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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무의도 남쪽에 있는 광명항 건너편에 위치한 섬, 소무의도가 바다 위에 편안히 앉혀져 있다.
 인천 무의도 남쪽에 있는 광명항 건너편에 위치한 섬, 소무의도가 바다 위에 편안히 앉혀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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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절 훌쩍 떠나 소무의도에 들었다. 바다는 잔잔했고 산책길 양 옆의 나무들은 천천히 봄을 틔우는 중이었다. 발길 닿는 곳마다 어촌의 여유로운 풍경에 바닷바람은 평온했다. 세상사 바짝 긴장했던 마음들이 차츰 누그러지면서 마음 놓고 크게 숨쉬어본다.

예부터 섬은 아득히 먼 곳으로만 생각했었다. 오죽하면 그 옛날엔 역적으로 몰리면 나라에서 내려지는 큰 벌이 섬으로 귀양을 보내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육지와의 왕래가 쉽지 않았던 때 외부와 고립시켜 놓는 것으로 형벌의 시간을 살게 한 것이다. 유배지의 철저한 고립과 고독의 시간 속에서도 선인들이 쏟아낸 다수의 저서와 명품 서사들은 섬이었기에 더욱 가능하지 않았을까 생각도 해본다.

이제 섬은 고립의 공간이 아니다. 마음만 먹으면 당일로도 얼마든지 섬 여행을 다녀올 수 있는 세상이다.

일상이 반짝이는 섬, 무의도

무의도는 수도권에서 멀지 않은 인천 중구에 딸린 섬이다. 몇 년 전만 해도 배를 타고 입도할 수 있었다. 2019년 무의대교가 개통되면서 이제는 차량들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다.

무의도 광명항에 자동차를 주차하고 섬의 남쪽으로 난 인도교를 건너면 섬 속의 작은 섬 소무의도에 들게 된다. 인도교는 차량통행이 제한돼 도무지 교통수단의 걸리적거림 없는 산책과 둘레길 트레킹을 할 수 있다. 길 자체를 즐기며 여유롭게 한나절 보내기로는 더없이 좋다.

'춤추는 섬'이란 뜻의 무의도(舞衣島)는 옛날 어부들이 안갯속을 뚫고 지나다가 섬을 바라다보니 마치 말을 탄 장군이 옷깃을 휘날리며 달리는 모습 같기도 하고 선녀가 춤추는 모습 같다는데서 유래된 이름이라고 전한다.

그리고 작은 섬 소무의도는 떼무리라고도 불린다. 본섬인 무의도에 딸린 섬이란 뜻이다. 소무의도에서 처음 만나는 서쪽 마을 포구의 이름 역시 떼무리 선착장이다. 알고 걸으면 더 재미있는 섬이다.
 
인천 무의바다누리길을 따라 산길을 오르면 414m 길이의 소무의 인도교가 시원하게 바다를 가른다.
 인천 무의바다누리길을 따라 산길을 오르면 414m 길이의 소무의 인도교가 시원하게 바다를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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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무의도 인도교를 건너면서부터 이미 기분이 전환된다. 서울을 떠나온 지 한 시간 조금 지났을 뿐인데 복잡한 머릿속이 상쾌하다. 바다 수면 위로 반짝이는 윤슬이 보석처럼 빛난다. 높은 다리 위에서만 느껴볼 수 있는 세찬 바닷바람에 모자를 손으로 꾹 눌러야 한다. 그리고 좌우로 잔잔한 바다와 한적한 바닷가 마을을 내려다보면서 번잡했던 일상을 날려버리는 순간이다.

인도교를 건너자마자 소무의도임을 알리는 조형물이 맞는다. '일상이 반짝이는 섬'이란 글귀도 함께 한다. 새우잡이로 유명했던 섬답게 로고 옆에 그려진 왕새우가 어엿하다. 지금은 예전에 비해 좀 쇠락한 편이지만 오래전엔 새우잡이로 활기 넘치던 섬이었다고 한다.

전체 면적 1.22㎦의 작은 섬 소무의도 역사는 3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씨 가족이 딸 셋과 함께 들어와 살면서 유씨 청년을 데릴사위로 삼으면서 자손이 번성해 유씨 집성촌이 시작됐다던 섬이다.

떼무리 선착장을 앞에 두고 있는 바닷가 마을은 평온하다. 이제는 무의대교가 건설되고 소무의 인도교 길이 이어지며 활기찬 섬으로 변모 중이다. 막상 섬에 드니 섬은 여전히 섬이다. 조용한 섬마을에 몇몇 외지인들이 오갈 뿐 한적하다. 다리를 건너면 바로 산길로 이어진 길과 항구 쪽 수산물 직매장 옆으로 난 언덕길이 있다. 마을 언덕길에서 오르니 멀리 인천의 섬들이 군데군데 보인다. 기다랗게 인천대교와 송도 국제도시가 보이고 영종도 하늘 위로 비행기가 날고 있다.

