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의 한 장면.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의 한 장면. ⓒ tvN

 
세상에는 남들보다 조금 더 특별하고 축복받은 재능을 지닌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재능은 단지 타고난 것보다 수많은 땀방울이 더해진 노력으로 일궈낸 것이다. 그리고 그 재능을 자신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하여 베푸는 이들일수록 더 큰 박수를 받는다.
 
7월 6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 160회에서는 '훔치고 싶는 재능' 특집으로 스포츠스태킹 국가대표 박세령, 아이돌 근접촬영의 대가로 불리우는 카메라 감독 조진현-송낙훈, 축구 한류 신드롬을 일으킨 박항서 베트남 축구국가대표팀 감독, 배우 한지민이 출연했다.
 
'컵쌓기'로 불리우는 스포츠스태킹은 12개의 스피드 스택스컵을 정해진 규칙과 방법에 따라 쌓고 내리는 스포츠다. 박세령은 18세인 현재 국가대표로 활동중이며 지난 4월 열린 월드챔피언십에서는 세계랭킹 3위에까지 오른 실력자였다. 3가지 개인종목 기록들을 합산한 박세령의 성적은 9.844초로 1위와의 격차는 불과 0.28초였다.
 
스포츠스태킹은 현재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안타깝게도 아직 인지도가 낮은 종목의 특성상, 대회 입상을 하더라도 상금이 없다. 다만 국제대회에서 5등 안에 들면 협회에서 약간의 지원을 해주는 정도라고.
 
박세령은 스포츠스태킹을 배워온 오빠의 모습을 보고 흥미를 느껴서 입문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박세령은 12살에 첫 대회에 출전했고 7개월 만에 국가대표로까지 발탁되며 남다른 재능을 인정받았다. 10대 때가 전성기이고 선수수명이 짧은 스포츠스태킹에서 박세령은 항상 자신과 다른 선수들의 경기 영상을 돌려보며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음을 밝혔다.
 
박세령은 스포츠스태킹의 올림픽 정식 종목 채택과 함께, 개인적으로는 장래에 스포츠마케터로 활동하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훔치고 싶은 재능'이라는 질문에는 자신의 작은 키를 만회할 수 있는 "마이클 조던의 점프력"을 꼽았다.
 
"몇 년간 연습생시절 거쳐 하는 무대, 꼭 잡아줘야겠다 생각"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의 한 장면.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의 한 장면. ⓒ tvN

 
사진작가 로버트 카파는 "당신의 사진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충분히 가까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라는 어록을 남겼다. 근접촬영은 무대 공연에서 아티스트의 바로 코앞까지 다가가 촬영하는 것으로 특히 아이돌 팬들 사이에서는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하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조진현-송낙훈 카메라 감독은 에스파, 트와이스 나연, TNX 등 근접촬영으로 만들어낸 여러 아이돌의 레전드 무대들을 둘러싼 에피소드와 노하우를 공개했다. 근접촬영의 매력은 무대 위 가수와 팬들이 가까이서 함께 호흡하는 듯한 생동감을 선사한다는 데 있다. 화려한 무대를 펼치는 아이돌의 동선을 그대로 따라가야 하는 만큼 촬영 감독들에게도 많은 체력을 요구한다.
 
송낙훈은 "최근에는 가까이 다가가면 피사체가 엄청 넓게 보이는 렌즈를 사용한다. 렌즈 특성이 붙을수록 입체감이 살아난다. 코로나 이후 직접 무대를 볼 수 없게 된 관객들이 이런 근접촬영을 통해서라도 대리만족을 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조세호와 유재석은 '톰보이'와 '쿵따리 샤바라'에 맞춰 아이돌 근접촬영 무대를 그럴듯하게 재현하여 웃음을 자아냈다.
 
