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13년간이나 미담의 주인공으로만 알려지며 세상을 속인 인물이 있었다. 2005년 5월 난치병에 걸린 딸을 지극정성으로 보살피는 어느 아이 아빠의 사연이 한 방송을 통하여 공개됐다. 아빠는 "돈이 없어도 부모가 사랑을 주면 되는데, 나는 아픈 것까지 같이 줘야한다"면서 아픈 딸을 돌봐야하지만 형편이 어려운 자신의 사정을 호소했다.
 
방송이 나간 직후 사연자의 안타까운 사연과 절절한 부정에 대중들은 크게 감동했고, 언론에서는 딸을 위하여 고군분투하는 '천사 아빠'로 묘사했다. 대중의 관심에 힘입어 아빠는 딸의 수술비 마련을 위한 본격적인 모금 활동을 시작했다. 많은 이들은 성금을 보내며 이들의 행복하기를 성원했다.
 
하지만 그의 실체는 희소병 딸을 앞세워 전국민을 속인 사기꾼이자, 심지어 잔혹한 살인범이었다. 천사의 가면을 쓰고 악마의 범죄를 거리낌없이 저지른 두 얼굴의 흉악범, 바로 '어금니 아빠' 이영학이었다.
 
 tvN <블랙: 악마를 보았다>의 한 장면.

tvN <블랙: 악마를 보았다>의 한 장면. ⓒ tvN

 

6월 17일 방송된 채널A 범죄 분석 다큐멘터리 <블랙-악마를 보았다>에서는 중학생인 딸의 친구를 집으로 유인하여, 수면제를 먹여 추행하고 살해한 이영학의 행적을 파헤쳤다.
 
2017년 9월 30일 이영학의 딸은 함께 영화를 보자며 피해자를 집으로 데려왔다. 이영학의 딸은 피해자에게 수면 성분이 포함된 신경안정제를 감기약처럼 속이고 복용하게 됐다. 피해자가 의식을 잃자 이영학은 딸을 집밖으로 내보내고 항거불능 상태인 피해자를 만 하루 동안이나 가학적인 성추행을 일삼았다. 이튿날 피해자가 의식을 차리고 저항하기 시작하자, 이영학은 피해자의 목을 졸라서 잔혹하게 살해했다.
 
이영학과 피해자는 사건 당일날 처음 만난 사이였다. 이영학의 딸과 피해자는 초등학교 동창으로 두 사람이 만난 것도 거의 1년만이었다고. 또한 사건이 벌어진 것은 이영학의 아내가 사망한지 한달도 안된 시점이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영학이 피해자를 범행대상으로 직접 골랐다는 사실이다. 이영학이 밝힌 범행동기는 "피해자 소녀가 자신의 사망한 아내가 닮았다"는 것이었다. 범행 2주전 이영학은 딸에게 "엄마 대신 나를 채워줄 사람이 필요하다"라면서 딸의 휴대폰으로 친구들의 프로필 사진을 검색하다가 피해자를 발견했다. 이영학은 딸에게 그녀를 지목하여 집으로 데리고 오라고 2주에 걸쳐 집요하게 요구했다.
 
이영학은 어떤 인물인가. 그는 왜 어금니 아빠가 되었는가. 이영학은 희소병인 거대 백악종 환자였다. 잇몸과 치아 뿌리의 백악질에 거대한 종양이 자라는 병으로 현재까지 보고된 사례가 극히 드문 희소병이었다. 이러한 거대 백악종은 지속적으로 제거를 해주는 수술을 받아야했다. 이영학은 총 네 번의 수술으로 치아가 어금니 하나밖에 남지않아서 어금니 아빠라는 별명을 얻었다.
 
권일용 프로파일러는 "이영학은 저 희소병을 제외하고는, 진실함이 1%도 없는 최악의 사기꾼"이라고 평가했다. 이영학은 무려 13년간이나 진실을 숨기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빠로 자신을 포장했다. 아직 14세밖에 되지않은, 그것도 딸의 친구를 무참하게 살해한 사건으로 세상에 이영학의 실체가 비로소 드러났다.
 
