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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발언에 대한 이스라엘의 항의를 보도하는 AP통신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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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외무장관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하기 위해 나치 독일 총통 아돌프 히틀러가 유대인 혈통이라고 주장해 이스라엘이 발칵 뒤집혔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일(한국시각) 이탈리아 민영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유대인인데, 우크라이나의 탈나치화가 침공 명분이 될 수 있나'라는 질문을 받았다.

앞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탈나치화'를 목표로 내세웠지만, 우크라이나의 친러 정권 수립 및 영토 확장을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라브로프 장관은 "내가 틀릴 수도 있지만, 히틀러도 유대인 혈통"이라며 "우리는 현명한 유대인들이 '가장 열렬한 반유대주의자들은 유대인 자신들'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어왔다"라고 밝혔다.

히틀러도 젤렌스키 대통령처럼 유대인 혈통이라고 주장하며 우크라이나 탈나치화가 정당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참고 있던 이스라엘 "한계 넘었다"... 대러 제재 나설까 

이 발언은 엄청난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이 600만 명의 유대인을 학살한 '홀로코스트'를 저지른 히틀러가 유대인 혈통이라는 주장에 이스라엘은 격분하고 나섰다.

야이드 라피드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가장 용서할 수 없을 정도로 수치스러운 발언이자 끔찍한 역사적 오류"라며 "이스라엘은 러시아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했으나, 이번에는 한계를 넘어섰다"라고 반발했다.

홀로코스트 생존자의 아들이기도 한 라피드 장관은 "유대인들은 스스로를 죽이지 않았다"라며 "러시아의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한다"라며 이스라엘 주재 러시아 대사를 불러 항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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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히틀러" 발언을 비판하는 야이드 라피드 이스라엘 외무장관 트위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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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도 "그런 거짓말은 유대인에게 저질러진 역사상 가장 끔찍한 범죄에 대한 비난의 화살을 유대인에게 돌리려는 의도가 있다"라며 "정치적 목적을 위해 홀로코스트를 들먹이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면서도, 러시아가 중동 사태에 개입할 것을 우려해 국제사회의 대러 재제에는 동참하지 않았다. 오히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협상을 중재하려고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논란으로 이스라엘이 강경한 대러 제재로 방향을 바꿀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AP통신은 "소련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나치 독일을 물리치는 데 기여한 일은 러시아 국가 정체성의 핵심"이라며 "우크라이나를 탈나치화하겠다는 목표도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 국민을 결집하는 데 활용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은 중동 안보를 위해 러시아에 대한 선의를 유지하려고 노력해왔으나, 두 나라 관계가 급격히 쇠퇴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러시아, 거짓 역사로 침공 정당화"

미하일로 포돌야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도 "러시아는 거짓 역사를 꾸며서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할 명분을 찾고 있다"라며 "홀로코스트의 실존에도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독일 정부는 라브로프 장관의 발언에 대해 "터무니없다"라며 "논평할 가치도 없다"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영국 BBC는 "히틀러의 변호사였던 한스 프랑크의 1953년 회고록에서 히틀러는 자신의 할아버지가 유대인 혈통이라는 소문을 조사하라고 지시했으며, 실제로 유대인이 맞다는 증거를 발견했다고 썼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러나 이 증거는 일부 음모론자들만 맞다고 주장할 뿐, 주류 역사가들은 회의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스라엘의 홀로코스트 추모 기념관 측은 "진짜 나치즘에 희생당한 사람들을 모욕하는 것"이라며 "러시아가 반유대주의 음모론을 퍼뜨리고 있다"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