조진현-송낙훈은 무대별 촬영 노하우로 여자 아이돌은 춤선과 표정연기 살리기, 남자 아이돌은 퍼포먼스와 군무 살리기에 초점을 맞춘다고 밝혔다. 특히 멤버가 많은 남자 아이돌팀의 경우, 파트가 순식간에 지나가기 십상이다. 감독들은 아이돌을 TV를 통하여 지켜볼 부모들의 심경을 생각하여 "이분들은 몇 년간 연습생시절을 거쳐서 이 무대를 하는 거다. 저 친구 절대 놓치지 말고 짧게라도 잡아줘야 겠다고 생각한다"고 책임감을 밝혔다.

조진현은 카메라 감독으로 일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낀 순간으로는 지난해 2021년 10월 21일 누리호 1차 발사 촬영 때를 꼽았다. 여러 촬영팀 중 유일하게 마지막까지 누리호를 촬영하고 있었다는 조진현은 "전 국민이 지켜보고 있고 간절히 염원하고 있는 장면에, 제가 끝까지 책임감을 갖고 카메라를 잡고 있었다는 게 느낌이 너무 좋았다"고 고백했다. 올해 누리호 발사가 성공했을 때는 직접 가지는 못했지만 작년의 생각이 떠오르며 너무나 기뻤다고.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의 한 장면.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의 한 장면. ⓒ tvN

 
베트남의 '쌀딩크' 박항서 감독이 다음 자기님으로 등장했다. 2002 한일월드컵 4강신화 당시 히딩크호의 코치로 활약했고, 2018년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취임한 이후에는 스즈키컵 우승, AFC U-23 아시아챔피언십 준우승, U-23 동남아시안게임 2연패, 성인대표팀 첫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 등 베트남 축구의 역사를 잇달아 새롭게 쓰며 전설로 등극했다.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에서 어느덧 5년차를 맞이했다. 역대 베트남 축구의 외국인 감독 평균 재임기간은 8개월에 불과했다. 최근에는 박 감독의 모친 백순정 여사가 100세를 맞이한 기념으로 주석궁에 특별히 초대되어 모친에게 선물하는 특별한 기념 액자표구를 받기도 했을 만큼 다시 한번 베트남에서의 남다른 위상을 확인했다.

박항서 감독은 2002년 대표팀 코치 시절 폴란드와의 월드컵 첫 경기에서 첫 골을 넣은 황선홍과의 포옹 세리머니로 화제가 된 바 있다. 당시 황선홍이 감독인 히딩크를 제치고 박항서 코치에게 달려가 안기며 히딩크가 뻘쭘하게 돌아서는 장면이 웃음을 자아냈다.
 
박 감독은 황선홍과의 세리머니가 사전에 서로 약속된 것이라는 소문을 해명했다. 박 감독은 경기 전날 선수들의 방에 일일이 전화를 돌리며 격려하다가 황선홍이 유난히 컨디션이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농담삼아 "골을 넣으면 안정환의 키스 세리머니처럼 벤치에 세리머니를 해보라"고 말했을 뿐이라는 것. 사건의 진실 여부를 놓고 황선홍과도 사석에서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고 유재석과 조세호는 "에둘러서 '나에게 와줘'라는 이야기처럼 들린다"고 놀리며 박 감독을 당황하게 했다.
 
박 감독은 "그 경기 이후 황선홍이 다음 경기에 선발로 출장을 못했다"고 폭로하며 박항서에게 안긴 것 때문에 황선홍이 히딩크 감독의 눈밖에 났다는 소문이 퍼졌다고 설명했다. 박 감독은 히딩크 감독을 찾아가 사실을 해명하고 히딩크도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박 감독은 "코치가 그렇게 나대면 안됐는데..."라고 후회하는 반응을 보이며 웃음을 자아냈다.
 
다만 방송에서는 설명되지 않았으나 박 감독의 기억에는 오류가 있다. 황선홍은 폴란드전 세리머니 사건 이후 두 번째 경기였던 미국전에서도 변함없이 선발로 나섰다. 황선홍이 선발에서 제외된 것은 포르투갈전이었고 이유는 미국전에서 당한 부상 때문이었다. 토너먼트 이탈리아-스페인전에서는 교체로 출장했고, 독일과의 4강전에서는 다시 선발로 복귀하여 월드컵 내내 변함없이 중용받았다. 박 감독의 농담 혹은 착각으로 보인다.
 
