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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자료사진.
 가족. 자료사진.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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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기사에서는 양육능력을 '거의' 또는 전혀 갖고 있지 않고 양육의지마저 없는 친생부모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없게 되어, 우리 사회의 보호를 필요로 하게 된 아동들을 소개하였습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친생부모를 대신하여 그 아동들의 부모가 되기로 한 사람들에 대해 소개하려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먼저 질문을 하나 드리겠습니다. 당신은 친생부모에 의해 돌봄을 받을 수 없게 된 아동에게 다음 중 어떤 주체가 부모로서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십니까?

① 오랜 난임 기간 끝에 입양을 하기로 선택한 부부
② 임신이 가능하고 이미 친생자녀가 있지만 입양을 원하는 부부
③ 아동의 조부모
④ 아동의 친인척(즉, 친생부모의 형제자매와 그 배우자)
⑤ 혈연관계는 없지만 성인이 될 때까지 돌봐주고 싶어 하는 부부
⑥ 비슷한 또래의 아이 6~8명을 2~3명의 자격을 갖춘 보육사가 돌봐주는 공동생활가정
⑦ 30명 이상 다양한 연령의 아동들을 다수의 자격을 갖춘 보육사들이 4~8명씩 나눠서 돌봐주는 아동양육시설
⑧ 상가 건물의 한 층을 사무공간과 거주공간으로 나누고, 고시원 같은 공간에서 2인 1실을 쓰도록 하며, 숙식과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쉼터

이미 아시는 분도 많겠지만, ①②는 입양, ③④⑤는 가정위탁, ⑥은 공동생활가정, ⑦은 아동양육시설, ⑧은 청소년쉼터라고 부릅니다. 이밖에도 몇 가지 유형이 더 있지만, 공식적으로는 이 정도가 '아동보호서비스'의 유형 안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동복지서비스 제도에서는 이렇게 보호서비스를 유형화할 뿐이지만, 이 기사에서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각 유형 안에서 아동들을 돌보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이 사람들은 친생부모를 대신해서 아동들을 돌보고 있으며, 기꺼이 부모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일을 대신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동들의 유형과 보호서비스 유형

이러한 서비스 유형에 대해 잘 모르는 분도 많기 때문에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보겠습니다. 입양부모들은, 공식적인 분류는 아니지만, 난임부모와 가임부모로 나눌 수 있습니다. 입양부모의 다수는 자녀를 임신하여 출산할 수 없는 상태가 오랫동안 지속되어 결국 입양을 선택하였습니다. 나머지 소수는 임신과 출산이 가능하지만 입양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종교와 복지를 배경으로 한 동기가 강한 것으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우리 사회에서 가장 덜 알려진 아동보호서비스 유형으로서 ③ 조부모가 아동을 보호하고 양육하는 대리가정위탁, ④ 친인척이 아동의 부모 역할을 하는 친인척위탁, ⑤ 혈연관계가 없는 일반 부모가 아동의 임시 부모가 되는 일반가정위탁이 있습니다. 이 대리 부모들은 각 광역자치단체에 배치된 가정위탁지원센터로부터 교육훈련을 받고, 자격을 인정받아 아동들의 보호자가 됩니다.

마지막으로, ⑥ 일반 주거지역에서 하나의 주거공간을 마련하여 6~8명 안팎의 아동을, 상주하는 시설장과 1~2명의 생활복지사가 교대로 근무하며 보호하는 공동생활가정, ⑦ 대체로 빌라 형태로 지어진 주거용 건물(들)에 거실, 화장실, 방 3~4개가 포함된 집(들)이 있고, 각 집에서 3명의 보육사가 교대로 5~10명의 아동들을 보호하는 아동양육시설, ⑧ 상가 건물 또는 별도의 건물 중 1~2개 층을 주거용 공간으로 꾸미고 보통 2인 1실로 구성된 5~6개의 방에서 잠을 자며, 다용도 거실에서 주로 생활하고 센터장과 직원들이 교대로 근무하면서 청소년들을 관리하는 청소년쉼터가 있습니다.

이제 지난번 기사에서 소개한 아동들의 유형과 이 보호서비스 유형들을 짝지어 보겠습니다. 현행 아동복지법에서는 보호대상아동을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즉 '아동학대로 신고되어 분리보호가 필요한 아동', '빈곤 및 양육의 어려움으로 보호 의뢰된 아동', '미아 또는 유기로 신고된 아동', '보호자가 입양으로 의뢰한 아동'입니다.

