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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흠 충남지사(가운데)가 지난 18일 도청 대회의실에서 간토덴카 한국공업과 투자협약을 체결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태흠 충남지사(가운데)가 지난 18일 도청 대회의실에서 간토덴카 한국공업과 투자협약을 체결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충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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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일본 정부는 수출규제를 통한 일제 강제노역 배상 판결 보복 조치에 나섰다. 그러자 한국 정부는 위기를 기회로 삼겠다며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국산화와 수입처 다변화를 위한 2조 1000억원 규모의 '소부장 특별회계'를 신설해 지원에 나섰다. 

이후 일본으로부터의 반도체(불화수소·포토레지스트·플루오린 폴리이미드) 관련 수입액은 한때 감소했지만 지난해부터 다시 늘기 시작했다. 지난 3월 2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계 소재 업체 관계자도 "불화수소를 제외하면 특별한 영향은 없었다"고 평가할 정도다. 국내 업계에서도 소부장 분야에서 어느 정도 국산화를 이뤘지만, 정밀 공정·기술에서 일본 의존도가 아직도 높다고 지적했다. 

최근 충남도(도지사 김태흠)는 일본 전범기업인 칸도덴카 한국공업과 투자협약을 해 논란을 낳았다(관련기사: [단독] 충남도, 일본 전범기업과 투자협약 논란 http://omn.kr/20c0k). 충남도는 <오마이뉴스>에 "전범기업인 줄 알고 있었다"면서도 정치적인 문제를 떠나 행정지원을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충남도 행보에는 소부장 국산화와 수입처 다변화를 통한 '탈일본'은 없는 셈이다.

비단 이번만이 아니라 충남도는 "경제는 경제고 과거사는 과거사"라며 지방정부 차원에서 전범기업과 손을 잡아왔다. 

안희정·양승조도 전범기업과 투자협약

지난 2015년 안희정 충남지사와 구본영 천안시장은 도쿄에 있는 일본 정공 주식회사(NSK, 아래 일본정공) 본사를 찾아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일본정공의 자회사인 주식회사 NNBH(NSK NEEDLE BEARING)가 충남에 '한국엔에스케이 니들베어링 주식회사'(아래 한국엔에스케이)를 건립하고 자동차용 니들베어링을 생산한다는 게 투자협약의 골자였다. 실제 한국엔에스케이는 2018년 천안 제5 일반산업단지공단에 공장을 세웠고 현재도 가동 중이다.

하지만 일본 정공은 1930년대 항공기 엔진용 베어링을 만들어 2차 세계대전 중 일본군에 군수품을 공급한 군수회사이자 전범 기업이다. 당시 충남도와 천안시는 전범 기업을 투자 유치했다는 언론의 지적에 "경제는 경제고 과거사는 과거사"라고 대응했다.

이어 2021년 1월 당시 양승조 충남지사와 김홍장 당진시장은 충남도청에서 일본 다이킨공업과 투자협약 체결을 체결했다. 일본 다이킨공업이 당진 송산2 외국인투자지역 3만 4070㎡ 부지에 불화수소 생산공장을 신축, 올해 10월부터 생산해 국내 반도체 제조사에 납품한다는 게 주 내용이다.

역시나 다이킨공업은 1938년 일본 해군 잠수함용 냉동기를 일본 해군에 납품해 일본 해군 잠수함이 남태평양 장기 작전을 수행하는 데 일등 공신 역할을 해 전범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다이킨 공업은 군수 물품을 생산 및 납품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조선인을 강제 동원하기도 했다.

이때도 충남도와 당진시는 "반도체용 가스는 전자부품의 모든 제조공정에 필수불가결한 요소"라며 "한국 반도체 제조용 가스 시장에서 28%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다이킨공업과의 연대·협력은 매우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특히 충남도와 당진시는 같은 기간, 불화수소를 생산하는 국내 기업의 당진 석문국가산단 공장 건축에 대해 위험물질이라며 건축을 불허했다. 당시는 일본 정부가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규제에 나선 데 대해 한국 정부가 불화수소 국산화를 추진 중인 때였다. 국산기업의 공장 건축은 반려하면서 일본 전범기업의 투자를 유치한 것이다. 

"경제만 내세워 전범기업과 손... 도민 정서 맞지 않아"

얼마 전인 8월 18일 충남도 김태흠 충남지사와 신동헌 천안 부시장이 켄이치 칸토덴카(關東電化) 화인프로덕츠 한국공업 대표와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칸토덴카가 천안 제5 일반산업단지 외국인 투자지역 확장 부지 내 2만 5098㎡에 5년 내 3000만 달러 규모의 반도체용 특수가스 생산시설을 증설한다는 게 요지다. 충남도와 천안시는 환경시설 건설, 안정적 공업용수 공급, 정부 인허가취득 지원, 투자 신고 시점부터 공장 준공 시점까지 필요한 행정절차 지원 등을 약속했다.

역시나 간토덴카는 일제강점기 조선인을 강제 동원하고 군수품(유기화합물)을 납품해 성장, 국무총리실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희생자 지원위원회가 전범 기업으로 명시했다.

전범기업 논란에 충남도 관계자는 "2019년 1공장 준공식 때도 충남도지사(양승조 지사)가 참석했다"며 "이번 시설 증설은 한국의 반도체 관련 대기업 측에서 먼저 칸토덴카 측에 납품 요청을 한 데다 소부장 산업의 국산화와 수입대체효과까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충남은 주요 산업기반 자동차부품과 전자 디스플레이 분야를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며 "전범 기업이라는 과거에 얽매이기보다 양질의 기업을 유치해 일자리 창출 등 경제적 성과를 얻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시민사회 의견은 다르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전범 기업들이 국내에 공장을 세우도록 돕는 방법으로 국내 반도체 업체에 납품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반도체 핵심사업의 진정한 국산화가 아닌 일본의 수출규제를 우회하기 위한 일회성 조치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소한 충남도 등 지방정부가 전범기업을 유치한 일을 치적인 양 자랑해서는 안되지 않느냐"며 "과거사 문제에 대한 사과 한마디 없는 상태에서 전범기업을 경제만을 내세워 양질의 기업으로 홍보하는 것은 도민 정서와도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태그:#대기업, #충남도, #전범기업, #외자유치, #과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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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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