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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28일은 '세계 월경의 날'로 월경에 대한 사회적인 침묵과 터부를 깨기 위해 제정되었습니다. 여성환경연대는 세계 월경의 날을 맞이해, 여성들의 월경 경험을 가시화하고 사회 의제로 공론화하기 위해 매년 '월경 말하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2022년, 제6회 월경 말하기 주제는 '여성 노동자의 월경'입니다. 다양한 직업을 가진 4명을 만나 월경 경험을 인터뷰했습니다.?[편집자말]
건설업에 종사하는 여성 노동자들의 경험은 잘 알려지지 않는다. 그러나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 중 11%는 여성 노동자다. 이처럼 건설현장 여성 노동자의 존재가 가시화되지 않은 탓에, 이들의 노동 조건과 그로 인한 문제들도 함께 사회에서 지워지고 있다. 건설현장과 같이 야외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은 월경 기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 지난해 9월 9일, 형틀목수 하정선님을 만나 건설현장 노동자들이 경험하는 월경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화장실 가기 어려워 생리대 교체 시간을 놓쳐요"

"수도시설을 갖춘 화장실은 멀리 있고 가까이 있는 화장실은 이동식 간이 화장실이라 사용하기가 힘들어요. 휴지는 변기에 버리면 되지만, 쓰레기통이 없으니 월경 기간에는 간이 화장실에 마지 못해서 가요. 문제는 그러고 나면 사용한 생리대를 버릴 곳이 없어 주머니에 보관해야 해요. 수도시설과 쓰레기통이 있는 화장실은 멀리 있어 오가는 데에만 20분이 걸려 웬만해서는 월경 기간에 화장실을 안가게 되는 것 같아요. 평상시에도 하루에 2~3번 정도 밖에 못갈 때가 많아요." 

건설 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이하 건설근로자법) 제7조의 2에 따르면 건설 현장에는 성별이 구분된 화장실과 탈의실을 설치하고 노동자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그러나 현장의 실태는 그렇지 않은 곳들이 더 많다. 
 
건설현장에 있는 여성 화장실 모습
 건설현장에 있는 여성 화장실 모습
ⓒ 민주노총 건설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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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현장에 여자들이 많이 없으니까, 수도시설을 갖춘 화장실이 있더라도 수도관을 잠궈놓는 곳도 많아요. 물티슈를 항상 갖고 다니며 손을 닦아야해요. 법령에 따르면 화장실을 설치해야 하지만, 월경 기간에 생리대를 교체할 수 있는 만큼의 위생적인 환경이 갖춰진 곳들은 부족해요.

화장실 왔다갔다 이동하는 데만 20분이 걸리는데, 어떤 동료가 좋아하겠어요. 솔직히 저도 일하러 간 곳인 만큼 눈치 아닌 눈치도 보일 때가 있어요. 급할 때에는 양해를 구하고 가지만, 스스로 "빨리 갔다와야지"하는 조급함을 느낄 때도 많았어요. 화장실 다녀오는 시간이 길다보니 '화장실에서 놀다 왔나?', '핸드폰 보다 온거 아냐?' 하고 오해하는 분들도 가끔 있어요."
 

질염, 방광염 등 건강권 침해하는 화장실 문제

지난 3월 3일, 건설노조는 "여성 건설노동자에게 '오줌권'을 허하라"고 요구하며 대한건설협회를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건설노조가 건설현장 여성 노동자 16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0.6%는 화장실을 가고 싶을 때 갈 수 없다고 답했고 21.3%는 화장실이 너무 멀거나 인근에 없다고 한다.

화장실 사용에서 불편한 점으로는 청결 상태 불량(36.9%), 화장실 수 부족(35.6%), 손 씻을 시설 부재(22.5%)를 꼽았다. 이에 여성 노동자들은 화장실 이용 횟수를 줄이기 위해 물을 마시지 않거나 식사를 조절하기도 했다. 최근 1년 동안 방광염(34.4%), 만성 변비(23.1%), 질염(19.4%)를 겪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화장실 개선 문제는 남성중심적인 노동 환경에서 비롯된 문제로, 노동자의 기본권, 건강권을 침해하고 있다.

상위 직급자의 대부분은 남성… "보건 사용휴가 이해 못해"

"저는 건설노조의 단체협약에 의해 보건휴가를 한 달에 한 번, 사용하고 있어요. 팀장님께서 먼저 쉬라고 권유해주시기도 해요. 월급 받는 사람 입장에서 보건휴가(월경휴가) 사용은 눈치 아닌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다른 직종에서 일할 땐 한 번도 써본 적 없었어요.

그리고 자신이 겪어보지 않아 월경 기간에 겪는 어려움이 힘든지, 아픔인지도 잘 모르는 남성분들도 많아요. 건설현장은 남성 노동자들이 많고 특히 팀장 등 상위 직급자인 분들은 거의 대부분이 남성이에요. 그렇다보니 월경 기간의 힘듦을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도 많으세요."


