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배드 럭 뱅잉> 관련 이미지.

영화 <배드 럭 뱅잉> 관련 이미지. ⓒ 알토미디어


 
어쩌면 아예 그 동영상을 찍지 않았으면 모든 게 괜찮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일이 벌어졌다면 그 가정법은 소용 없는 법. 이처럼 영화 <배드 럭 뱅잉>은 아주 사소한 기록이 결국 현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민낯을 드러내는 일종의 맥거핀 현상으로 작동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학생들에게 존경받고 학교에서도 인정받는 교사 에미(카티아 파스칼리우)는 합의 하에 남편과 찍은 부부 관계 동영상이 뜻하지 않게 인터넷에 유포되며 곤경에 빠진다. 교사라는 그의 직업이 족쇄가 되어 온갖 비난과 인신공격까지 겪게 되는데 소스라칠 정도로 무서운 일을 영화는 풍자와 코미디 요소를 가미해 재치 있게 풀어나간다.
 
3개의 챕터로 나뉜 영화는 1부와 3부를 통해 서사의 기승전결을 제시하고, 2부에선 각종 이미지와 단어의 나열을 통해 실험영화적 성격을 드러낸다. 단순히 이 영화가 소품일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코로나19 팬데믹을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에두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묘사하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퍼진 동영상을 지우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에미, 그리고 그의 주변에 존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쓴 채 일상을 산다. 어떻게 그 영상이 유포됐는지 영문을 모르는 남편을 탓하거나, 끝내 무책임하게 방관하는 남편을 뒤로 하고 홀로 비난에 맞서는 에미는 어쩌면 이성을 가장한 비이성의 출현을 예고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어떤 영화적 기술이나 촬영 기법을 가미하기 보다 오히려 다큐멘터리로 보일 정도로 주변 풍경과 인물들이 사실적이다. 어떤 행인들은 카메라를 의식하는 듯 빤히 쳐다보기도 한다. 극영화임에도 이런 주변 인물의 등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국을 반영하면서도 묘한 기시감을 준다.
  
 영화 <배드 럭 뱅잉> 관련 이미지.

영화 <배드 럭 뱅잉> 관련 이미지. ⓒ 알토미디어

 
조금만 생각해보면 에미를 향한 학부모들의 비난은 근거가 희박하며 폭력적이기까지 하다. 성관계 동영상은 부부만의 것이고, 철저히 사적 영역임에도 교사가 아이들에게 유해한 영상을 노출시켰다는 명분으로 파면 위기에 몰린다. 사실 에미 역시 불법 유출 피해자이고 공권력의 구제를 받아야 하는 인물이다. 그런 과정 없이 학교에선 해당 영상에 등장한다는 이유만으로 공개 토론을 거쳐 파면 여부를 결정한다. 심지어 당사자를 자리에 앉혀 놓은 채 말이다.
 
그 외에도 영화는 자신이 바쁘다는 이유로 앞 순서에서 계산에 헤매는 사람에게 쏘아대는 장면을 보여준다거나, 홀로코스트 가해 사실이 있음에도 당당하게 그 역사를 미화하려는 사람들을 등장시킨다. 팬데믹 상황으로 1.5미터 거리두기 춤이란 걸 추는 사람들, 비이성적으로 유흥에 빠진 사람 등을 빠른 패턴으로 등장시키기도 한다.
 
이는 모두 고립된 상태에서 현대인들이 얼마나 상식과 이성을 지키기 힘든지를 상징하는 장면들이다. 특히 연관성 없는 여러 몽타주로 구성된 2부는 그럴싸 한 석학들의 말이나 속담, 혹은 풍문의 한 두 문장을 인용하면서 현 세계에 존재하는 각종 편견이나 비이성을 뼈아프게 풍자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상업영화 문법이 아니기에 다소 낯설고 지루하게 다가올 수도 있지만, 에미의 시선으로 주변을 바라보면 이 영화처럼 적확하게 팬데믹 상황을 반영한 극영화가 또 있을까 싶을 것이다. 영화는 제71회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 수상을 비롯해, 26회 부산국제영화제로 한국 관객에게 소개된 바 있다.
 
한줄평: 코로나19 팬데믹의 병폐를 재치있게 풀어내다
평점: ★★★☆(3.5/5)

 
영화 <배드 럭 뱅잉> 관련 정보

원제: Babardeala cu bucluc sau porno balamuc
영제: Bad Luck Banging or Loony Porn
연출 및 각본: 라두 주데
출연: 카티아 파스칼리우, 클라우디아 이레미아 등
러닝타임: 106분
수입 및 배급 | 알토미디어㈜
관람등급: 청소년관람불가
개봉: 2022년 7월 28일
 

   
배드 럭 뱅잉 코로나19 루마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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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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