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방영된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지난 13일 방영된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 SBS

 
<골 때리는 그녀들> 최초로 벌어진 리그 승강전에서 강등의 눈물을 흘리게 된 팀은 FC개벤져스였다. 13일 방영된 SBS <골 때리는 그녀들> 5-6위 결정전 및 리그 승강전에서 FC불나방이 개벤져스를 1대 0으로 꺾고 5위를 차지, 슈퍼리그에 일단 잔류하게 되였다. 반면 패한 개벤져스는 강등, 향후 챌린지리그에서 새로운 경합을 펼쳐야 할 처지에 놓었다.

​앞선 방영회차에도 소개된 것처럼 앞으로 <골때녀>는 프로축구 1부-2부리그 처럼 승강제가 도입되어 운영된다. 슈퍼리그 최하위팀이 챌린지리그로 강등되고 반대로 챌린지리그 1위팀은 슈퍼리그에 새로 합류하게 된다. 그리고 슈퍼리그 5위팀은 챌린지리그 2위팀과 각각 승격, 강등의 자리를 놓고 치열한 한판 승부를 벌일 예정이다. 

​한편 이날 방송 말미에는 챌린지리그에 참여하는 신생팀 FC '발라드림'이 깜짝 소개되어 관심을 모았다. 멤버 전원 모자이크 처리를 한 채 슈퍼리그 선수들과의 연습 경기를 벌이는 내용의 다음 회차 예고편이 전해지면서 <골때녀>는 챌린지리그를 앞세워 다시 한번 장기간의 일전에 돌입했다.

'무득점' 시즌1 최강 불나방 vs. 시즌2 우승팀 꺾은 개벤져스
 
 지난 13일 방영된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지난 13일 방영된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 SBS

 
​이번 5-6위전에 임하는 두 팀의 각오는 지난주 결승전에 오른 팀들과는 사뭇 달랐다. 단순히 5위와 6위라는 숫자상의 순위 뿐만 아니라 하부리그 강등이라는, 당사자 입장에선 굴욕이 될 수도 있기에 자존심을 건 승부라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지난 시즌 우승팀 불나방은 시즌2 슈퍼리그 들어선 무득점 속 2패로 예선 탈락을 겪었고 개벤져스는 시즌2 우승팀 국대패밀리에 1패를 안긴 유일한 팀이라는 점에서 흥미로운 대진이 이뤄졌다.

​조별 예선 탈락의 충격이 컸던 불나방은 전반 시작과 동시에 쉴 틈 없는 세트피스 공격으로 개벤져스 수비진을 공략하고 나섰다. 서동주 혹은 박선영이 킥인이나 코너킥을 시도하면 조하나가 뒤로 돌아와 슛팅을 때리는 연습에 주력했고 이는 전반 7분 만에 결실을 맺었다. 훈련 내용 그대로 서동주의 킥인을 조하나가 왼발로 살짝 받아쳐 개벤져스의 골 망을 가르는 데 성공했다.  

반면 이은형-김민경 투톱이라는 변칙 공격을 내세운 개벤져스 또한 좋은 기회를 여러 차례 맞이했지만 정확한 슈팅 연결까진 이어지지 못했다. 살짝 골대를 빗나가거나 골키퍼 안혜경 정면으로 가는 공이 많아지는 등 원할한 공격이 이뤄지지 못했다.

무위로 끝난 개벤져스 막판 맹공격
 
 지난 13일 방영된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지난 13일 방영된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 SBS

 
​후반전의 경기 흐름은 개벤져스의 일방적인 주도권 속에 진행되었다. 쉴틈 없이 슈팅을 때리고 측면을 치고 달리면서 움직임이 상대적으로 둔한 불나방의 수비 벽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반대로 불나방은 정신 없이 공을 걷어내기 급급할 만큼 수세적인 입장에서 탈피하지 못해 하석주 감독의 애간장을 태우기도 했다.

​개벤져스에게 결정적인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수비수 김혜선이 공을 가로채 최전방에 자리 잡은 김민경을 향해 긴 패스로 연결해줬고 김민경은 지체 없이 강슛, 골을 터뜨렸다. 하지만 김혜선의 패스 이전 선심은 공이 선 밖으로 나가 아웃 판정의 휘슬을 분 상태라 득점으로 인정되지 못해 개벤져스 입장에선 탄식의 소리가 나올 뿐이었다.

​반면 불나방은 전원 공격에 나선 개벤져스의 허술한 뒷문을 수시로 공략하는 등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장면을 여러 차례 연출하기도 했다. 두 팀 모두 치열한 공방전을 펼쳤지만 더 이상의 득점 연결은 이뤄지지 못했고 결국 전반전 얻은 점수 그대로 후반전까지 진행되었다. 1대 0 불나방의 승리. 불나방으로선 자존심을 건 승부에서 기어코 첫 득점과 첫 승을 거두면서 <골때녀> 원조팀 다운 면모를 보여줬고 개벤져스로선 리그전 추락에 이은 또 한번의 쓴 맛을 볼 수밖에 없었다.

<골때녀> 원조팀의 자존심 지킨 불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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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3일 방영된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지난 13일 방영된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 SBS

 
앞서 불나방의 예선 2패 탈락은 많은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안겨준 사건과 다를 바 없었다. 과거 <불타는 청춘>이 계기가 되어 지금의 연예인 여자 축구 리그로 탈바꿈하는 데 큰 역할을 담당했던 불나방이었다. 또한 시즌1에서 우승을 차지했기에 시즌2 부진은 그들을 응원하던 팬 뿐만 아니라 당사자들로서도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 되고 말았다.   

​가장 마음 고생 심했던 주공격수 박선영은 "오늘은 즐기지만 이기는 축구"라는 사전 인터뷰를 통해 마음의 여유를 갖고 경기에 임했다. 그리고 팀의 공수 조율에도 앞장서는 등 첫 승 달성의 핵심 역할을 톡톡히 담당했다. 이날 불나방 승리의 또 다른 숨은 공로자로는 최고참 선수 신효범을 손꼽을 만하다.   

하석주 감독 보다 많은 나이이다보니 움직임이 한참 어린 동생, 조카뻘 되는 어린 후배들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적재 적소에 빈 자리를 파악하고 예리한 볼 투입으로 공격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때론 강하진 않지만 슛까지 연결하면서 많지 않은 출장 시간에도 불구하고 제 몫을 톡톡히 담당해줬다.  
 
 지난 13일 방영된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지난 13일 방영된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 SBS

 
​리그 강등 직전에서 기사회생했지만 불나방으로선 향후 슈퍼리그 잔류를 위해선 몇달 후 열리게 될 챌린지 리그 2위팀과 다시 한번 승강전을 치뤄야 하는 입장에 놓였다. 재정비할 수 있는 여유를 마련했있기에 기술적인 훈련, 젊은 피 보강 등 부족했던 부분의 보완이 이뤄진다면 시즌1의 자존심 회복은 시간 문제로 보인다.

반면 개벤져스로선 매시즌 강팀을 꺾고도 막판 고비를 넘지 못해 하위 리그로 내려가는 일을 두 번씩 겪게 되었다. "왜 마음대로 안 될까"라고 말문을 연 골키퍼 조혜련은 "세상 끝난 거 아니다. 올라가야지... 떨어지면 또 올라가고..."로 솔직한 심정을 토로한다. 이것이야 말로 사실 <골때녀>에 대한 정답 아닐까? 다시 한번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건 스포츠의 묘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속에 <골때녀>시즌2 슈퍼리그는 이렇게 막을 내리게 되었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o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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