한일월드컵 이후 박 감독의 지도자 생활을 평탄하지 않았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사령탑을 맡았으나 동메달에 그치며 3개월 만에 경질되는 아픔을 겪었다. 상무 감독 시절에는 공황장애 진단을 받아 두 번이나 응급실에 실려가기도 했다. 축구 지도자로서 성적에 대한 압박감이 주는 스트레스가 원인이었다. 박 감독은 지금도 약을 복용하고 있다면서 "대부분 그렇게 살지 않냐"며 미소를 지었다.
 
한국에서 지도자로 내리막길을 향해가던 박항서 감독은 마지막 도전이라고 생각해고 베트남행을 선택했다. 감독의 평균수명이 8개월밖에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에 망설였으나 아내의 강력한 권유로 결심을 굳혔다고. 초기에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외국인 감독으로서 설움을 겪기도 했다. 박 감독은 "외국인 감독으로서 그 나라의 문화와 관습은 존중하되, 기술적인 부분은 전적으로 내게 맡겨달라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박 감독은 히딩크 감독으로부터 배운 '칭찬은 다 같이, 지적은 개별적으로'하는 선수관리 노하우를 실천했다. 베트남 선수들과는 친근한 스킨십으로 먼저 다가가고 소통하는 덕장의 면모를 보였다.

의무실에서 선수의 발을 직접 마시해주거나 부상중인 선수에게 비즈니즈석을 양보하는 박 감독의 모습이 화제가 되며 현지에서 '파파박'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2018년 U-23 챔피언십에서 준우승하고 난 뒤 박 감독은 "고개숙이지 마라. 우리는 베트남축구의 전설이다"라는 어록을 남기며 선수들을 격려했다.

2018년 아시안게임에서 베트남을 이끌고 모국 한국대표팀과 맞붙게된 박 감독은 상대 선수로 만난 손흥민과의 일화를 공개했다. 한창 선수들을 다독이며 통역을 통하여 작전을 전달하는 와중에, 돌아보니 손흥민이 바로 옆에서 엿들으며 웃고 있더라는 것. "딴 나라 선수같았으면 미쳤죠(화를 냈을 것이라는 뜻), 하지만 손흥민은 한국의 보배 아닌가"라며 웃으면서 머리를 쓰다듬는 것으로 상황을 정리했다.
 
손흥민과의 관계를 궁금해하는 베트남 사람들에게 "손흥민 아버지(손웅정씨)와 친구"라고 대충 둘러댔지만 정작 실제로 연락해본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밝히며 폭소를 자아냈다.
 
박 감독은 베트남 축구에 기여한 업적을 인정받아 베트남 2-3급 노동훈장과 우호훈장을 수상했다. 유재석이 "다음엔 1급도 받으실 수 있겠다"고 기대하자 박 감독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7연패하고 짐쌀 뻔했다"는 뒷이야기를 고백하며 웃음을 자아냈다.

다행히 8번째 경기에서 중국을 이기고 최종예선 첫승을 달성하며 분위기가 반전됐다고. 박 감독은 "기대 수준에 맞추는 게 쉽지 않더라"며 항상 성적에 따라 천당과 지옥을 넘나드는 감독의 고충을 밝혔다.
 
박 감독은 "인기는 연기처럼 사라지는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연연하지 않는다. 다시 태어나면 축구 지도자는 안 하고 싶다. 너무 많은 걸 겪어봤는데 또 하고 싶은 생각이 들겠나"라면서도 "그렇지만 16살 때부터 했던 축구는 제 인생의 전부고,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자랑거리이고 잊을 수 없는 일"이라며 뼛속까지 축구인다운 애정을 드러냈다.

노희경 "영옥 이야기, 한지민 아니었다면 쓸 수 없었을 것"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의 한 장면.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의 한 장면. ⓒ tvN

 
배우 한지민이 마지막 게스트로 등장했다. 출연작 등 특별한 홍보이슈가 없음에도 출연했다는 한지민은 "일도 없고 한가해서 나왔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조세호가 "거울을 보면 한지민이 보이지 않나. 솔직히 예쁜가?"라고 질문하자. 한지민은 "예쁜날도 안 이쁜 날도 있는데 안 이쁜날이 대부분이다"라는 망언을 내뱉었다.
 
