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사단법인 평화철도(상임대표 권영길 전 국회의원) 전국여성모임준비위원회(대표 오순애, 아래 평화철도 ′전국여성모임′)는 7.27 정전협정 69주년을 앞둔 지난 23~24일 남북철도 연결과 한반도 평화번영·자주통일 염원을 실현하고자 아산시·천안시 구간을 도보로 행진했다. 

평화철도 ′전국여성모임′은 지난 4월 전남지역 여수시·광양시에서 실시한 ′2022 여성평화걷기 전국대장정′을 시작으로 6월 전북지역 시민단체들과 미군기지 확장으로 사라진 군산시 하제마을과 팽나무축제 참가하고 전주시 주요 지역 도보 순례했다. 이어 이번 7월에는 민촌인문학도서관(대표 이용길), 철도노조 대전지방본부, 충남상생통일연대 등 충남지역 시민사회노동단체들과 아산시와 천안시 구간을 걸었다.

통곡의 길을 걷다
 
23일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 아산시 유족회 일원인 민족문제연구소 홍남화 충남부지부장이 충남 아산시 배방읍 공수리 산110 일데 민간인 강제연행 집단총살한 방공호 현장을 가리키며 유해 발굴 상황을 설명하는 장면
▲ 평화철도 전국여성모임(준) ′2022 여성평화걷기 전국대장정′ 23일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 아산시 유족회 일원인 민족문제연구소 홍남화 충남부지부장이 충남 아산시 배방읍 공수리 산110 일데 민간인 강제연행 집단총살한 방공호 현장을 가리키며 유해 발굴 상황을 설명하는 장면
ⓒ 위정량

관련사진보기

  
23일 평화철도 전국여성모임이 주관한 ′2022 여성평화걷기′에 참여한 성원들은 아산시 배방읍 공수리 일대 반공호·배방읍 중리 소재 설화산 폐광산을 답사했다. ″한국전쟁 당시 1950년 9월 말부터 1951년 1월 초까지 인민군 점령시기 부역했다는 혐의로 임산부와 어린아이를 포함한 남녀노소 불문하고 온양경찰서 소속 경찰·대한청년단·청년방위대·향토방위대가 강제연행해 집단 살해했다″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 아산시 유족회 일원이면서 민족문제연구소 홍남화 충남부지부장 해설을 듣고는 말문을 열지 못했다.

홍 부지부장이 ″아산시 염치면 대동리·선장면 군덕리·탕정면 용두리1구·신창면 일대 등으로 강제 연행해 집단 살해한 이곳은 장항선 철길 따라 여성·어린이·노인에게 좌익 부역 혐의를 뒤집어씌워 재판도 없이 3천여 명으로 추정하는 민간인을 즉결 총살한 뒤 방공호·곡교천변 모래사장·마을인근 야산·저수지·폐금광 등에 시신을 유기했다. 또한 온양경찰서 경찰과 치안대 등은 끌려온 좌익인사들을 적법한 절차조차 거치지 않고 집단으로 총살했다″면서 죽음의 현장을 가리키며 설명할 때마다 참가한 성원들은 눈물을 흘리거나 표정이 어두워졌다.

′2022 여성평화걷기′에 참가한 (사)남북상생통일연대 유미경 상임이사는 ″홍 부지부장 채록 및 증언 등을 토대로 발굴 과정 및 현황 등에 관해 해설을 듣는데 가슴이 먹먹해져 온다. 특히 원혼비가 세워져 있는 설화산 폐광산 학살 현장에서는 여성 및 어린이 등 노약자만 학살당했다는 대목에서 숨이 턱턱 막혔다″고 탄식했다.

이어 그는 ″현장에서 어린아이들이 갖고 놀던 구슬이나 여성의 비녀만 80여 개 넘게 발견했다 하니 전쟁이 일어나면 특히나 노약자 희생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가슴 아픈 역사의 현장이었다. 오늘 이 현장의 아픔과 역사의 상흔은 지속가능한 한반도 평화를 위해 우리 민간이 다양한 영역에서 실천 행동을 가열차게 해야 하는 이유를 분명하게 말해주고 있다″고 했다.

