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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의 가치가 퇴색하는 세상입니다. 뿐만 아니라 급격한 자동화로 인간의 노동 그 자체가 종말을 고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세상이기도 합니다.  마주했던 노동 현실의 민낯을 보며 현장의 관찰자이자 조율자로서 신입 노무사가 보고 겪고 느낀 것들을 독자와 공유합니다. [기자말]
낮 최고기온이 37.1도를 나타낸 6월 22일 오후 대구 수성못을 찾은 시민들이 더위를 피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낮 최고기온이 37.1도를 나타낸 6월 22일 오후 대구 수성못을 찾은 시민들이 더위를 피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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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2022년도 하반기에 돌입해 장맛비와 무더위가 몰려오기 시작했다. 올라가는 수은주만큼이나, 출근길 지하철역까지 걷는 잠깐의 시간과 지하철 내부에서 부대끼는 시간 동안 겪게 되는 불쾌함의 수준도 점점 올라가고 있다.

이맘때쯤 되면, 필자는 2018년 어느 날의 좋지 않은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과거 기사에서도 다룬 바 있지만(김정은 영상 송출, 난 심폐소생술을 받아야 했다 http://omn.kr/1u1xs), 필자는 기자 재직 시절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취재하던 도중 남국의 폭염 아래 장시간 노동 중 열사병으로 쓰러졌던 경험이 있다.

스스로 의식을 잃는 줄도 모르고 한 발씩 지면 아래 늪으로 빠져 들어가는 느낌이었기에, 고열 작업환경의 위험성이 얼마나 높은지에 대해서는 이후에도 계속하여 관심을 가지고 공부해오고 있다. 그러면서, 우리 법제가 생각보다 구체적인 가이드를 두고 있지만 이를 산업현장의 사업주도 노동자도 잘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 씁쓸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지구온난화 등 여러 이유로 '역대급 여름'이 될 것 같은 올여름 온도와 관련하여 노동현장에서 주의해야 할 점을 풀어 본다.

여름철 안전수칙, 세 가지만 기억하세요

여름철 고온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가장 큰 위험성은 탈수 등 열사병과 관련된 노동자의 건강 이슈다. 2016년부터 2021년까지, 6년 간 여름철 폭염으로 발생한 온열질환 산업재해(총 182명) 중 15.9%인 29명이 사망할 정도로(고용노동부 통계), 뜨거운 태양 아래서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면 노동자의 건강에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진다.

하지만 냉방기구의 사용이 극히 제한되는 건설현장 등 옥외에서의 업무는 이러한 고열환경에서 진행될 수밖에 없다. 건물 내 노동이라 하더라도 용광로 등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하 "규칙") 상 고열작업에 해당한다거나, 그렇지 않은 사무직이라도 통기가 되지 않는 공간이라거나 발열체가 많은 서버실 내 근무 등의 경우 온열질환의 위험성이 높음은 매한가지다.

이에 우리 산업안전보건법 등 관련법에서는 온도에 의한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한 규정을 구체적으로 두고 있다. 실내 고열작업의 경우 온·습도 조절장치 및 환기장치를 설치하고(규칙 제560조 및 제561조), 고열장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이러한 온도정보 등을 작업 장소 내 잘 보이는 곳에 갖추어 두도록 하는 조항(규칙 제562조) 등이 바로 그것이다.

또 옥외 작업의 경우에는 적절한 휴식시간을 부여하여야 한다. 특히, 기온이 가장 높아지는 오후 2시를 전후하여서는 폭염의 수준에 따라 작업을 일시 중지하는 등 온열질환 예방을 위한 대책을 세우도록 권고된다. 최근 법에 신설된 휴게시설의 설치의무(산안법 제128조의2 및 규칙 제567조) 또한, 이러한 극한 온도로부터 격리된 장소에 설치되어야 한다.

마침 산업안전보건공단 또한 2022년 7월호 <월간 안전보건+>의 테마를 '폭염'으로 잡으면서, 옥외작업에서의 안전수칙 키워드를 ①물 자주 마시기 ②그늘막 쉼터 준비하기 ③더운 시간 피해 휴식하기라는 세 가지 테마로 정리하여 보여주고 있다.
 
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는 여름철 고온의 옥외작업에서 지켜야 할 세 가지 유의사항을 권고하였다.
▲ 여름철 옥외작업 3대 유의사항 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는 여름철 고온의 옥외작업에서 지켜야 할 세 가지 유의사항을 권고하였다.
ⓒ 산업안전보건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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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사병 증상이 발현된다면?

이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건강상태나 업무의 강도 등에 따라 온열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은 잔존하게 된다. 특히, 필자의 경험에서도 볼 수 있듯 온열질환의 경우 체온 상승으로 인하여 점차 의식을 잃고 쓰러져 2차 부상이 발생하거나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만큼 아래와 같이 조치해야 한다.

먼저, 작업자 간 서로의 건강상태를 계속하여 체크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옥외 건설현장의 경우 안전모를 눌러 쓰고 살갗이 타지 않기 위해 반다나 등을 매어 서로의 상태를 육안으로만 확인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관리자 내지 동료 간에 지속적으로 의사소통을 하면서 몸 상태를 체크할 필요가 있다.

온열질환의 주요 증상은 호흡이 빨라져 과호흡 상태가 된다거나, 의식을 잃어가는 과정에서 외부의 자극에 대한 반응이 느려지는 양상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지나치게 숨소리가 거칠거나, '정신이 홀린 듯' 주변에서 불러도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비틀거리면서 신체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경우라면 이미 상당히 위험한 상태이다.