한편, 월경 휴가 사용을 거부하거나,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는 직장도 있다. 아시아나항공 대표는 2014년 5월부터 직원 15명이 138차례에 걸쳐 신청한 월경휴가를 '인력부족'을 이유로 거부해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이에 대해 2021년 4월 대법원은 200만 원의 벌금형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생리현상 존재를 소명하라고 하는 것은 해당 근로자의 사생활 등 인권에 대한 과도한 침해"라고 밝히며 진단서 등 증명자료를 요구하는 것은 "생리휴가 청구를 기피하게 만들거나 청구 절차를 어렵게 함으로써 생리휴가 제도 자체를 무용하게 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인터뷰에 참여 중인 형틀목수 하정선 님
 인터뷰에 참여 중인 형틀목수 하정선 님
ⓒ 여성환경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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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경을 부끄러워 할 일로 여기지 않도록

"저희 딸이 중학교 2학년이거든요. 근데 월경에 대해 잘 얘기하지 않고 부끄러워하더라고요. '그게 뭐 부끄러운거야, 엄마한테 얘기해도 괜찮아'라고 말하지만, 생리대 어딨는지 묻는 질문도 부끄러워해요. 2000년 생의 청소년들도 월경을 부끄럽게 인식하는 이유는 교육과 사회적인 인식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예전에 저희 때는 생리, 월경 이라는 말을 하는 것도 부끄러워하고 생리대도 숨기면서 샀어요. 이제는 월경을 창피한 일로 여기거나 숨길 필요가 없이, 나 감기에 걸렸어, 배가 아파 라고 말하듯 자유롭게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교육을 통해 월경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여성 노동자들이 일터에서도 자유롭고 안전하게 월경하기 위해서는 월경에 대한 직접적인 제도 개선 등만 이루어져서는 안된다. 월경 기간 혹은 월경 후 몸의 회복을 위해 보건휴가(월경휴가)를 필요한 때에 자유롭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월경하는 몸에 대한 공감과 존중이 필요하다. 또한, 건설노조에서는 여성 화장실 설치, 청결 유지, 휴지 비치 등을 촉구했다. 필요한 때에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권을 지키기 위해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 할 사항이기도 하다.

화장실과 휴가 문제, 월경을 하지 않더라도 공감할 수 있다

월경권 보장은 인식, 휴가, 화장실 등 현실 곳곳의 다양한 문제와 직결돼있다. 여성 화장실 설치 및 수도, 쓰레기통, 휴지 등 청결을 유지하기 위한 기본적인 여건 개선, 보건휴가 사용 등 노동 환경의 개선이 이루어졌을 때 일터에서 월경 기간을 안전하게 보낼 수 있다. 나와 같은 직종이 아니거나 심지어 월경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여성환경연대는 누구나 안전하고 자유롭게 월경할 권리, '월경권'을 주장하며 활동하고 있다. 누구나 안전하게 월경하기 위해서는 일회용 생리대 등 월경용품의 안전성이 개선되어야 하고, 권장 교체시기에 맞춰 눈치 보지 않고 편안하게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뿐 아니라, 아플 때 휴가를 내고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근무환경이 조성될 때 월경휴가 또한 잘 사용할 수 있다.

또, 자유롭게 월경하기 위해서는 '그것', '마법'이라고 은어 뒤에 숨지 않고 "나 월경 기간이야", "저 월경 중이라 휴가 사용할게요" 하고 자연스럽게 월경을 말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월경을 출산의 실패로 보는 잘못된 인식 또한 개선될 필요가 있다. 월경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기 위해서는 여성이 자신의 몸에 대해 체계적으로 교육 받고 자신의 몸과 삶, 그를 위한 결정들을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문화 또한 필요하다.

모두를 위한 월경권

화장실 이용에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다면, 월경 기간 동안 월경용품을 제때 교체하지 못해 곤란함을 겪거나 건강이 침해된 적이 있다면, 몸이 아플 때 휴가를 사용하지 못해 힘들었던 경험이 있다면 건설노동자들이 월경 기간 동안 경험하는 어려움에도 함께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일터, 내 옆자리의 동료가 안전하고 자유롭게 월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함께 고민할 수 있을 것이다. 공감을 시작으로 다양한 일터에서 벌어지는 월경 경험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 낼 때, 우리는 누구나 안전하고 자유롭게 월경할 권리를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

태그:#세계월경의날, #여성환경연대, #월경 , #여성노동자, #월경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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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창립한 여성환경연대는 에코페미니즘의 관점에서 모든 생명이 더불어 평화롭게 사는 녹색 사회를 만들기 위해 생태적 대안을 찾아 실천하는 환경단체 입니다. 환경 파괴가 여성의 몸과 삶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여 여성건강운동, 대안생활운동, 교육운동, 풀뿌리운동 등을 해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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