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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번째 지구의날을 맞아 22일 부산시청 광장에서 열린 환경시민단체의 관련 행사에 한 참가자가 멸종 위기에 내몰린 상괭이로 분장해 함께하고 있다.
 52번째 지구의날을 맞아 22일 부산시청 광장에서 열린 환경시민단체의 관련 행사에 한 참가자가 멸종 위기에 내몰린 상괭이로 분장해 함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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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 부산시청 광장을 찾은 사람들의 표정은 무거웠다. 한편에는 가덕도신공항, 다른 한편에는 대저·엄궁·장락대교 등 각종 개발을 비판하는 손피켓이 세워졌다. 그 앞으로 솔개와 매, 파랑새, 동백나무 군락 등 가덕도에 사는 생물들이 자리를 잡았다.

한 참가자는 '웃는 돌고래'를 쓴 글귀를 달았지만, 멸종위기에 몰린 상괭이를 머리에 쓰고 나왔다. 이들의 가운데에서 하얀 옷의 춤꾼 두 명이 연신 생명 평화를 기원하는 춤을 췄다. 인간을 위한 각종 개발로 위험해진 지구를 위한 퍼포먼스가 이어지자 분위기는 더 숙연해졌다.

부산시청 광장에서 펼쳐진 지구의날 행동전

52번째 지구의날을 맞아 행동에 나선 환경·시민단체의 외침은 "기후위기 앞당기는 난개발 중단"으로 모아졌다. 행사를 주최한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은 "미래 세대가 아닌 지금 우리 세대가 생존의 위협을 받는 세상이 됐다"고 당장의 문제를 짚었다. 이들은 대표적인 사례로 부산 낙동강의 교량 추가 건설과 월드엑스포, 신공항 추진 등을 언급했다.

사회를 본 박중록 시민행동 집행위원장은 "인구가 줄어드는데 교량은 늘리고, 공항을 세운다는 것은 모두 수요 뻥튀기에서 비롯된다"라며 "인간의 이익을 위해 얼마나 점령하고 파괴해야 난개발을 멈추겠느냐"고 말했다. 답답함을 쏟아낸 그는 이도 모자란 듯 "개발과 건설 계획 철회하라"를 소리쳤다.

현장에는 시민단체들도 여럿 함께했다. 이들을 대표해 마이크를 잡은 김정환 부산 YWCA 사무총장 역시 박 위원장의 말에 힘을 실었다. 그는 "개발하고 누리려고만 해선 안 된다"라며 "자연환경을 파괴하고 없애면서 (국제행사, 공항 등을) 유치하는 게 (우리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겠느냐"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52번째 지구의날을 맞은 22일 부산시청 광장에서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의 공동 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바닥에 놓인 '가덕도 하늘에는 매, 솔개, 파랑새, 뻐꾸기... 바다에는 상괭이, 땅에는 동백나무와 고로쇠나무' 글귀.
 52번째 지구의날을 맞은 22일 부산시청 광장에서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의 공동 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바닥에 놓인 "가덕도 하늘에는 매, 솔개, 파랑새, 뻐꾸기... 바다에는 상괭이, 땅에는 동백나무와 고로쇠나무" 글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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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번째 지구의날을 맞은 22일 부산시청 광장에서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의 공동 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이들은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해 난개발 중단과 신공항 반대를 외쳤다.
 52번째 지구의날을 맞은 22일 부산시청 광장에서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의 공동 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이들은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해 난개발 중단과 신공항 반대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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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장 성격인 이들의 공동 성명에는 부산과 지구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종합적으로 담겼다. 섬을 깎아내고 수심 70m에 이르는 바다를 메워 활주로를 만들려면 얼마나 많은 돌과 흙을 부어야 할지, 이미 교량이 즐비한 낙동강 하구에 또 다리 등을 놓으면 문화재보호구역은 그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지 반문하는 내용이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과 박형준 부산시장을 향해서도 각각 "가덕신공항 묻지마 건설 철회, 예비타당성 조사 실시", "난개발 중단, 대저대교 최적노선 도출 약속 이행"을 압박했다.

"노후원전 수명연장은 안전 뒷전 무책임"

지속 가능한 지구를 바라는 목소리는 전날 행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하루 전 부산환경회의, 기후위기부산비상행동 역시 같은 장소에서 지구의날 의미를 되새기는 한마당을 열었다. 부산시가 지자체 차원의 기념식을 열었지만, 이들은 별도로 행동전을 펼쳤다.

현장에서는 기후와 미세먼지, 에너지 전환, 낙동강 재자연화, 녹지해양 생태보존 등 다양한 환경 주제가 다뤄졌다. 특히 수명이 다한 원전의 가동 문제는 이날 주장의 첫머리를 차지했다. 탈원전 백지화와 고리2호기 수명연장 등에 대해 참가자들은 "시민안전은 뒷전에 둔 무책임한 행정의 극치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꼽았다.

이들은 차기 정부에 강하게 쓴소리를 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기후위기를 명분으로 원전정책 부활을 꾀하고, 한수원이 고리2호기를 더 가동하려 하고 있다. 가당키나 한 일이냐"라며 질타했다. 앞서 윤 당선인 인수위는 "애초 10기보다 8기를 늘려 총 18기의 원전에 대한 계속운전 신청을 가능하게 하겠다"고 발표했다.

부산녹색연합도 '친원전 비판'에 합류했다. 녹색연합은 지구의날에 맞춰 성명을 내고 "40년이나 가동한 노후 핵발전소의 수명을 연장하면 그만큼 사고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사실은 안중에 없다"라며 "윤석열 당선인의 바람과 달리 핵발전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부산 기장군 장안읍에 있는 고리원자력발전소. 설계 수명이 다한 고리원전 1호기는 지난 2017년 영구정지에 들어갔고, 2호기는 가동 연장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 "세계 최대의 원전 밀집 지역"  부산 기장군 장안읍에 있는 고리원자력발전소. 설계 수명이 다한 고리원전 1호기는 지난 2017년 영구정지에 들어갔고, 2호기는 가동 연장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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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가덕도신공항, #고리2호기, #윤석열, #문재인, #지구의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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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입니다. kimbsv1@gmail.com/ kimbsv1@ohmynews.com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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