조세호는 유재석이 같이 운동할 때 거울을 보면 "굉장히 흡족해하는 표정"이라고 폭로하여 유재석을 당황하게 했다. 유재석은 조세호와 이광수를 보면서 자존감을 찾는다며 "내가 이 세상에 있는 이유"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한지민은 2003년 <올인>에서 송혜교의 아역으로 데뷔했을 당시 연기력에 대한 부담과 고민으로 매일같이 울었다고 고백했다. 한지민은 "현장에 가는 게 무섭고 싫었다. 모두 제 눈만 보고 있는 게 너무 부담스러웠다. 현장에서만큼은 제가 가장 못난 사람이 되는 거다"라며 신인시절의 고충을 토로했다.
 
하지만 이후 한지민은 차근차근 필모와 연기력을 쌓아올리며 <이산> 등의 히트작을 통하여 국내에서 인정받는 톱여배우의 반열에 올랐다. <미쓰백>에서는 아동학대라는 예민한 주제와 여배우 원톱 영화라는 편견 때문에 투자나 배급사를 찾기 힘들었던 어려움을 극복하고 평소의 이미지를 뛰어넘는 열연을 선보이며 그해 연말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휩쓸었다. 수상소감 당시 한지민은 자신 때문에 영화가 빛을 보는 게 늦어진 게 아닐까라는 자책감에 시달렸던 순간을 고백하며 눈물을 보였다.
 
최근 한지민은 <우리들의 블루스>를 통하여 또 한번 성숙해진 연기력을 선보였다. 노희경 작가는 "영옥의 이야기는 한지민이 아니었다면 쓸 수 없었을 것이다"라고 극찬했다. 한지민의 극 중 언니로 출연한 정은혜 배우는 실제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으며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동생의 그림을 보고 우는 장면은 원래 대본상 가장 마지막에 있었으나, 처음부터 감정이 크게 올라온 한지민이 감독에게 부탁하여 마지막 장면부터 촬영을 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도 밝혔다.
 
한지민의 친척 조카 중에서도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환우가 있었다고. 사람이 많은 현장과 많은 대사량 등을 놓고 걱정했던 한지민은, 정작 현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함께 정은혜의 적응을 도왔고 그녀가 훌륭한 명연기로 시청자들을 감동시켰다고 회상했다.

한지민은 "정말 감동이었다. 이 드라마를 통하여 발달장애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용기가 되고 희망이 되지 않을까"라는 바람을 드러냈다. 정은혜는 한지민에게 "같이 연기해서 즐거웠고 정말 행복했어, 나를 기억해줘서 고맙고 사랑해"라며 감사함을 전했다.
 
드라마의 마지막회에 자막으로 삽입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분명한 사명 하나, 우리는 이 땅에 불행하거나 괴롭기 위하여 태어난 것이 아니라 오직 행복하기 위하여 태어났다는 것. 모두 행복하세요"라는 문구는 큰 감동을 선사했다. 한지민은 '지금 행복한가'라는 질문에 대하여 잠시 신중하게 생각하다가 "대단한 행운이나 이런게 없더라도 무탈한 게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지민은 "나이가 들수록 이별할 일이 많아진다"면서 최근 세상을 떠난 할머니와의 이별을 회상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사무치게 그리운 사람을 다시 못 본다는 게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그래도 지금은 많이 괜찮아졌다"며 이별을 받아들이는 일에 익숙해져야 하는 나이가 된 것을 자각했다.
 
한지민은 <유퀴즈>에서 얻은 상금에 자신의 사비를 보태 정은혜를 위한 선물을 준비하고 관객과의 대화 자리를 선물하며 훈훈하고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드라마가 끝난 이후에도 아름다운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두 사람의 우정과,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하여 노력하는 선한 영향력이 시청자들에게도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유퀴즈 한지민 박항서 근접촬영 스포츠스태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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