이영학은 2002년 당시 17세의 가출청소년인 아내를 처음 만나 동거를 시작하여 딸을 얻었고, 2008년에는 혼인신고를 하고 결혼생활을 해왔다. 이영학의 딸은 출산한지 얼마 지나지않아 아빠와 똑같은 거대 백악종 진단을 받았다. 이영학은 "저 때문에 딸이 아프다"는 피켓을 들고 행인들을 상대로 금품을 모집했고, 방송사에 사연을 보내며 창업 지원 방송에도 출연하게 됐다.

이영학은 방송사와 치킨프랜차이즈 업체의 후원을 얻어 치킨집을 개업했지만 잠시 호황을 누리다가 갑자기 1년만에 폐업했다. 아르바이트생의 증언에 따르면 이영학은 치킨집을 제대로 운영하지 않았고,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수시로 음담패설을 일삼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영학은 자영업보다 더 쉽게 돈을 버는 방법을 찾았다. 바로 방송출연이었다. 이영학은 자신과 같은 희소병에 걸린 딸을 이용한 감성팔이로 여러 방송에 출연하며 유명세를 누렸고, 2005년부터 2017년까지 이영학이 공식적으로 출연한 방송 횟수는 9회에 이르고 신문사에 올린 후원금 모금 광고는 무려 29회였다. 이밖에도 이영학은 SNS, 홈페이지, 온라인 커뮤니티 등 각종 채널을 이용하여 후원금을 모금했다.
 
이영학이 기대한 대로 미디어의 파급 효과는 매우 컸고, 그의 사연을 안타깝게 여긴 많은 시청자들이 적극적인 후원에 나섰다. 이영학은 본인계좌로 후원금을 받기 위하여 후원금 사무실까지 개설하면서 후원금 모금을 아예 사업화했다.
 
이영악흔 13년간 무려 17만 688회의 후원금을 편취한 것으로 드러났고 액수는 무려 12억 8천만원에 이르렀다. 여기에 기초생활수급자 신분으로 1억 2천여만원의 정부 지원금까지 꼬박꼬박 수령했다. 개인 계좌로 보내진 후원금은 얼마가 모이고 어떻게 쓰였는지 국가기관에서 확인이 불가능하다.
 
어이없게도 12억이 넘는 후원금중 정작 딸의 치료비에 쓰인 돈은 1%도 안되는 706만원에 불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영학 딸의 수술비는 대부분 재단이나 구청에서 지원했기 때문에 이영학 본인이 부담해야했던 돈은 적었던 것.
 
대신 이영학은 후원금으로 호화생활을 누렸다. 이영학은 매달 카드값으로 4백만원에서 1천만원을 썼고, 가족과 지인들의 명의로 고급승용차를 무려 20대나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영학은 자동차 재판매 사업과, 후원금 사무실 운영 및 광고비, 본인 대출금 상환 등에 후원금의 대부분을 지출했다. 심지어 본인의 쌍꺼풀 수술이나 성기 변형 수술, 고액의 문신 시술을 받기도 했다,
 
이영학에게 딸은 그저 돈벌이 수단에 불과했고, 대중들이 호의로 후원해준 돈은 모두 이영학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하여 소비됐다. 또한 후원금이 점점 줄어들자 이영학은 보험사기 방식으로 7년간 무려 8건의 교통사고를 일으켜 3천만원의 보험금을 편취하기도 했다.
 
이처럼 세상을 속인 이영학의 뻔뻔한 이중생활은 어떻게 1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이나 지속될수 있었을까. 권일용은 그 이유로 '미디어의 영향력과 후광 효과'를 지목했다. 실제 희소병에 걸린 부녀의 사연과, 방송에서 눈물로 호소하는 모습은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기 좋은 소재였다.

미디어는 이러한 이영학의 사연을 적극적으로 소비했고, 그 공신력이 대중의 신뢰에도 덩달아 영향을 미쳤다. 대중은 설마 방송까지 수 차례 출연했던 이영학이 천인공노할 사기꾼이나 범죄자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이영학은 아내 최씨의 미스터리한 죽음에도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아내는 이영학의 여중생 성추행 및 살인사건이 벌어지기 불과 25일전에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놀랍게도 이영학은 강남의 한 오피스텔에서 1인 마사지숍을 열고 아내를 성매매시켰고, 해당 장면을 몰래 촬영하여 불법 성인 사이트에 동영상을 올리고 돈을 벌기도 했다. 이영학 딸의 진술에 의하면 아내는 한달에 2-3회 이상 이영학에게 지속적으로 가정폭력을 당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영학은 어린 시절부터 만난 아내를 지속적으로 가스라이팅하여 자신의 뜻에 일방적으로 따르도록 통제했다.
 