첫째, 아동학대로 신고되었고 친생부모로부터 분리된 아동은 우선 '피해아동보호쉼터'로 갔다가 친가정 복귀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위탁가정, 공동생활가정, 아동양육시설로 가게 됩니다. 둘째, 부모의 사망, 빈곤, 이혼, 수감, 장애, 질병 등을 포함한 '빈곤 및 양육의 어려움'으로 분리된 아동은 위와 마찬가지로 위탁가정, 공동생활가정, 아동양육시설 중에서 한 곳으로 우선 배치됩니다.

셋째, '유기'된 아동은 경찰에 의해 친생부모를 찾지 못했을 경우 공동생활가정이나 아동양육시설로 가게 됩니다. 넷째, 보호자(대부분 혼전임신이나 혼외임신과 출산을 한 친생부모)가 입양으로 의뢰한 아동은 시군구청 아동보호전문요원을 거쳐 입양기관에 의뢰되고, 입양기관과 가정법원의 심사를 거쳐 입양부모의 영구적 자녀가 됩니다. 위에서 언급한 ⑧ 청소년쉼터는 주로 가출청소년들을 보호하는 곳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그러나 이 청소년들이 가출을 선택하는 이유도 앞서 언급한 이유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또한 이미 눈치를 채셨겠지만, 입양으로 의뢰된 아동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아동이 위탁가정, 공동생활가정, 아동양육시설 중 한 곳으로 가게 됩니다.

여기에서 잠깐 언급하고 싶은 것은 앞의 세 가지 보호유형은 '임시적'인데 반해, 마지막 유형인 입양은 영구적이라는 것입니다. 다만 가정위탁과 공동생활가정, 아동양육시설과 같이 '임시' 대리부모 역할을 하는 주체들과 그 안의 사람들이 실제로는 아동이 보호서비스를 떠나게 되는 만 18세까지 거의 반영구적인 보호제공자가 된다는 점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겠습니다. 이 사안은 다음 기사의 주요 화두가 될 것입니다.

누가 가장 좋은 대리 부모가 될 수 있을까

다시 원래의 질문으로 돌아가겠습니다. 그런데, 선택지가 너무 많으니 답안의 항목을 줄여보겠습니다. 부모의 학대, 빈곤, 이혼, 사망, 질병, 장애, 유기, 그리고 이러한 요인들이 복잡하게 얽힌 결과로 부모로부터 분리된 아동이 여기에 있습니다. 이 아동에게 다음 중 어떤 사람(들)이 가장 좋은 대리 부모가 될 수 있을까요?

가. 친할머니, 친할아버지,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등 조부모
나. 큰아버지(큰어머니), 작은아버지(작은어머니), 고모(고모부), 이모(이모부), 외삼촌(외숙모) 등 친척
다. 가정위탁지원센터로부터 자격을 심사받고 양육과 관련된 교육훈련을 받았으며, 자녀양육 경험도 가지고 있는 일반위탁부모
라. 10년 이상 일반 가정집과 같은 주거공간에서 여러 명의 아동들을 양육하고 있는 공동생활가정의 센터장과 보육사들
마. 사회복지사로서 훈련을 받고 3교대를 하는 보육사들이 5-10명의 아동, 청소년들을 한 집에서 양육하고 있는 아동양육시설

답을 쉽게 고를 수 있었습니까? 아동복지를 전공하는 학자들과 아동복지제도를 설계하는 정책입안자들이 합의한 우선순위는 정확히 위의 목록과 일치합니다. 즉, 조부모와 친인척을 포함한 친족 중 한 가정, 일반위탁부모와 그 가정, 공동생활가정, 아동양육시설 순입니다. 아마도 여러분도 언뜻 봐서는 이 우선순위 목록에 동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데 난점이 있습니다.

첫째, 동일한 유형의 보호제공자 안에서도 질적으로 매우 큰 차이가 존재합니다. 즉 손자를 극진하게 보살피는 할아버지가 있는 반면에, 손녀가 이제 다 컸다고 방임하는 할머니도 있습니다. 풍부한 재정과 좋은 주거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아동들을 돌보는 공동생활가정과 아동양육시설도 있지만, 늘 열악한 상황에서 심지어 아동들을 학대하는 극소수의 시설도 있습니다.

둘째, 아동의 특성과 배경이 매우 다양하며, 각 보호제공자 유형들의 장단점도 다양하다는 점입니다. 친생부모로부터 극심한 신체학대를 받아 분리된 아동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이 아동은 학대와 관련하여 특별한 교육훈련을 받은 전문위탁가정이나 공동생활가정, 또는 일반적인 아동양육시설로 배치될 것입니다.

