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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휴대전화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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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이 제 이야기를 불편하게 들으실 수 있겠지만, 저는 '휴대전화가 없는 사람'으로서 차별을 받아 왔습니다. 그래서 2021년 8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진정서를 냈습니다. 9개월이 지났고, 위원회는 제가 낸 진정을 기각했습니다.

휴대전화가 없는 저는 특히 몇 년 전부터 여러 가지 불편을 겪어 왔습니다. 이 불편을 '차별'로 인식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작년 코로나 예방접종 사전예약이었습니다. 

혹시 오해를 살 수 있어 미리 말씀드리자면, 저는 감염병 사태로 고생하시는 모든 분께 진심으로 경의를 표합니다. 사전예약 제도를 운영하시는 분들, 콜센터에서 상담해주시는 분들, 그리고 보기만 해도 답답한 방역복을 입고 검사 및 치료를 해주시는 분들... 그분들이 겪는 고통과 불편에 비하면, 휴대전화가 없는 제가 겪는 불편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휴대전화 없는 사람

하지만 제가 정말 불편했던 것은, 한국 사회가 당연시하는 전제, 곧 모든 이가 휴대전화를 갖고 있다는 생각 자체였습니다.

작년 8월, 저는 휴대전화가 없어 본인인증이 필요한 인터넷 예약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일반 전화를 이용해) 콜센터에 연락했는데, 그곳에서도 휴대전화 번호가 '꼭'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번호를 넣지 않으면 예약 자체가 안 된다고 했습니다. 휴대전화로 예약을 할 수 없어 다른 방법을 찾았는데, 이 역시 휴대전화 없이는 불가능했습니다.

쉽게 말해, 휴대전화가 없으면 사전예약을 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저는 이를 휴대전화 없는 사람에 대한 차별로 받아들였습니다. 제가 예민했는지 모르겠지만, 휴대전화가 없으면 예약도 못 하는 현실이 좀처럼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휴대전화가 있든 없든, 접종을 바라는 이들은 예약을 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물론 지금 한국에선 대다수가 휴대전화를 사용합니다. 제가 진정서를 냈던 때, 저 같은 사람은 소수였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한국은 이미 12년 전인 2010년 9월 휴대전화 가입자가 5천만 명으로 전체 인구 4880만 명보다 더 많은 상태에 진입했습니다(아에프페(AFP) 통신, 2010년 9월 15일).

그리고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2021년 6월 기준 한국 성인의 똑똑전화(스마트폰) 사용률은 95%입니다. 이런 현실에서 휴대전화 없는 이들은 '비정상'으로 여겨지고 이상한 존재가 되기 쉽습니다.

휴대전화 없는 이가 받는 차별

혹시나 하여 말씀드리면, 저는 휴대전화의 편리함과 필요성을 무조건 부정하지는 않습니다(관련 글: 휴대전화 없으면 사람도 아닙니까?). 핵심은, 왜 모든 사람들이 휴대전화를 갖고 있다고 전제하느냐입니다.

저는 인권위에 휴대전화를 강요하는 사회구조 및 이에 따른 차별을 '포괄적'으로 검토해주시길 요청드렸습니다. 제가 진정을 제기한 지 4개월이 되었을 때 인권위는 "사건을 아직 처리해 드리지 못해 매우 죄송스럽다는" 편지를 주셨습니다. 그 뒤로 5개월을 기다렸습니다. 저는 다른 사건이 많아서도 그러겠지만, 휴대전화 관련해 조사가 포괄적으로 이루어져 오래 걸리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받은 통지서는 제가 혼자서만 열심히 착각했다고 일러줍니다. 포괄적인 조사는 전혀 없었습니다. 인권위 입장에서는 부족한 인력과 자원으로 최선을 다했다고 하실 수 있겠으나, 9개월의 조사 기간에 비춰보면 참으로 허망한 내용입니다.

"콜센터를 통한 예약시 휴대전화번호를 필수입력항목으로 한 것은 휴대전화를 통해 접종일정을 안내하고 부작용 등을 파악하여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임. 휴대전화가 없는 경우 […] 임의의 번호를 넣는 등의 방식으로 백신접종 예약이 가능하므로 이 사건 진정은 차별행위에 이른 것으로 보기 어려워 기각함."

첫째, 왜 꼭 휴대전화이어야만 합니까? 전자우편(이메일)이나 거주지 주소는 안 됩니까? 전자우편으로는 일정을 안내받을 수 없는지요?

둘째, "콜센터를 통한 예약시 휴대전화번호가 필수입력항목"이라고 하셨는데, 제 기억으로 이런 내용이 질병청 등의 누리집(홈페이지)에 공지되어 있지 않았었습니다. 콜센터 예약에서도 휴대전화가 필요하다고 했다면, 제가 왜 콜센터에 연락했겠습니까?

인권위와 한국 사회에 드리는 말씀

인권위 결정의 문제는, 제가 제기했던 핵심은 고려하지 않은 채 사건을 일반 행정기관이 다루듯 형식적으로 처리했다는 점입니다. 헌법 10조에 보장된 행복추구권과 17조 사생활의 자유가 휴대전화가 없다는 이유로 끊임없이 침해받고 있습니다. 외람된 말씀이지만, 인권위마저 모든 사람은 휴대전화가 있어야 한다는 전제를 확인해주셔서 매우 유감입니다.

인권위와 한국 사회에 간곡히 말씀드립니다. 휴대전화 없는 사람도,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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