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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주민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6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인근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의 용산공원 개방에 대해 오염정화 과정 없이 졸속적인 개방이다고 규탄했다.
 용산 주민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6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인근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의 용산공원 개방에 대해 오염정화 과정 없이 졸속적인 개방이다고 규탄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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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돈만 밝혀온 어떤 악덕 여행사도 아닐 텐데, 이걸 누가 정부의 행태로 믿겠는가?"

정규석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혀를 찼다. 오는 10일부터 용산공원을 임시개방하면서 환경문제에 대해서는 철저히 함구하는 정부 행태가 아주 고약하다는 것이다. 그는 "하다못해 담배갑에도 그게 기준치 이하일지라도 폐암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끔찍한 경고문구가 뜨는데, 용산공원 임시개방 보도자료에는 오염물질이라는 단어를 하나도 찾아볼 수 없다"고 성토했다.

정부는 오는 10일부터 19일까지 용산공원을 시범개방한다. 신용산역에서 장군숙소와 대통령실 남측구역을 지나 국립중앙박물관 북측의 스포츠필드에 이르는 직선거리 1.1km구간이다. 매일 다섯 차례에 걸쳐 회차별로 500명의 관람객을 받을 예정이기에 이 기간 동안 공원을 방문하는 인원은 하루 최대 2500명, 총 2만5000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용산공원 임시개방을 앞둔 7일과 8일 두 차례에 걸쳐 정 처장을 전화 인터뷰했다. 정 처장의 지적처럼 지난 3일 국토교통부가 낸 '용산공원 시범개방으로 더 가까이 국민을 맞이하겠습니다'라는 제목의 8쪽짜리 보도자료에는 그간 환경단체와 언론들이 연이어 낸 환경오염 문제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

정 처장은 "용산미군기지 부지는 120년 넘게 외국군대가 주둔하면서 우리 땅이지만 우리 주권이 미치지 못한 곳이었기에 이곳을 국민의 품으로 되돌려주는 것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그렇다면 제대로 된 땅을 돌려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위험한 것을 위험하지 않다고 포장해서 정부의 가시적인 성과를 드러내는 쇼처럼 보이려고 하고 있다. 관람 쇼를 위해 국민의 건강권과 안전권, 그 소중한 가치를 걷어찬 정부가 안타깝고 화가 난다."

"정상적인 국가 행정 아니다... 국익에도 반한다"
 
정규석 녹색연합 사무처장
 정규석 녹색연합 사무처장
ⓒ 정규석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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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일문일답.

- 정부의 용산공원 시범 개방 결정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환경공단이 국방부 의뢰를 받아 진행한 용산 미군기지 부지 유해성 조사 보고서를 보면 지금 개방하려는 곳은 토양환경보존법상 공원이나 주거시설이 들어설 수 있는 1지역 기준을 초과한다. 이곳을 공원으로 시범 개방하겠다는 것은 정상적인 국가행정이 아니다. 또 정부는 이후에 미군과 오염정화 비용 협상을 벌일 것이다. 그런데 용산공원이 안전하다고 국민들에게 개방해놓고 미군측에는 오염정화비용을 대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국익에도 반하는 개방이다."

- 토양오염은 어느 정도 심각한가?
"최근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미군 숙소부지 TPH 수치(석유계 총탄화수소. 토양의 기름 오염 정도를 의미)가 공원 조성이 가능한 기준치의 29배를 넘는다. 지하수에서는 대표적인 발암물질인 벤젠과 페놀류가 기준치의 3.4배, 2.8배 초과했다. 종합체육시설, 푸드트럭 갖다놓고 쉼터 만들었다는 스포츠필드도 TPH는 기준치의 36배. 다이옥신도 검출되고 있다."

- 용산미군기지 '캠프 킴'에서도 다이옥신이 검출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일부 지점에서는 1급 발암물질인 니켈이 1㎏당 최고 112㎎ 검출됐다. 용산공원도 이와 같을까?
"그럴 것이다. 2020년에 반환을 받은 캠프킴은 우리가 주택부지로 활용할 계획을 세웠다. 이에 앞서 전면적인 토양 조사를 실시했더니 부지의 97%가 1지역 기준에 적합하지 않다고 명시했다. 용산공원 부지도 정밀조사한다면 이와 같을 것이다. 2017년도에 녹색연합이 미국 국방성으로부터 1990년부터 2015년까지의 유류 유출사고에 대한 자료를 받아 공개한 적이 있다. 84건에 달했다. 어느 특정 구역에서 발생한 게 아니었다. 부대 부지 전체에 흩어져 있었다."

- 일부 언론은 7~8일에도 용산공원 토양 오염에 대해 보도했다. 어느 정도 심각한가?
"장군숙소부지와 스포츠필드는 먼저 반환받은 곳이어서 유해성 보고서가 공개됐는데, 지난 5월에 받은 건 이번에 나왔다. 이곳도 TPH와 발암물질 등이 기준치 이상이었고 토양오염보존법상 1지역 기준의 수십 배를 초과했다. '대통령 집무실 남쪽 구역' 3분의 2 이상이 TPH와 비소 등 독성물질로 오염됐다. 결국, 모든 구역이 공원으로 이용할 수 없다는 게 증명됐다."

