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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지난 2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른바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지난 2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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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의 어느 날이었다. 윤종근 한국남부발전 사장이 송민 노조위원장에게 "오늘 사표를 내려고 한다. 그동안 고마웠다"라고 말했다. 갑작스러웠다. 며칠 전만 해도 윤 사장과 송 위원장은 여러 노사 이슈를 두고 잘 헤쳐 나가자고 했기 때문이다. 송민 위원장은 정부 윗선의 압력에 따른 사표 제출이라고 생각했다.

그날 저녁 자리가 마련됐다. 윤 사장은 "한국전력 산하 발전 4개 회사 사장들이 모두 사표를 낸다"라고 말했다. 송 위원장은 "정권교체가 됐더라도 코드가 안 맞는다는 이유로 공공기관장을 함부로 해임할 수 있느냐"고 푸념했다. 윤 사장은 그에 대한 답은 피한 채 "그동안 고마웠다. 흔들리지 말고, 잘 대처해 나가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송민 위원장은 30일 오전 <오마이뉴스> 기자와 한 인터뷰에서 윤종근 사장이 사표 내던 날의 상황을 생생하게 털어놨다. 그는 "윤종근 사장에게 사업·경영상의 중대한 결함·흠결은 없었다. 개인 비리 얘기도 나오지 않았다"면서 "발전 4개 회사 사장들이 모두 사표를 낸다는 얘기를 듣고, 누가 봐도 사퇴 압박이 있었다고 짐작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2019년 1월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에서 고발하면서 잠깐 이슈화됐다가 그 뒤 아무 일 없어 종료된 줄 알았다"면서도 "'왜 이제 와서?' 하는 의아함도 있지만, 그럼에도 잘못된 일이 있다면 바로 잡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서울동부지방검찰청 수사팀은 최근 이른바 '산업통상자원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산업부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강제수사에 나섰다. 문재인 정부 초기 산업부에서 박근혜 정부 때 임명된 한국전력 산하 서부·남동·남부·중부발전 사장 등 여러 공공기관장들을 압박해 사표를 받았다는 의혹이다.

2019년 1월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의 고발과 그해 5월 검찰의 발전사 전 사장 조사가 이뤄진 뒤 눈에 띄는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 25일 갑작스럽게 강제수사를 진행했다.

3년 동안 묵힌 사건을 대선 직후 꺼내들었다는 점에서 차기 정부와 코드를 맞춘 수사 또는 정치보복의 신호탄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반면, 검찰은 수사가 중단된 적은 없었고 지난 1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대법원 판결문을 검토한 뒤 수사에 나섰다는 입장이다.(검찰, 3년 묵힌 사건 강제수사 전환... 문 정부 겨냥 http://omn.kr/1y017)

"코드가 맞지 않은 공공기관장에게 사표, 잘 이해 되지 않았다" 
 
송민 한국남부발전노동조합 위원장
 송민 한국남부발전노동조합 위원장
ⓒ 송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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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가 코드가 맞지 않아 윤종근 사장에게 사표 제출을 압박했다면, 이는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사표를 받은 것 아니냐는 언론보도가 나오는데, 문재인 정부 초기에 탈원전 정책에 반기를 들 사장은 없었을 것"이라며 "현 정부에 반하는 정책을 진행했다면 사장 평가는 낙제점일 것이다. 그 경우 해임의 법적 근거가 인정될 텐데, 그 전에 코드가 맞지 않은 공공기관장에게 사표를 받았다는 점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권 교체기에) 선거를 도왔던 사람들에게 자리를 나눠주기 위한 것이었다면, 무리수였다"면서 "정권 교체기에 새로운 사장 등 임원이 오면, 직원들 사이에는 '누구 빽으로 왔을까' 하는 말이 돈다. 특히 전문성이나 화력발전에 대한 연관성이 없는 분들이 오면 정말 화가 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갑작스러운 수사에 의아한 부분이 있더라도 잘못된 일이라면 지금이라도 잘못된 부분을 밝히고 바로 잡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차기 정부에 진정성이 있다면, 앞으로는 정권 교체기에 갑작스럽게 사장이 바뀌는 일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차기 정부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2배의 배신감이 들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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