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서울 SK의 최준용이 2021-2022시즌 최우수선수(MVP)의 영예를 안았다. 4월 6이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2021-2022 KGC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리그 시상식에서 최준용은 소속팀 SK의 정규리그 1위를 이끈 공로를 인정받아 기자단 투표 109표 중 104표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생애 첫 MVP에 선정됐다.
 
연세대 출신으로 2016년 10월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입단한 최준용은 2021-22시즌 정규리그 54경기에 모두 출전해 평균 16.0점, 5.8리바운드 3.5어시스트의 커리어 하이 활약을 펼쳤다. 득점과 리바운드는 국내 선수 3위, 블록슛에서는 포워드임에도 국내 서수 1위 (1.1개, 전체 4위)에 올랐다. SK는 최준용의 활약을 앞세워 40승 14패의 뛰어난 성적을 기록하며 통산 세 번째 정규리그 1위에 올랐다.
 
SK는 MVP 최준용 외에도 자밀 워니가 외국 선수 MVP를 2년만에 탈환했고, 전희철 감독이 프로 사령탑 데뷔 첫해에 감독상을 수상하며 시상식을 휩쓸었다. 워니는 이번 시즌 리그 전체 득점 1위(22.1개), 리바운드 2위(12.5개)를 기록했다 전희철 감독은 프로농구 역사상 처음으로 감독대행 기간 없이 순수하게 1군 감독 데뷔 첫해에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하는 대기록을 남겼다.

최준용에게 MVP 의미는
 
 6일 오후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그랜드 볼룸에서 열린 2021-2022 KGC 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 시상식. 국내 선수 MVP를 수상한 서울 SK 최준용이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6일 오후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그랜드 볼룸에서 열린 2021-2022 KGC 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 시상식. 국내 선수 MVP를 수상한 서울 SK 최준용이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특히 최준용의 MVP 수상은 본인과 팀 모두에게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최준용에게는 '팔방미인'과 '코트의 악동'이라는 두 가지 상반된 수식어가 항상 따라다닌다. 2미터의 장신에 운동능력, 패스, 리바운드, 블록 등 다재다능함을 겸비한 최준용은 본 포지션인 포워드는 물론이고 가드와 빅맨 역할까지도 소화가 가능했다. 데뷔 시절부터 남다른 재능을 인정받아 SK 부동의 주전으로 자리매김했고, 국가대표팀에서도 꾸준히 발탁되어 활약했다.
 
또한 최준용은 농구 실력만큼이나 튀는 개성으로도 유명했다. 슛이나 블록을 성공시키고 장난스럽고 도발적인 세리머니를 선보이는가 하면, 코트 안팎에서 거침없는 언행으로 화제가 된 경우도 많았다. 이로 인하여 건방지다는 오해를 받거나 상대 선수들과 종종 신경전에 휘말리기도 했다.
 
최준용은 자신의 이미지에 대하여 한 방송에 출연하여 해명하기를 "팀마다 악역을 하는 선수가 한명씩은 필요하다. 내가 먼저 나서서 싸우고 나대고하면 다른 선수들은 오히려 그러지 않는다"며 자신의 튀는 행동이 어느 정도 의도된 것을 고백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1~2년간 최준용은 다소 부침의 시간을 보냈다. 데뷔 초기 뛰어난 운동능력과 잠재력으로 기대를 받았던 데 반해 성장세가 정체되며 아쉬움을 줬다. 신인 시절에도 준수한 활약을 펼쳤으나 신인왕은 강상재에게 내줘야 했고, 이후로도 동포지션에서 송교창-양홍석 등 우수한 선수들이 등장하며 1인자와는 거리가 있었다.
 
잦은 부상, 기복 있는 슈팅능력, 재능에 비해 떨어지는 꾸준함은 최준용을 '좋은 선수'와 '특급 선수'의 경계선 사이에 놓이게 했다. 한때 주목받던 최준용의 독특한 개성은 실력과 업적이 받쳐주지 못하면서 차츰 비호감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늘어났다.
 