따라서 이 단계에 오기 전에 증상을 알아차리고, 질환자에게 추가 휴식시간을 부여하거나 귀가조치 시키는 등으로 재해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산업안전보건공단은 폭염특보가 내려진 경우 매시간 15분 이상의 휴식시간을 부여하도록 정하고 있는 만큼 이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만일 이 단계를 지나 질환자가 쓰러지고 의식을 잃는 단계에 이른다면, 즉시 그늘로 옮긴 뒤 꽉 끼는 옷이나 양말을 느슨하게 하는 등으로 체온을 낮추어야 한다. 동시에 증상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하여 119에 신고하는 등으로 전문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여야 한다.

옥외노동자를 위한 팁으로, 수분 섭취 시에는 단순히 물만 많이 먹게 되면 체내 염분농도 등 전해질 이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이를 고려한 이온음료를 섭취하거나, 소금을 함께 먹는 편이 좋다. 필자도 재해 당시 싱가포르 병원 응급실에서 의식을 차리자마자 처방받아 먹은 것이 칼륨 등 전해질이 든 크고 맛없는 알약이었다.

여름철에 한랭 질환? 더위의 역설

대다수가 여름철 온도에 따른 안전사고는 더위만을 고려하지만, 사실 계절적 특성에 따라 오히려 저온 한랭작업환경에서 발생하는 질환에 따른 재해도 만만치 않게 발생한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

한랭작업이란 액체질소나 드라이아이스 등 액체 공기 취급이나 냉장·냉동고, 제빙고 등의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으로(규칙 제559조 제2항), 이에 따른 대표적인 건강장해에는 동상이나 전신저체온증 등 뇌심혈관계 질환이 해당한다. 특히, 냉동고에서 외부로 나오면서 급격한 온도의 변화로 인하여 상해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한랭작업의 수준을 측정하기 위한 개념에는 '등가냉각온도'가 있다. 안전보건공단 한랭작업환경 관리지침에서는 단순히 기온뿐만 아니라 작업 공간에 부는 기류의 수준을 고려한 등가온도를 계산하여, 1분 이내의 단시간에 노출된 생체조직이 동상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는 경우인지를 파악하고 있다.
 
저온 및 극저온 환경의 위험성은 온도뿐만 아니라 기류에도 영향을 받는다.
▲ 한랭작업에서의 등가냉각온도 저온 및 극저온 환경의 위험성은 온도뿐만 아니라 기류에도 영향을 받는다.
ⓒ 산업안전보건공단 KOSHA Gu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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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공단은 4시간 단위 교대작업을 기준으로 등가냉각온도가 영하 10도 이하일 때는 경작업(앉거나 서서 기계조정 등을 하는 업무)은 연속하여 50분 이내, 중등작업(물체를 들거나 밀면서 걸어 다니는 가벼운 육체노동)은 연속하여 60분 이내의 작업을 한 뒤 휴식을 주도록 정하고 있다.

한편, 사업주는 산안법 등에 따라 보호구를 지급할 의무가 있으므로 한랭작업의 경우에도 방한모, 방한화, 방한장갑 및 방한복을 개인전용의 것으로 지급하여야 하며 이를 반드시 착용한 채 일하도록 관리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위 '등가냉각온도'의 개념에서도 알 수 있듯, 이러한 조치만으로도 냉기와 직접 접촉하여 발생하는 동상은 상당부분 예방할 수 있다.

다만 저체온증은 지속적인 저온환경에 따른 경우가 대다수이므로 위 휴게시간의 준수가 더욱 중요하다. 저체온증의 대표적인 증상에는 언어 이상이나 자극에 대한 반응 저하 등이 있으므로, 만일 한랭 질환이 의심되는 경우 질환자를 즉시 따듯한 공간으로 이동시켜 음료를 제공하는 등으로 체온을 올리는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삼복더위 이겨내는 노사 협력의 필요성

이상의 정보를 종합하여 보면, 우선적으로 사업장에서 온도에 따른 위험성을 간과하지 말고 적정한 업무 스케줄을 책정하는 것이 최우선임을 알 수 있다. 대다수의 사고가 급한 공기를 맞추기 위해 여유 없이 일하다가 발생하게 되는 만큼, 적어도 무더운 여름철 대낮에 노동자의 건강을 볼모로 하는 위험한 작업을 강행하지는 않아야 할 것이다.

특히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는 현 시점에서, 사망률이 상당히 높은 온도로 인한 재해는 경영자의 입장에서도 위험한 기계의 사용만큼이나 중요하게 관리해야 할 대상이다. 필요하다면 작업시간을 상대적으로 서늘한 시간으로 옮기고, 사업장 내 차양 등을 충분히 설치하는 등의 간단한 방법만으로도 대부분의 재해는 예방할 수 있다.

동시에, 노동자들 또한 온열 및 한랭 질환에 관심을 가지고 스스로의 몸을 지킬 의지가 있어야 한다. 특히 덥고 땀 찬다고 안전모를 벗고 일하는 경우 오히려 직사광선에 체온이 올라갈 수도 있고, 젊음과 건강을 과신하여 장시간 땡볕에서 일하다가는 어린 날의 필자와 같은 끔찍한 경험을 할 수도 있다. 사업주의 정당한 재해 예방을 위한 지시에 따르고, 조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당당하게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목소리를 높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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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조은노무법인 공인노무사, HR컨설턴트(위장도급/산업안전보건 등) // 前 YTN 보도국 영상취재1부 영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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