이날 아산시 배방읍 민간인 학살지 걷기를 마친 평화철도 최형숙 이사는 ″오늘 걸었던 길은 이제까지 드러난 사실을 듣고 현장을 목격할 때마다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참혹한 길이었고 무심코 지나칠 수 없는 ′통곡의 길′이었다. 장항선 철길 따라 그토록 많은 무고한 생명이, 심지어 어린아이까지 총살당한 그 길은 분명 ′통곡의 길′이라는 표현 이외에 달리 명명할 수 없다″고 했다.
 
23일 충남 아산시 배방읍 공수리 산110 일대 민간인 강제연행 집단총살 현장이 우중에 쓸려가지 않도록 비닐로 덮어두고 있는 장면
▲ 평화철도 전국여성모임(준) ′2022 여성평화걷기 전국대장정′ 23일 충남 아산시 배방읍 공수리 산110 일대 민간인 강제연행 집단총살 현장이 우중에 쓸려가지 않도록 비닐로 덮어두고 있는 장면
ⓒ 위정량

관련사진보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7년 1월부터 2년 동안 아산 부역혐의 희생 사건을 조사한 뒤 조사보고서를 통해 1·4 후퇴 시기 배방읍 주민 2백∼3백여 명을 중리3구 정미소(구 금방앗간)에 감금한 뒤 폐금광으로 끌고 가 총살하고 폐광에 그대로 매장한 이 사건에 관해 2009년 5월 아산시 부역 혐의 민간집단희생으로 진실규명 했다.

과거사위는 발굴한 유골을 토대로 아산시 부역 혐의 사건으로 숨진 민간인 규모를 8백여 명으로 추정했으나 유해발굴 결과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는 77명에 불과했다. 아산시는 유해발굴 후 2015년 제정한 ′아산시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추모에 관한 조례′를 근거로 조사결과에 따라 1억여 원의 예산을 들여 지난 2018년 배방읍 폐금광과 2019년 염치읍 백암리 등에서 유해발굴 사업을 진행해 유골 215구를 세종시 추모의 집에 안치한 바 있다.

그 후 2020년 4월 공모사업자로 선정된 사단법인 한반도통일역사문화연구소(아래 한통연)가 6.25한국전쟁 당시 아산시에서 인민군 점령 시기 부역 혐의 민간인 희생자 및 수복 이후 부역 혐의 민간인 희생자 가족에 대한 전수조사를 시행했다. 그해 11월부터 부경대학교 노용석 유해발굴팀은 처형 당일 학살 과정을 목격한 목격자나 현장에서 시신을 수습한 주민들, 1980년대 이후 다른 사업으로 유해 매장지를 굴착하다 유해를 목격한 이들의 증언을 토대로 신창면 1곳·염치읍 1곳·배방읍 1곳·도고면 1곳·선장면 1곳에서 유해를 발굴했다.

2020년 10월 완료한 전수조사결과 어린이와 노약자가 상당수 포함된 민간인 희생자는 총 3천여명으로 추정했고 집단학살 장소는 각 읍면마다 적게는 2∼3곳에서 많게는 10여 곳, 총 30여 곳으로 조사됐다.

통일의 길을 걷다

24일 철도노조와 평화철도가 공동 주최하는 ′일상 속 남북철도잇기 운동′ 사진 전시회 등 홍보 캠페인에 참가한 평화철도 정성희 집행위원장을 비롯해 천안·아산지역 시민사회노동단체 성원들이 피켓을 들고 지나가는 열차 이용객들에게 홍보 중인 장면
▲ 전국철도노조·평화철도 ′일상 속 남북철도잇기운동′ 24일 철도노조와 평화철도가 공동 주최하는 ′일상 속 남북철도잇기 운동′ 사진 전시회 등 홍보 캠페인에 참가한 평화철도 정성희 집행위원장을 비롯해 천안·아산지역 시민사회노동단체 성원들이 피켓을 들고 지나가는 열차 이용객들에게 홍보 중인 장면
ⓒ 위정량

관련사진보기



이어 이날 오후에는 충남 아산시 배방읍 민간인 집단희생지 답사를 마친 성원들은 천안아산역으로 이동해 전국철도노조와 평화철도가 주관하는 일상 속 남북철도 잇기 운동의 일환으로 역사 안에서 사진 전시회를 진행하면서 고속철을 이용하는 국민에게 한반도 평화번영·자주통일 염원을 실현하자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아울러 여성평화걷기에 참가한 성원들은 철도노조 대전본부 노동자와 함께 공공성을 높이고 요금을 내릴 수 있도록 KTX와 SRT를 통합하자는 캠페인도 진행했다.

