서 이익을 얼마나 남기는지 공개해야 변화, 혁신할 수 있다. 열린 행정, 투명 행정, 열린 경영, 투명 경영하면 이런 일은 발생하지도 않고, 재발도 방지된다."

- 마곡9단지, 위례 등 올해 준공하는 단지의 원가를 더 상세하게 공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외 앞으로의 계획은? 

"원가 공개에 이어서 사업 평가 결과를 공개할 계획이다. 서초구 내곡지구 관련 애초 계획은 얼마의 이익을 남기는 거였고, 실제로 사업을 했더니 얼마의 이익이 남았고, 현재 이익은 얼마인지를 밝히는 거다. 또 앞으로 그런 사업을 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하는 것이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인지를 발표할 계획이다. 우리 회사는 천만 서울시민이 주인인 회사이므로, 주기적으로 시민들께 사업 결과와 앞으로의 사업 계획, 사업 방식 등을 끊임없이 알릴 계획이다." 

태그:#김헌동, #SH, #토지임대부, #공공주택, #반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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