또한 이영학의 아내는 2009년부터 이영학의 계부와도 강압에 의하여 8년간이나 성폭행을 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학은 아내에게 계부와 성관계를 가진후 증거를 가져오라고 지시했고, 아내가 거부하자 다시 잔인하게 폭행했다.
 
이영학은 아내를 데리고 강원도에 있던 계부를 찾아가 강제로 성관계를 가지게하고 휴대폰으로 촬영했다. 그로부터 불과 하루 뒤에 아내는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세상을 떠났다. 사실상 벼랑 끝에 몰려 강요된 죽음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이영학의 계부 역시 며느리가 사망한지 45만에 "억울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이날의 진실은 영원히 미궁속에 빠지게 됐다.
 
그런데 이영학의 아내는 과연 스스로 투신한 것일까. 당시 이영학의 행적에서는 수상스러운 부분들이 포착된다. 당시 현장 CCTV에 촬영된 모습을 보면 이영학은 아내의 사망 현장을 보고서도 무덤덤한 태도를 보였다. 또한 6시간 뒤에는 사망 현장에 남은 아내의 혈흔을 지우려고 직접 꼼꼼하게 청소하기도 했다.
 
이후 이영학은 아내의 사망 소식을 SNS에 전하며 영정사진을 들고 노래를 부르는 동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또한 아내의 시신을 직접 염하는 모습을 스스로 촬영하는 동영상을 방송사에 제보하며 방송하는 조건으로 거액의 장례비를 요구했다. 아내의 비극적인 죽음마저 돈벌이로 이용한 것이다.
 
사망한 아내의 몸 전신에는 검은색 문신들이 새겨져있었고 특정 부위에는 성적비하 문구들이 가득했다. 이영학은 아내가 사망한 후 불과 3일만에 성인사이트에 '커플이 되고싶다'며 조건만남을 제의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영학이 그동안 자신의 변태적인 성욕을 아내를 통하여 해소해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내가 사망하자 이영학은 그녀를 대신할 존재를 물색했고, 성인 여성보다는 통제가 쉬운 미성년자를 찾았다. 결국 딸의 여중생 친구를 범행대상으로 선정하기에 이르렀다.
 
이영학은 엄마를 잃은 딸을 협박하여 범행의 공범이 되도록 강요했다. 이영학은 딸에게 피해자를 데려와서 수면제를 먹이는 과정까지 구체적인 내용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이영학은 딸에게 전원이 꺼진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가지고 외출시켜서 유기하게 했다.
 
이영학의 딸은 피해자인 친구가 사망했다는 사실을 듣고도 사체를 함께 닦고 시신을 차량 트렁크에 옮겨지는 모습을 지켜봤다. 시체를 싣고 사망한 어머니의 영정 사진을 끌어안고 아버지 옆 조수석에 탑승하기도 했다. '동해로 어머니를 추모하러가는 길'이라는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한 행동이었다. 이영학과 딸은 함께 피해자의 시신을 강원도 인근에 유기했다.
 
피해자의 어머니가 이영학의 딸에게 전화를 걸어 자녀의 행방을 물었지만, 그녀는 '모른다'고 거짓말했다. 또한 이영학의 딸은 사라진 피해자의 행방을 묻는 친구들과 주고받은 문자에는 '살아는 있겠지. ㅋㅋㅋㅋ'라고 답했다는 소름돋는 내용이 담겨져있었다.
 
전문가들은 이영학의 딸이 엄마와 마찬가지로 이영학에게 어린 시절부터 지속적인 가스라이팅을 당해왔다고 분석했다. 희소병에 시달려온 딸은 같은 병을 가진 아버지만이 자신을 살려줄 수있다는 맹목적인 믿음 속에서 성장했다. 아버지가 저지른 범죄행위에 대한 가치판단이 불가능한 환경에 있었던 것.