지난 2020-21시즌은 최준용의 프로데뷔 이후 농구인생에서 가장 암울한 시간이었다. 본인의 SNS 방송 중 동료 선수의 개인적인 사진을 유출하는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최준용은 소속팀과 KBL로부터 징계까지 받으며 공식사과 해야했다. 설상가상 운동 선수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십자인대 파열 부상을 당하는 악재까지 겹치며 고작 14경기 출전에 그쳤다.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던 SK는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조차 진출하지 못하는 수모를 당했고 10년간 지휘봉을 잡았던 문경은 감독도 물러나야 했다. 중심선수로서 최준용도 팀 몰락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2021-22시즌을 앞두고 최준용과 SK의 행보에는 물음표가 붙은 게 사실이다. 전희철 신임 감독은 코치 시절부터 오랫동안 지켜봐온 최준용에게 다시 한번 신뢰를 보였다. 역시 지난 시즌 태업 논란으로 퇴출이 거론되던 자밀 워니 역시 잔류했다. 그리고 악동 듀오외 초보 감독은 절치부심하고 돌아와 팀의 에이스로 화려하게 부활하며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는데 성공했다. 

특히 최준용은 정규시즌 막판 워니와 김선형이 부상으로 모두 이탈한 최대 위기 상황에서 안영준과 함께 '뉴 원투펀치'를 구성하며 팀의 선두 수성에 큰 활약을 펼쳤다. 실력, 멘탈 등 모든 면에서 본인이 조연이 아닌 주연으로서 한 팀을 리드하는 에이스 역할도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전희철 감독도 최준용의 변화와 성장을 높이 평가했다. 전 감독은 "십자인대 부상은 선수에게 굉장히 큰 부상이다. 올 시즌처럼 활약할수 있게 몸을 만드는 것은 부단한 노력이 없으면 불가능하다"라며 "괴짜라는 소리도 많이 듣지만 최준용은 모든 면에서 이전보다 성숙해졌다"라고 치켜세웠다.

수상소감도 최준용다웠다
 
MVP 수상 시상대에 오른 최준용은 미리 준비했다는 화려한 파란색 코트를 입고 등장하여 눈길을 끌었다. 최준용은 "MVP를 한 번 받아보니 재미있다. 챔피언결정전 MVP도 받고 싶다" 등 특유의 거침없는 입담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틀에 박힌 형식적인 수상소감이 아닌 패기와 엉뚱함이 넘치는 모습이야말로 최준용다웠다.
 
한편으로 최준용의 성장과 재기는 어쩌면 그가 SK라는 팀을 만난 행운 덕분에 가능했다고도 볼 수 있다. 최고의 선수라도 팀과의 궁합이 맞지 않으면 그 재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만일 SK가 아닌 다른 팀문화나 다른 지도자를 만났더라도, 최준용이 지금처럼 자신의 개성과 플레이스타일을 꿋꿋이 지켜오면서 농구를 할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SK에는 전통적으로 최준용 외에도 방성윤, 김선형, 김민수, 최부경, 전태풍, 워니, 애런 헤인즈 등 강한 개성과 남다른 스토리를 지닌 선수들이 유독 많았다. 때로는 몇몇 선수들이 사고를 치기도 하고, 지나친 방임이 방종이라는 부작용을 불러서 비판에 휩싸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SK는 대체로 이들을 버리지 않고 끝까지 포용하는 길을 택했다.
 
김선형은 SK에서 당시만 해도 흔치 않은 공격형 듀얼가드로 자리잡으며 리그 최고의 선수로 성장했고, 김민수는 귀화혼혈선수 출신으로는 드물게 한 팀의 원클럽맨으로 자리잡았다. 헤인즈와 워니 등 외국인 선수들의 기량이 만개한 것도 SK 특유의 시스템과 팀문화 덕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수적인 KBL 문화에서 SK는 이러한 선수들을 통제하거나 스타일을 강제로 뜯어고치려고 하기보다는 가급적 선수들의 개성을 존중하고 지켜주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올시즌 정규리그 1위에 이어 빌런에서 히어로로 거듭난 최준용의 성장은, SK가 추구해온 '자율농구'의 길이 결코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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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용 프로농구MV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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