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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국회 본청 앞에서 관계자들이 제20대 대통령취임식 준비를 위한 기초 가설물을 세우고 있다.
 26일 오전 국회 본청 앞에서 관계자들이 제20대 대통령취임식 준비를 위한 기초 가설물을 세우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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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에게 감동과 희망을 선사하는 취임식이 될 수 있도록 언론인 여러분의 보도자제를 부탁드립니다."

지난 26일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 대변인실이 언론에 알린 내용이다. 취임준비위는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을 위한 무대를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 설치중"이라면서 "무대 설치 과정이 몇몇 언론에 의해 사진으로 노출되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오전 다수 언론이 국회의사당 앞 취임식 준비현장을 사진 기사 등으로 보도했었다. 그러나 과거 대통령 취임식 준비 현장을 보도한 언론 보도 전례를 보면 취임준비위의 메시지에 '보도 통제' 비판이 뒤따른다. 

이명박, 박근혜 때도 취임식 준비과정 언론보도는 있었다
 
2008년 2월 12일, 17대 대통령 취임식을 앞두고 군악대가 국회의사당 경내에서 예행연습을 하고 있다.
 2008년 2월 12일, 17대 대통령 취임식을 앞두고 군악대가 국회의사당 경내에서 예행연습을 하고 있다.
ⓒ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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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를 살펴보자. 17대 대통령(이명박) 취임식은 2008년 2월 25일이었다. 25일 이전인 2월 12일, 인터넷 언론사 <더타임스>는 "제17대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 준비 한창"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하면서 취임식 무대 설치 과정을 사진과 함께 보도했다.

그해 2월 14일 <충남일보>도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 준비 한창"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하며 국회의사당 앞에서 크레인을 통해 취임식 무대를 설치하는 사진을 게재했다. 국가기간 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도 2월 17일과 23일, 취임식 무대 준비과정을 사진 기사 형태로 보도했다.
 
2013년 2월 22일,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장 4만5000개의 의자에 쌓인 눈을 닦고 물기를 제거하는 작업에 내근직과 비번까지 포함된 소방관 100명이 동원되는 일이 버어졌다. <오마이뉴스> 기자가 확인취재에 들어가자 행안부측이 "(소방관들이 동원된 것은) 행정착오였다"고 해명한 뒤 급히 소방관들을 철수시키는 일이 벌어졌다.
▲ 대통령 취임식장 의자닦기에 소방관들 동원 2013년 2월 22일,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장 4만5000개의 의자에 쌓인 눈을 닦고 물기를 제거하는 작업에 내근직과 비번까지 포함된 소방관 100명이 동원되는 일이 버어졌다. <오마이뉴스> 기자가 확인취재에 들어가자 행안부측이 "(소방관들이 동원된 것은) 행정착오였다"고 해명한 뒤 급히 소방관들을 철수시키는 일이 벌어졌다.
ⓒ 이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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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대통령(박근혜) 취임식은 2013년 2월 25일이었다. 취임식 40일 전인 1월 16일,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가 취임식 장소인 국회에 찾아가 협조를 구했다는 내용이 여러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2월 18일에는 <천지일보>가 "취임식 무대 공사 중"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하며 국회의사당 앞에 무대 설치 과정과 그에 필요한 장비들이 놓여져 있는 사진을 실었다.

2월 20일에는 수도방위사령부 소속 공병부대원들이 취임식을 앞두고 혹시 모를 폭발물을 탐지하는 사진이 언론에 보도됐다. 2월 22일엔 <연합뉴스>가 119 소방대원들이 취임식장에서 눈을 청소하는 사진을 내보내기도 했다. 이날 <오마이뉴스>가 취임식장에 소방대원들이 동원된 것을 취재하자 소방대원 100여 명을 갑작스레 철수시키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관련 기사: 박근혜 취임식 '소방관 의자닦기' 행안부 해명은 거짓).

19대 대통령(문재인) 취임식은 당선 다음날인 2017년 5월 10일이었다. 문 대통령은 행정안전부와의 협의로 취임 선서와 취임사를 동시에 하는 방안을 택했고, 그에 따라 취임식은 국회의사당 내부에서 500여 명만이 참석하는 약식으로 20여 분간 진행됐다. 그렇기에 취임식 준비과정에 대한 언론 보도는 매우 적을 수밖에 없었다. 이날 BBS불교방송은 행사 시작 2시간 반 전에 사진 기사로 취임식 준비 현장을 다뤘다. 

현재 대통령 취임식은 대중에 공개된 국회에서 준비되고 있다. 시민 누구나 방문하고 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즉, 취임식 준비과정은 언론이 당연하게 보도해왔던 사안이었다. 20대 대통령 취임식만 유난하게 "감동과 희망을 선사"하기 위해 보도를 자제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다. 
 
대통령 취임식을 12일 앞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경내에서 국방부 소속 의장대가 취임식과 관련해 예행연습을 하고 있다.
 대통령 취임식을 12일 앞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경내에서 국방부 소속 의장대가 취임식과 관련해 예행연습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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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진 취임준비위 대변인은 지난 27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행사를 준비하는 분들의 요청이 대변인실로 왔다. 준비과정이 지저분하기도 하고, 어느 정도 윤곽과 콘셉트들이 언론에 다 잡혀버리면 국민들께 이벤트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주기에 효과가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였다"면서 "협조하려는 마음으로 언론에 한 번 당부를 드려봐야지 하고 공지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지난 4월 6일, 제66회 신문의 날 기념행사에서 "언론 가까이에서 쓴소리 경청하겠다"며 "언론과의 소통이 궁극적으로 국민과의 소통"이라고 밝혔었다. 현재 취임준비위의 태도는 윤 당선자의 발언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태그:#대통령 취임식, #윤석열, #언론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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