24일 여성평화걷기에 동참한 성원들은 천안역사문화연구회·민촌인문학도서관 이용길 대표 해설과 안내에 따라 △이기영 작가가 서너 살부터 살았던 ′고향′길 중암마을 출발 △자전적 소설 ′봄′의 무대 부모 묘소 터 △40일 만에 농민문학 금자탑 장편소설 ′고향′을 탈고한 천년고찰 성불사 △안서동을 떠나 유량동으로 넘어가는 쇠목고개 △대하소설 ′두만강′ 무대이자 소년 시절을 보낸 둔턱골 △방황의 청년기를 보낸 벌말 △단편 ′민촌′의 무대이자 작가로 등단하기 전까지 살았던 향교말에 이르는 20여 리를 산 따라 물 따라 걸었다.

다음은 이용길 대표가 답사를 앞두고 ″통일로 가는 민촌 이기영 ′고향′길″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서문이다.

"민촌 이기영 ′고향′길은 천안시 안서동과 유량동을 잇는 산길과 오솔길을 따라 선생의 발자취와 작품에 등장하는 마을·냇물·산자락을 이어서 걷는 길이다. 민촌 선생 작품 ′고향′은 선생이 마음으로 그리워하던 ′고향′ 마을이고 농민소설의 백미인 장편소설 제목이다.

반면 민촌 선생 스스로 고향이라 했던 그의 작품 무대 천안에서 민촌을 기억하는 사람은 흔치 않다. 민촌 백일장 개최·평전 출판도 했지만 이렇다 할 추모사업이나 기념사업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조명희 선생을 기념하는 충북 진천 포석문학관·벽초 홍명희 선생 기념 괴산 홍명희 문학비·정지용 시인 기념 옥천 정지용문학관과 비교해보더라도 민촌 선생은 고향인 천안에서 지워진 인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농민소설의 대가·사실주의 작가 최고봉·노벨문학상 후보 등 기념비적인 업적과 함께 어쩌면 태백산맥 조정래 선생이나 토지 박경리 선생보다 더 뛰어난 대문호 ′민촌 이기영′ 호와 이름을 기억하는 이도 드물다.

그러나 천안은 민촌의 생애와 작품과 특별한 인연이 있다. 최고의 리얼리즘 성취를 이룩했다는 민촌의 작품에는 일제강점기 식민지배 시절 천안지역 민심이 생생히 녹아들어 강인한 생명력으로 되살아난다. 소설 ′민촌′의 무대인 태조봉·향교말·동막골, ′고향′ 원터, ′두만강′의 송월동, ′땅′의 벌말 등 민촌 선생이 묘사한 풍경에 사실적으로 잘 그려져 있다.

시기로 보면 동학농민혁명으로부터 철도가 놓이고 금광을 개발하는 개화기 천안지역 풍물을 곰살궂게 묘사하고 있다. ′민촌이기영평전′을 쓴 차손 이성렬씨는 민촌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과 사건을 추적하면서 평전을 썼다고 할 정도로 사실주의적 작품을 구현했다. 우리는 민촌 소설 인물과 현장을 따라 당시의 농투성이 민중들의 삶 중심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민촌 이기영 서냉은 사실주의 사회주의 작가라는 입장으로 일제강점기부터 해방과 동시에 남북으로 분단된 질곡의 근현대역사를 살았다. 일제강점기 혹독한 탄압과 가혹한 검열의 고통 가운데 역작을 남겼다. 일제강점기 혹독한 탄압에도 창씨개명하지 않았고 많은 문인이 숙청당하던 북한 체제에서도 평생 작품활동을 펼친 불굴의 의지로 일관한 작가다. 그러나 해방 후 남한에서는 오랜 세월 철저하게 유폐된 채 이름조차 부르지 못했고 작품 또한 읽지도 못했다.