이영학은 법정에서 고의적인 살인의 의도는 없었다고 부정했다. 피해자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추행하고 아내가 되어달라고 설득하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사망한 아내를 17세에 임신시켜 자신의 곁에 둔 것처럼, 어린 피해자를 추행한 뒤 자신의 지배 아래 두려는 터무니없는 망상을 가진 것.
 
이영학은 범행직후 딸과 함께 동해로 가면서 '아내가 그리워서 마치 극단적 선택을 하겠다'는 듯한 암시가 담긴 동영상을 촬영하기도 했다. 그안에는 자신이 극단적 선택을 위하여 준비해 둔 수면제를 피해자가 모르고 먹었다는 궤변에 가까운 거짓말이 담겨있었다. 후원금을 모금할때와 마찬가지로, 범행이 발각되었을 때의 대비하기 위한 변명과 동정심을 자극하려는 수단이었던 것.
 
이영학 부녀는 동영상 촬영 이후 집으로 돌아왔다가 다시 도주했다. 이영학의 친모와 형, 친구 박씨가 그의 도피를 도왔다. 이들은 이영학의 범행 사실은 몰랐다고 진술했지만, 친모는 결정적인 범행증거물을 소각했고, 친형과 박씨는 이전부터 이영학의 후원금 편취와 보험사기를 도운 인물이었기에 신빙성은 떨어진다.
 
실종된 피해자를 찾던 경찰은 CCTV를 통하여 이영학의 집에 다녀간 피해자가 다시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2017년 10월 5일, 추적에 나선지 사흘만에 도주중이던 이영학 부녀를 체포했다.
 
이영학은 체포된 이후 카메라 앞에서 또다시 감성에 호소했다. "어제도 기도했다. 제가 대신 영원히 지옥에서 불타겠다"는 말을 남기는가하면 "아내가 죽은 후 약에 취해있었다. 아내의 죽음에 대하여 진실을 밝혀달라"고 뜬금없이 아내를 언급하기도 했다. 자신의 불행한 처지와 사망한 아내에게 관심을 돌려 동정심을 자극하려는 의도였다.
 
이영학은 2018년 강간, 살인, 사기 등 그간의 모든 범죄가 인되면서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1심에서는 사형이 선고되었지만 2-3심에서는 그의 범행이 사형을 선고받을 정도라기에는 가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패널들은 모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영학의 딸은 추행 유인, 사체 유기 혐의가 인정되었으나 만 14세라 소년법이 적용되어 장기 6년, 단기 4년형을 선고받는데 그쳤다. 현재 나이는 18세로 단기라면 이미 출소가 가능한 나이다. 이영학의 도피를 도운 형은 징역 1년, 친구 박씨는 8개월을 선고받았고, 친모는 증거인멸죄가 친족에게 적용될수 없다는 현행법상 아무런 처벌도 받지않았다.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거나 그에 동참한 이들에 대한 처벌로는 너무나도 미약했다.
 
한편 이영학은 재판 기간동안 무려 43차례의 반성문을 제출했고 법정에서 여러 차례 눈물을 흘리며 선처를 호소했다. 또한 검찰로부터 협박과 폭언을 당했다며 도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영학은 대법원 판결전까지 감형을 받아 출소할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이런 이영학의 반성을 받아들여 사형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했다.
 
권일용은 "아직도 진의가 모호하고 불분명한 '반성'을 양형의 기준에 참작한다는 것은, 이 시대의 사건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우리가 정말 깊이 생각해봐야할 문제"라며 국민의 상식적인 법감정과 괴리된 재판부의 판단을 비판했다.
 
이영학은 옥중에서 딸에게 편지를 보내어 "심신미약이 인정되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하겠다"는 이야기하는가 하면, '나는 살인범이다'라는 제목으로 책을 집필하고 있다. 딸과 함께 복수한다는 황당한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이영학이 아직도 자신이 출소할수 있다는 믿음을 지니고 있으며 또다른 대국민 사기극을 기획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고 선량한 사람들을 농락당하고, 처벌을 받았음에도, 여전히 반성하지 않고 또다른 기회만 엿보는 흉악범들은 지금도 세상에 버젓이 존재한다. 범죄자들의 검은 속내를 낱낱히 파헤쳐서 진실을 밝이기 위한 노력도 끝없이 계속되어야할 것이다.
 
 
블랙 악마를보았다 이영학 어금니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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