건강하게 산과 바다 구경, 해산물로 식도락
 
소박한 섬 풍경을 앞에 두고 걷다 보면 절로 다가오는 자연의 따뜻한 위로가 있다.
 소박한 섬 풍경을 앞에 두고 걷다 보면 절로 다가오는 자연의 따뜻한 위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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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다란 산길 따라 걷다 보면 발아래로 푸르른 바다가 유유하고 온누리가 청명하다.

아기자기한 소무의도 바다누리 8길은 소무의 인도교부터 시작한다. ①인도교 ②마주 보는 길 ③떼무리길 ④부처깨미 길 ⑤몽여해변길 ⑥명사해변길 ⑦해녀섬길 ⑧키 작은 소나무길 등 8개 구간으로 이어진다.

걷기에 따라 한 시간 정도면 가능하다. 마음을 다스리는 도보 여행으로 최적이다. 섬 풍경을 즐기며 걷다가 바위에 걸터앉아 머릿속을 정리하기에 이보다 좋을 수 없다. 이름하여 바다 멍~.

쉬엄쉬엄 걷다가 내려다본 바다엔 낚싯대를 드리운 강태공이 하염없이 앉아있고, 바다 가운데 해녀 섬이 오롯하다. 해녀 섬길과 마지막 구간의 키 작은 소나무길의 하도정 정자, 조붓한 길옆으론 푸릇하게 돋아나는 잎이 투명하다. 도시의 봄은 끝나가고 있는데 섬 안에서는 아직도 개나리가 노랗다. 해변길과 오솔길을 따라 산과 바다를 한꺼번에 건강하게 누려보는 길이다. 가성비 좋은 소무의도의 건강 루트다.

소무의도를 여유롭게 즐기고 바닷가 마을 어귀로 나가면 새우와 조기, 농어와 우럭, 조개, 소라 등 신선한 해산물을 관리하는 어민들의 부지런한 손길을 만난다. 직접 손질했거나 어망 위에서 건조돼 가는 생선들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다.
 
인천 소무의도 풍경
 인천 소무의도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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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무의도의 옛 이름 떼무리에서 생겨난 뗌리국수는 주꾸미가 들어간 개운한 잔치국수로 양이 꽤 푸짐하다.
 소무의도의 옛 이름 떼무리에서 생겨난 뗌리국수는 주꾸미가 들어간 개운한 잔치국수로 양이 꽤 푸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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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섬에서나 맛볼 수 있는 싱싱한 생선회를 맛볼 때다. 또는 잔치국수에 위에 소무의도 바다에서 건져 올린 주꾸미 세 마리 얹혀 나오는 뗌리국수나 자연 식재료 데침쌈밥집을 찾아 시장기를 해결해도 좋다.

우리에게 섬이 주는 위로가 어디 이뿐일까. 소무의도를 빠져나오면 10분 거리의 하나개 해변으로 달려보자. 영화나 드라마 촬영지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큰 갯벌'이란 뜻의 하나개는 무의대교 개통 후 수도권에서 계절 상관없이 찾아가기 좋은 바다 여행지다.

여전히 바다를 거니는 사람들과 갈매기가 자연스럽게 어울려 있는 바다 풍경은 언제나 변함없다. 하나개에서는 특히 수변 위로 이어지는 해상관광탐방로는 바다 위를 걷는 듯한 재미로 인기 코스다. 또한 영상단지와 짚라인 체험뿐 아니라 등산로를 따라 호룡곡산 국사봉 등산코스까지 재밌거리가 많아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환상적인 일출과 일몰의 풍경도 빠뜨릴 수 없다.
 
실미도는 북파공작원들의 이야기를 다룬 강우석 감독의 영화 <실미도>의 실제 무대, 지금은 고즈넉한 평온함이 감도는 섬이다.
 실미도는 북파공작원들의 이야기를 다룬 강우석 감독의 영화 <실미도>의 실제 무대, 지금은 고즈넉한 평온함이 감도는 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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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개에서 나와서 곧바로 이어지는 길목에 무의도의 부속섬인 실미도가 있다. <실미도>라는 영화 제목을 생각할 때 얼핏 접근하기 쉽지 않을 듯하지만 요즘은 '차박' 하기 좋은 곳으로 소문났다. 울창한 소나무 숲이 먼저 반긴다. 섬은 작고 고적하다. 바다 건너편으로 가깝게 보이는 실미도는 하루 두 번 물이 빠질 때 건너가 볼 수 있기 때문에 물때를 알아보고 가는 것이 좋다.

소나무 향기와 파도소리 들으며 조용한 시간을 보내면 좋을 작은 섬이 실미도라는 영화가 연상되어 아픔의 섬으로 보이기도 한다. 영화 세트장은 사라졌지만 한없이 고요한 섬에서 일어났던 북파 부대원들의 지옥훈련의 뼈아픈 장소다. 섬에 스민 이야기를 떠올리고 그 실마리를 따라 깊은 생각에 빠지는 일, 이것이 여행지에서 덤으로 얻는 또 하나의 묘미가 아닐지. 6km의 작은 섬 실미도, 갈매기가 낮게 날고 있는 평화로운 섬이다.

글·사진 이현숙 i-View 객원기자, newtree1401@naver.com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천시 인터넷신문 'i-View'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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