최근에는 아동양육시설로 배치되는 아동의 절반 이상이 학대피해아동이기 때문에 아동양육시설은 그동안 그와 관련된 대응체계를 구축해 왔습니다. 즉 보육사들이 학대피해아동을 대하고 보호하고 돌보는 방법을 터득해 왔다는 뜻입니다. 위탁부모 둘이 학대피해아동을 돌보는 것이 나을까요? 팀으로 구성된 아동양육시설의 종사자들이 그 아동을 돌보는 것이 나을까요?

셋째, 가장 큰 문제로서 이들 각각의 보호제공자들이 지역사회 안에 충분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특히 일반위탁가정과 공동생활가정은 매우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새로 발생하는 아동들은 친족 체계 안에서 보호자를 찾지 못할 경우 결국 아동양육시설로 가게 되며, 이제는 아동양육시설에도 들어갈 자리가 없는 처지입니다.

누가 최선의 대리부모인가? 이 질문의 답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은 각 보호제공자들이 자신을 최선의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즉 위탁부모들은 가정위탁이 가장 좋은 대안이라고 생각하며, 공동생활가정의 당사자들은 인원은 많고 공간은 비좁지만 일반 가정집에서 친밀한 관계를 오래도록 유지하는 공동생활가정이 최선이라고 주장하고, 실제로도 가장 다양하고 풍부한 자원을 가지고 있는 아동양육시설들은 자신들이 늘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들 각자의 말을 들어보면, 모두 설득력이 있습니다. 입양부모들은 이러한 대안들이 모두 '임시적'이기 때문에 아동에게 불안감을 주거나 일대일의 개별적인 돌봄이 어렵기 때문에 최선이 될 수 없다고 반박하기도 합니다. 아동복지를 전공하는 학자들과 정책을 설계하는 당국자, 정치인들은 '탈시설화'를 주장하며 아동양육시설을 없애야 한다고 말해 왔습니다. 실제로도 아동 인구와 보호대상아동의 수가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폐쇄되는 아동양육시설들이 늘고 있습니다.

매년 4천여 쌍의 부모만 더 있으면

이제 여러분의 답은 무엇입니까? 제 답은 이렇습니다.

첫째, 우선 현재 존재하는 모든 대안이 각 아동에게는 최선의 방법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손자녀를 양육할 의지가 있는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있고 그분들과 오랫동안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면, 아이에게는 대리가정위탁이 최선이 될 것입니다. 어릴 때부터 친하게 지내왔던 삼촌이 결혼한 후에도 자주 왕래하며 그 가족과 관계를 유지해왔으며 사촌들과도 잘 어울렸다면, 아이에게는 친인척위탁이 최선이 될 것입니다.

마땅한 조부모와 친인척이 없고 오히려 사이가 나쁘다면 비슷한 또래들이 모여 사는 공동생활가정이 최선이 될 수 있습니다. 학대한 부모와 다시는 같이 살고 싶지 않거나 그럴 형편이 아니라면, 피학대아동을 위한 전문적인 서비스를 구축하고 풍부한 자원을 연결해 줄 수 있는 아동양육시설이 가장 나은 대안일 수도 있습니다.

위의 모든 경우와 상황에 더하여 친생부모가 친권을 포기한다면, 대체로 입양이 최고의 대안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 경우에도 아동의 성별과 연령, 성격, 기질 등은 가장 좋은 부모를 찾을 때 고려해야 할 중요한 특성들입니다.

둘째, 우리에게는 더 많은 입양부모, 더 많은 위탁가정, 더 많은 전문공동생활가정, 더 많은 전문아동양육시설들이 필요합니다. 아동 인구는 줄고 있지만, 어찌된 일인지 보호대상아동의 수는 더 늘고 있습니다. 특히 학대피해아동의 증가 추세가 두드러집니다.

이제는 보호대상아동들 뿐만 아니라 학대피해아동들을 위한 전문화된 서비스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며, 더 많은 보호제공자들이 필요합니다. 어쨌거나 세상의 모든 아이에게는 최소한 한 쌍의 좋은 부모가 필요하니까요. 매년 4천여 쌍의 부모만 더 있으면 됩니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당신은 그 아이의 부모가 되어줄 수 있나요?

태그:#보호대상아동, #아동보호서비스, #대리적 서비스, #은밀한 맥락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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