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 과정 어느 것 하나 흠 잡을 데가 없는 투구였다. 고영표(kt 위즈)의 호투가 잠실구장을 지배했다.

kt는 24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원정 경기서 5-1로 승리를 거두고 2연전을 모두 쓸어담았다. 1회초에 선취점을 낸 이후 단 한 번도 리드를 빼앗기지 않으면서 두산의 추격을 뿌리쳤다.

누가 뭐래도 이날 경기의 주인공은 선발투수 고영표였다. 이날 9회말 1사까지 마운드를 지킨 고영표는 8⅓이닝 동안 6피안타(1피홈런) 무사사구 6탈삼진 1실점을 올려 7경기 연속 선발승을 기록했다. 또한 시즌 12승으로 지난해(11승)를 넘고 개인 한 시즌 최다승을 달성했다.

성급했던 두산 타자들, 이를 놓치지 않은 고영표
 
 2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KBO리그 kt wiz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9회말 1사 2루 두산 양석환에게 안타를 맞은 고영표가 마운드에서 내려가고 있다. 고영표는 이날 8⅓이닝을 1실점으로 틀어막으며 활약했다.

2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KBO리그 kt wiz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9회말 1사 2루 두산 양석환에게 안타를 맞은 고영표가 마운드에서 내려가고 있다. 고영표는 이날 8⅓이닝을 1실점으로 틀어막으며 활약했다. ⓒ 연합뉴스

 
두산은 이날 상대 선발 고영표가 언더핸드 투수인 점을 감안해 무려 5명의 좌타자를 배치하면서 전날부터 이어진 침묵을 반드시 깨고자 했다. 잠수함 투수에게 나름 강했던 안재석의 타순이 2번까지 올라온 것도 눈에 띄었다.

그러나 '에이스' 고영표는 빈 틈을 내주지 않았다. 1회초 박병호, 배정대의 1타점 적시타로 두 점의 리드를 안고 마운드에 올라온 고영표는 1회말을 공 8개로 매듭지었다. 테이블세터로 나선 김인태, 안재석이 나란히 2구 만에 물러난 것이 결정적이었다.

2회말을 끝내는 데 필요한 투구수는 10개면 충분했다. 선두타자 양석환이 6구 승부를 펼친 반면 호세 페르난데스와 박세혁이 2구째를 타격해 범타로 물러났다. 두산은 1구 혹은 2구 안에 방망이를 휘둘러 결과를 도출하려고 했으나 오히려 고영표가 효과적으로 투구수를 관리하는 모습이었다.

상대가 고영표를 도와준 장면은 또 있었다. 3회말 2사 1루서 1루주자 정수빈이 견제사로 아웃된 데 이어 4회말 1사 2, 3루서 양석환의 유격수 직선타에 미처 귀루하지 못한 3루주자 안재석이 아웃됐다. 고영표는 2이닝 연속으로 주자를 내보내고도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경기 중반이 지나도 고영표의 상승세는 멈추지 않았다. 8회말까지 계속 등판하면서 두산 타자들을 요리했다. 투구수가 91구밖에 되지 않아 내친김에 9회말에도 등판해 완봉승도 노려봤으나 선두타자 김인태에게 솔로포를 내주면서 기회가 무산됐다. 이후 안재석, 양석환까지 안타로 출루하자 kt 벤치는 마무리투수 김재윤을 호출, 이날 고영표의 임무가 끝났다.

체인지업의 위력, 두산이 속수무책으로 당한 이유

평소에 비해 고영표가 체인지업을 집중적으로 던진 것은 아니다. KBO리그 기록 전문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이날 고영표의 체인지업 구사율은 35.7%로 시즌 평균(46.7%)을 밑돌았다. 앞서 두산과 네 차례 맞대결을 치렀을 때와 비교해도 가장 낮았다.

오히려 커브(26.5%) 구사율이 올 시즌 들어 가장 높았고 투심(37.8%)도 자주 선보였다. 그러나 이렇게 투구 패턴에 변화를 준 것이 이날 경기서 고영표의 체인지업을 더 돋보이게 했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고영표는 카운트를 잡으러 들어갈 때 투심과 커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체인지업을 결정구로 사용하기도 했고 반대로 체인지업을 먼저 던지기도 했다. 구종이 많지는 않아도 상대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볼 배합에 두산 타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경기 전에 자세하게 분석하고 타석에 들어서도 칠 수 없었다.

올 시즌 고영표의 체인지업 구종 가치는 리그 선두로, 수치(21.8 / 24일 경기 전 기준)도 압도적이다. 여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경험까지 쌓이면서 고영표는 리그를 대표하는 최고의 선발 투수로 거듭났다. 국내 선발 투수만 놓고 보면 가장 많은 승수를 챙겼다.

커리어하이 시즌은 물론이고 이대로라면 내년 WBC 대표팀 엔트리 승선도 가능해 보인다. 뽑히지 못하는 게 더 이상할 정도로 좋은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8위에서 3위까지 치고 올라온 kt의 기적같은 스토리도 고영표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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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기록 출처 = 스탯티즈 홈페이지]
프로야구 KBO리그 KT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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