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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아동청소년인권위원회,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정치하는엄마들 등 아동ㆍ청소년인권단체 회원들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어린이날 100주년 ‘어린이차별철폐의 날’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사회에 만연한 아동 혐오-차별을 제재하기 위해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아동청소년인권위원회,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정치하는엄마들 등 아동ㆍ청소년인권단체 회원들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어린이날 100주년 ‘어린이차별철폐의 날’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사회에 만연한 아동 혐오-차별을 제재하기 위해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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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3학년 이지예입니다. 어린이가 갈 수 없는 노키즈존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다 같이 들어가게 해주세요. 엄마 아빠와 맛있는 음식을 먹게 해주세요. 어린이도 들어가게 해주세요. 어린이도 예쁜 식당에서 밥을 먹고 싶어요. 예쁜 카페에서 음료수도 먹고 싶어요. 노키즈존을 없애주세요." (만 8세 이지예 어린이)

"저는 열 살 김나단입니다. 저는 노키즈존을 반대해요. 노키즈존은 어린이에게 차별입니다. 조용히 해야 하면 조용히 하자는 규칙을 써주세요. 노키즈 존이라고 하지 마세요. 안전해야 한다면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 주세요. 노키즈존이라고 써 붙이지 말고요." (만 9세 김나단 어린이)

 
▲ 국회 앞에 선 어린이들의 외침 “노키즈존은 차별입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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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 방정환 선생이 어린이의 권리 보호를 위해 만든 '어린이날' 100주년을 맞아, 어린이들이 직접 국회 앞에서 "노키즈존을 없애라"라고 외쳤다.

정치하는엄마들 등 7개 시민단체는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어린이차별철폐의날'을 선포하는 <노키즈존 가고! 차별금지법 오라!> 기자회견을 열고 노키즈존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함께한 김나단, 김한나, 이지예 어린이는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들의 자녀들이다. 

여전히 '어린이는 소란스럽고 시끄럽다'는 이유를 대며 '노키즈존'을 선언하는 식당과 카페들이 많다. 하지만 이날 참가한 시민단체들은 노키즈존은 '명백한 아동차별'이라고 강조하며,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노키즈존을 '아동에 대한 배제뿐 아니라 아동을 동반한 보호자에 대한 배제'라며 한 식당에 13세 이하 아동의 출입을 일률적으로 배제하지 않을 것을 권고한 사실을 강조했다.

또한 2013년 유엔 아동권리위원회가 공공장소의 '아동 출입 제한 조치'에 대해 "아동은 문젯거리라는 인식이 형성됨이 우려되며, 이러한 아동에 대한 배제는 아동이 시민으로서 성장하는데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라고 논평을 낸 사실에도 주목했다.

"노키즈존은 아동의 존재 자체를 문제로 삼기에 차별"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어린이날 100주년 ‘어린이차별철폐의 날’ 선포 기자회견에 참석한 어린이들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며 ‘노키즈존 나빠요, 차별금지법 좋아요’라고 적힌 글씨에 색칠을 하고 있다.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어린이날 100주년 ‘어린이차별철폐의 날’ 선포 기자회견에 참석한 어린이들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며 ‘노키즈존 나빠요, 차별금지법 좋아요’라고 적힌 글씨에 색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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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선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방정환 선생이 고심해서 제안한 '어린이'라는 말은 어떤 일에 미숙한 것을 일컫는 말로 변질되어 폄하하는 말로 쓰이고 있다. 어린이라는 존재는 존중받는 주체가 아니라 어딘가 미숙한 존재로 대상화되어있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주린이' '헬린이' 등 초보자를 일컫는 'O린이'라는 말이 널리 쓰이자, 인권위는 지난 3일 '아동을 비하하고 차별을 조장할 수 있다'라며 공문서, 방송, 인터넷 등에서 사용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오 활동가는 노키즈존에 대해 "어린이·청소년에게 유해한 시설은 별도로 관리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명확한 이유 없이 운영의 편의만을 위해 노키즈존을 운영하는 것은 엄연한 차별이다"라고 강조했다.

박민아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도 "아이가 자신이 어린이라는 이유만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곳, 거부당하는 곳이 있다는 걸 경험하는 것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너무 걱정이 된다"라며 "소상공인들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나 거부와 차별의 경험이 아닌 인정과 수용의 마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민변 아동청소년인권위원회 김희진 변호사는 "노키즈존은 아동의 존재 자체를 문제로 삼기에 차별이다"라며 "아이에게 안전한 환경을 만들고 예측하지 못한 위험에 적극 대처하고, 필요한 경우 약속된 사회 질서와 규범을 알려주는 등 아이를 살피는 모든 역할은 부모와 영업주 그리고 시민 모두의 역할이다"라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시끄럽고 폐를 끼친다고 함부로 말하지 말라. 시끄러운 행동은 아이의 특성이 아니다"라며 "주위를 불편하게 하는 행동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고 이때는 존재 자체가 아니라 행위에 대한 제재를 해야 하는 것이다. 왜 아이들의 목소리를 차단시키는 결정부터 하느냐"라고 지적했다.

"차별금지법, 모든 시민이 '환대받는' 경험 만들어주기 위해 필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아동청소년인권위원회,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정치하는엄마들 등 아동ㆍ청소년인권단체 회원들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어린이날 100주년 ‘어린이차별철폐의 날’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사회에 만연한 아동 혐오ㆍ차별을 제재하기 위해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아동청소년인권위원회,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정치하는엄마들 등 아동ㆍ청소년인권단체 회원들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어린이날 100주년 ‘어린이차별철폐의 날’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사회에 만연한 아동 혐오ㆍ차별을 제재하기 위해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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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국회 앞에서 24일차 단식 농성을 진행중인 미류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책임집행위원은 "차별금지법은 한 사회가 시민들에게 거절당하는 경험을 만들어줄 것이냐, 환대받는 경험을 만들어줄 것이냐를 가르는 법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이어 "노키즈존이 있으면 '이유는 모르겠지만 내가 아이라서 못 들어가나봐', 경사로가 없고 계단 턱만 있으면 '내가 장애인이라서 들어갈 수 없나봐', 동성 커플이 결혼식장을 빌려줄 수 없다는 말을 들으면 '내가 성소수자라서 어쩔 수 없나봐'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경험을 어떻게 서로 환대하고 환대받는 경험으로 바꿀 수 있을지 찾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노키즈존 가고! 차별금지법 오라!' 참석 단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노키즈존은 상업시설을 이용할 권리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라며 "노키즈존으로 인한 차별과 배제의 경험은 아동이 민주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발적이고 주체적으로 공공 정책 결정에 참여하는 시민으로 성장하는 것을 저해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어린이날 100주년을 맞아 '어린이차별철폐의날'을 선포하는 우리는 노키즈존을 포함한 모든 노OO에 반대한다"라며 "아동 청소년뿐 아니라 모두가 존재 자체로 존중받는 평등사회를 만들기 위해 차별금지법의 제정을 강력히 촉구하며, 혐오가 혐오를 낳는 악순환의 고리를 우리 손으로 반드시 끊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태그:#노키즈존, #혐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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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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