민촌 선생이 일제강점기에 저술한 작품이 해방된 조국에서 금기시한 바로 그것이 우리 현대사 비극이라 할 것이다. 1988년 월북작가 작품을 해금했지만 이기영, 홍명희, 한설야 등 5인의 작품은 제외됐고 그 후에도 오랜 기간 갇혀있었다. 민족민중문화예술은 식민지배체제보다 더한 남북분단체제의 엄격한 지배 아래 억압돼 있다. 일제 식민지 시대 가혹한 검열을 통과했던 작품을 분단시대 권력자들이 금지했으니 식민통치 검열보다 오히려 더 졸렬한 문화예술정책을 유지했다.

민촌은 단편 101·중편 3·장편 17·희곡 5·꽁트 1·산문 228편, 그리고 역사대하소설 두만강을 쓴 대작가이다. 이기영에 관한 논문은 1천2백여 편으로 문제작가다. 이기영의 소설에는 민족모순과 계급모순이란 두 모티브 즉 나라를 빼앗긴 우리 민족과 1930년대 노동자·농민을 주축으로 하고 사회적 약자인 여성이 등장한다. 민촌의 작품에서 보이는 지주·마름·소작인이라는 3단계 착취구조는 오늘날 자본가·경영자·노동자로 변화했을 뿐, 그 뼈대는 변하지 않아 보인다. 빈곤과 불평등 현실과 이를 해결하려는 자유와 해방의 메시지는 오늘날의 과제이기도 하다. 민촌 문학은 농촌의 자연과 민중의 삶과 투쟁을 통하여 사회적 차별이 사라진 평등 세상 구현을 위한 대장정이라 할 것이다.

아직도 남북 정치군사 대립과 갈등의 여파로 인해 ′민촌′을 호명하는 일은 아직도 자유롭지 못하다. 민촌의 생애와 작품을 복원하고 기념하는 일은 식민지배체제와 남북분단체제를 뛰어넘어 통일시대 정신을 구현하는 일이다. 해방 이전 KAPF(조선 프롤레타리아 예술가 동맹) 활동과 해방 이후 북한으로 이어진 민촌의 문학은 평등을 지향하는 계급문학이자 통일을 지향하고 있다.

우리는 이제 민촌의 생애와 작품을 기념해 민촌문학비 건립·민촌문학상 제정·민촌문학관을 건립해야 한다. 민촌고향문화제를 개최해 남과 북 모든 이들과 세계인이 향유하는 문학축제로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민촌문학상을 제정해 남북 작가를 공동으로 시상하면 좋겠다. 민촌문학관은 남과 북이 정성을 모아 민촌의 해방 전후 생애와 작품을 복원하는 통일 광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민촌 이기영 ′고향′길을 따라 선생께서 사랑하였던 산과 들과 강 그리고 여전히 그 민촌에서 살아가는 노동자와 농민과 시민이 평등평화 세상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날 평화철도 전국여성모임과 충남지역에서 동참한 성원들은 민촌 이기영 ′고향′길 답사를 마치고 평화철도와 철도노조 대전본부가 공동으로 주최한 ′일상 속 남북철도 잇기′ 사진 전시 홍보 및 천안고속터미널 앞 거리에서 토크쇼와 더불어 대형 스크린에 그리는 ′남북철도 잇기 함께 그리기′ 퍼포먼스도 진행했다.
 
24일 평화철도 전국여성모임(준)이 주관하는 ′2022 여성평화걷기 전국대장정′에 참가한 성원들이 천안시 중암마을 입구에서 민촌 이기영 ′고향′길 답사 출발 전 기념 촬영 중인 장면
▲ 평화철도 전국여성모임(준) ′2022 여성평화걷기 전국대장정′ 24일 평화철도 전국여성모임(준)이 주관하는 ′2022 여성평화걷기 전국대장정′에 참가한 성원들이 천안시 중암마을 입구에서 민촌 이기영 ′고향′길 답사 출발 전 기념 촬영 중인 장면
ⓒ 위정량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www.tongilnews.com에도 송고합니다.


태그:#평화철도 전국여성모임(준), #2022 여성평화걷기 전국대장정, #충남 아산시 민간인 3천여 명 집단희생 사, #철도노조·평화철도 ′일상 속 남북철도잇기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