"대통령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았다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이 19일 오후 용산공원 내 개방 부지에서 재난안전사고 피해자 및 유가족들과 오찬을 가지기 위해 이동하면서 대화를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이 19일 오후 용산공원 내 개방 부지에서 재난안전사고 피해자 및 유가족들과 오찬을 가지기 위해 이동하면서 대화를 하고 있다.
ⓒ 인수위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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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에도 정부는 개방을 강행하고 있다. 그 정점에 누가 있다고 보나?
"지난번에도 임시개방 보도자료 냈다가 하루만에 잠정 연기한다가 번복했다. 그 즈음 경인일보가 단독기사를 냈다. 국토부는 잠정 연기했지만 대통령실은 6월 중 개방하려한다는 내용이다. 지난해 국토부는 용산공원 조성 시점을 '반환받은 시점인 N년으로부터 7년 후'로 고시했는데 이를 무시한 결정이다. 대통령실과 대통령 입김이 작용하지 않았다면 어려운 일이다.

한 번 흐름을 보자. 대통령이 당선된 뒤 용산공원 조감도를 직접 가지고 나와 설명한 적이 있다. 그 때 6월 중으로 공원을 조성한다고 말했다. 그 뒤에 단체나 언론들이 문제제기를 하자 대통령실에서 '시범개방'으로 용어를 바꾸면서 9월에는 전면개방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3개월간 대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지금은 10일 동안 '시범개방'하고, 9월부터는 '임시개방'하겠다고 한다. 대통령실도 법적으로 이곳을 공원으로 전면개방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편법적 용어를 갖다 쓰는 것이다."

- 국토부는 인공잔디를 덮었고 2시간 이내 체류하면 인체에 무해하다고 주장한다.
"인조잔디로 어떻게 피복했는지 모르겠지만 시간 제한을 둔 것은 위험물질 노출을 100% 차단할 수 없다는 걸 자인한 것이다. 완전 차단했다면 시간제한이 필요 없다. 더군다나 니켈 등 발암물질은 휘발성이 강하다. 호흡기를 통해 인체로 침투해도 위험하다. 피복 상태가 콘크리트 등으로 완전히 뒤덮지 않는 상황이라면 다이옥신에 접촉할 수 있다. 치명적이다.

또 코로나19 초기에 정부가 수차례 강조했던 말이 있다. 건강한 사람은 감기 앓듯이 지나갈 수 있지만 기저질환자나 노인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고. 이상 증상이 나중에 나타난다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미군도 살던 땅이어서 안전? 우리 공무원이 할 말인가"

- 이번에 개방되는 부지는 일부 미군 숙소가 있던 자리이기에 안전하다는 말도 있다.
"국방부가 그런 이야기를 했는데 어처구니없다. 미군 입장에서는 땅 속 토양오염이기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 있다. 정보가 차단돼서 잘 모르고 지나갈 수도 있다. 그런데 고엽제 문제는 시간이 지난 뒤에 사회문제로 발현됐다. 주한미군들도 나중에 인체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특히 미군들은 건강한 군인들이다. 반면 용산공원에 가는 시민 중에는 노약자와 기저질환자, 어린이 등이 포함된다. 미군이 괜찮았기에 우리도 괜찮을 것이라는 주장은 우리나라 공무원이 할 말은 아니다."

- 9월부터 임시 개방한다면 3개월 남았다. 토지 정화 작업을 완료한다는 게 불가능한 시간인데.
"인천 부평 미군기지 '캠프 마켓'은 용산 미군기지의 5분의 1정도 크기이다. 2년 넘게 오염된 흙을 제거하는 환경 정화 작업을 진행했다. 비용은 900억~1000억 원 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다. 춘천의 캠프페이지는 3년간 정화작업 했는데, 정화작업 끝난 상태에서 땅을 파다가 드럼통이 30개 나왔다. 부산 하야리아 미군기지 부지도 공원을 조성했는데 오염물질이 나와서 다시 정화작업을 반복하고 있다. 그 비용을 우리 세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 이번처럼 인공잔디로 덮어둔다면 어떤 사태가 예견되나?
"녹사평역의 지하수 오염이 계속되고 있다. 2001년 공사를 할 때 지하수에 기름띠가 올라왔고 조사를 해보니 기준치 몇 천배의 발암물질이 나왔다. 서울시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자기 돈 들여서 정화하고 있지만 지금도 지하수를 통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을 것이다."

- 이번 일로 국토부가 도마 위에 올랐는데, 환경정책을 관장하는 환경부는 함구하고 있다. 이래도 되는건가?
"유해성 평가보고서를 작성한 곳이 환경공단이다. 환경부 직속 기관이다. 국토부가 막무가내로 나오면 이에 대해 브레이크를 걸어야 하는 게 환경부다. 국무회의에서라도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그런데 제 역할을 하고 있지 않다."

정규석 처장은 "임시개방을 하는 오는 10일 오전 10시 용산공원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은 문제들을 밝힐 것"이라면서 "정상적인 국가라면 국민의 건강권과 안전권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하는 데 그걸 포기하고 있다, 안타깝고 화난다"고 거듭 성토했다.
▲ "윤 대통령, 용산공원 관람 쇼로 국민 건강권 걷어찼다" 오는 6월 10일 용산공원 시범개방을 앞두고 정규석 녹색연합 사무처장을 만났습니다. 정 처장은 “용산미군기지 부지는 120년 넘게 외국군대가 주둔하면서 우리 땅이지만 우리 주권이 미치지 못한 곳이었기에 이곳을 국민의 품으로 되돌려주는 것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그렇다면 제대로 된 땅을 돌려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면서 이같이 성토했습니다. “위험한 것을 위험하지 않다고 포장해서 정부의 가시적인 성과를 드러내는 쇼처럼 보이려고 하고 있다. 관람 쇼를 위해 국민의 건강권과 안전권, 그 소중한 가치를 걷어찬 정부가 안타깝고 화가 난다.” "용산공원 '관람 쇼'로 국민 건강권 걷어찬 정부, 그 정점에 윤 대통령" http://omn.kr/1zalt
ⓒ 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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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용산공원, #정규석, #녹색연합, #윤석열, #국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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