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저녁  광주극장에서 열린 11회 광주독립영화제 개막식. 정주미 프로그래머가 올해 상영작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23일 저녁 광주극장에서 열린 11회 광주독립영화제 개막식. 정주미 프로그래머가 올해 상영작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 성하훈

 
 11회 광주독립영화제 개막작 <말이야 바른 말이지> 상영 후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

11회 광주독립영화제 개막작 <말이야 바른 말이지> 상영 후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 ⓒ 성하훈

 

새로운 10년을 시작하는 의미를 담은 광주독립영화제가 크게 변화한 모습이다. 하지만 한국 민주주의의 기점이었던 1980년 5월 광주를 기리는 마음가짐은 여전했다. 지나간 역사의 기억과 흔적을 독립영화 창작을 통해 발전적으로 승화시키려는 독립영화인들의 의지는 변함없이 한결같았다.
 
민주화의 성지 광주를 대표하는 11회 광주독립영화제가 23일 저녁 7시 광주극장에서 개막했다. 전남지역 영화단체와 독립영화인 등 200명 정도의 관객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개막식은 최지원 공동 집행위원장과 김아솔 감독의 사회로 진행됐다. 오태승 대표와 박서영, 이순학 공동 집행위원장은 개막을 선언하며 "영화는"이라고 외쳤고, 관객들은 "삶이다"로 화답했다.
 
뮤지컬 갈라팀의 축하공연 직후 정주미 프로그래머는 "모두 32편의 작품이 준비됐고, 그동안 진행해 오던 배우 특별전 대신 올해부터는 감독 특별전을 하게 됐다"라며 특징을 소개했다.
 
개막작은 서울독립영화제가 제작한 옴니버스 영화 <말이야 바른 말이지>였다. 윤성효, 박동훈, 최하나, 김소형, 송현주, 한인미 등 여섯 명의 감독이 연출한 단편을 모은 작품으로 반려견 파양과 지역 차별, 결혼하지 못한 MZ세대 남녀의 혐오, 워킹맘 등 사회적인 문제들을 무겁지 않게 묘사했다. 
 
특히 박동훈 감독이 연출한 <당신이 사는 곳이 누구인지 말해줍니다>는 출산을 앞둔 딸을 찾아온 아버지가 손주의 출생지를 염려하는 내용을 담았다. 옛 호남지역에 대한 차별을 뼈대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상영 후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에서 박동훈 감독은 1980년 5월 광주민중항쟁 이후 지역 차별에 대해 직접 겪은 경험을 관객들과 나누며 공감을 얻기도 했다.
 
양민학살 문제의식 담은 특별전
 
 전승일 감독 뮤직 애니메이션 <오월상생>의 한 장면

전승일 감독 뮤직 애니메이션 <오월상생>의 한 장면 ⓒ 전승일 감독

 
올해 광주독립영화제는 5월 정신과 함께 양민학살에 대한 문제의식을 담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새로운 10년을 여는 전승일 감독 특별전이 대표적이다. 애니메이션을 통해 정치, 사회, 역사적 사건들을 다뤄온 감독의 의식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뮤직 애니메이션 <오월상생>은 1980년대 민중가요 5곡과 함께 죽음의 이미지로 5.18의 기억과 상처를 성찰하고 복원하는 작품이다. <금정굴 이야기>는 한국전쟁 발발 후 이승만 정권이 무고한 양민들을 학살한 사건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제노사이드 범죄를 소재로 하고 있다. 최근 전쟁 과정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양민학살 등이 국제적으로 비판받는 상황 등을 떠올리게 한다. 
 
5.18을 소재로 하는 영화는 광주독립영화제에서 빼놓을 수 없다. 박정운 감독의 단편 <오발탄>은 처음 공개되는 작품으로 관심을 모았다. 젊은 시절 공수부대에 있으면서 광주에서 무고한 양민을 학살했던 주인공 이병일이 아파드 경비원으로 근무하는 도중 매일 밤 오월 영령들에게 쫓기는 내용이다. 최초 발포명령자를 찾기 위한 영화적 작업으로 광주의 극단들이 연합해 제작했다는 점에서 연극적인 요소가 돋보인다.
 
광주지역에서 창작된 단편 신작들도 상영된다. 광주 안에서 지역영화 창작이 늘어나는 게 반갑다. 김서운 감독 <사랑합니다. 고객님>은 비정규 감정노동자들의 애환을 무겁지 않은 분위기로 풀어냈다. 다양한 독립영화에서 꾸준히 활약하고 있는 손예원 배우가 출연한다. N포세대와 교육 문제에 판타지 요소가 결합됐는데 지역의 창작 열기를 확인할 수 있다.

겨울영화제서 여름영화제로
 
 11회 광주독립영화제 개막식에서 여름 피서를 주제로 한 트레일러 필름을 소개하고 있다.

11회 광주독립영화제 개막식에서 여름 피서를 주제로 한 트레일러 필름을 소개하고 있다. ⓒ 성하훈

 
올해로 11회째를 맞은 광주독립영화제의 가장 큰 변화는 개최 시기에 있다. 지난 10년 동안 매해 12월에 개최됐다가 올해부터 6월로 앞당겨진 것이다. 겨울영화제에서 여름영화제가 됐는데, 무더위와 장마를 영화로 해소해보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슬로건으로 정한 '영화랑 썸탈래, 나랑 파도탈래?!'도 같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세 명의 여성이 공동집행위원장으로 나선 것도 특별하다. 이순학, 박서영, 최지원 공동 집행위원장이 영화제를 책임진다. 프로그램 선정은 정주미 프로그래머가 맡게 됐다.

광주독립영화협회 오태승 대표는 "여름으로 옮긴 것이 낯선 느낌이지만 계절에 맞게 시원하고 밝게 꾸미고자 묵직함은 덜어내고 가벼움을 더했다"라고 밝혔다.
 
한편, 11회 광주독립영화제는 26일까지 광주독립영화관에서 개최되며, 모든 작품이 무료로 상영된다. 
광주독립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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