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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가 23일 서울 송파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지난 11일 사망한 노아무개씨의 가족도 참여해 쿠팡을 규탄했다.
 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가 23일 서울 송파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지난 11일 사망한 노아무개씨의 가족도 참여해 쿠팡을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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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은 아침에 출근해서 근무를 하다 뇌출혈로 쓰러졌다. 너무 힘들고 머리가 아파서 119에 전화를 해달라고 애걸복걸했지만 누구도 전화해주지 않았다. 관리자가 세명이나 있었지만 30분 가까이 방치를 해 동생은 의식을 잃어간 채 산송장이 돼 병원에 실려갔다. 제대로 신고만 했어도 살 수 있었는데. 동생이 왜 그렇게 죽어야만 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

지난해 12월 24일 쿠팡 동탄 물류센터에서 일하다 쓰러진 뒤 이달 11일 사망한 50대 노동자 노아무개씨의 언니 노은숙씨가 23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한 말이다. 노씨는 "동생이 떠나고 아이는 엄마를 잃은 상태"라면서 "그런데도 쿠팡은 어떤 대책도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날 쿠팡 본사 앞에 모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 발표에 따르면, 쿠팡 덕평물류센터와 동탄물류센터에서 약 2년 간 일해온 노씨는 지난해 12월 24일 오전 11시 25분께 일하던 도중 두통과 헛구역질이 발생해 고통을 호소했다. 빠른 신고가 이뤄져야 했지만 신고는 지연됐고 결국 119가 도착하기까지 25분의 시간이 걸렸다.

이런 상황에서 노씨를 수용할 수 있는 병원까지 찾기가 어려워 1시간 25분이 지나서야 병원에 도착했다. 그사이 노씨는 의식을 완전히 잃고 자가호흡도 불가능한 상태가 됐다. 오후 12시 50분쯤 병원으로 이송된 노씨는 약 50여 일이 지난 11일 결국 사망했다. 사인은 뇌출혈.
 
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가 23일 서울 송파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지난 11일 사망한 노아무개씨의 가족도 참여해 쿠팡을 규탄했다.
 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가 23일 서울 송파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지난 11일 사망한 노아무개씨의 가족도 참여해 쿠팡을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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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회는 노씨에 대해 "지난해 6월 덕평물류센터 화재 이후 동탄물류센터로 전환배치 명령을 받아 근무했다"면서 "이후 정비되지 않은 작업체계와 살인적으로 늘어난 업무량 때문에 주변에 수차례 고통을 호소했고, 평소 지병 없이 건강했던 노씨의 체중은 43kg까지 줄어 있었다"라고 밝혔다.

쿠팡 동탄물류센터는 지난 2021년 1월 야간작업을 하고 퇴근하던 중년 여성노동자가 쓰러져 숨졌던 곳이다. 1년 만에 다시 같은 이유로 사고가 발생했다. 2020년 3월부터 이번 사망사고까지 총 8명의 쿠팡 노동자와 2명의 하청 노동자가 심장마비 등 심혈관질환을 이유로 죽었다.

2020년 3월에는 쿠팡 안산1캠프 배송 노동자가 야간 배송 중 쓰러져 사망했다. 같은 해 5월에는 인천 물류센터에서 일하던 계약직 노동자도 새벽에 화장실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같은 해 10월 경북 칠곡 물류센터에서 밤샘근무 후 귀가한 20대 청년노동자 장덕준씨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11월에도 쿠팡 마장물류센터 하청노동자가 근무 중 쓰러져 사망했다. 지난해 3월에는 쿠팡 송파 1캠프와 구로캠프, 인천에서 배송기사와 관리자가 사망했다. 

동탄 캠프 동료 "다음은 내가 될지 모른다 두려움 속에 일해"
 
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가 23일 서울 송파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지난 11일 사망한 노아무개씨의 가족도 참여해 쿠팡을 규탄했다.
 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가 23일 서울 송파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지난 11일 사망한 노아무개씨의 가족도 참여해 쿠팡을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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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본사 앞 기자회견 현장에는 사망한 노씨와 함께 동탄에서 일한 동료들도 함께 했다. 동료 A씨는 <오마이뉴스>를 만나 "2년 연속으로 같은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일하다 쓰러져 죽어나간 것"이라면서 "남은 동료들의 상태는 어떻겠나. 다음이 내가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다들 빠져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두 명의 노동자가 죽어나갔어도 현장에서는 달라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면서 "쿠팡의 위기관리 시스템이 존재하는 것인지. 지금도 노동자들이 일하다 쓰러지면 과연 보고만 하다가 또 방치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여름에는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의 창고형 건물에 에어컨 한 대 없어 더워서 죽고, 겨울에는 칼바람 그대로 맞으며 일하다 추워서 심장 쇼크로 쓰러져 죽는다"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7월 말 쿠팡 동탄에서 찍은 사진.
 지난해 7월 말 쿠팡 동탄에서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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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 대표인 권영국 변호사는 "고인이 담당한 업무는 입고 전산 지원(서포터)이었다"며 "그런데도 동료들 증언에 따르면 본래 업무 외 '까데기' 등 다수의 다른 일을 했다.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에 따른 사고일 가능성을 시사한다"라고 말했다.

권 변호사는 "쿠팡은 노동자들 죽음에 대해 변명과 모르쇠로 대응해왔다. 이번에도 개인의 건강상태로 전가하고 있다"면서 "이번 사망사고는 중대산업재해에 해당하는 중대재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쿠팡 측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고인은 육체적 강도가 매우 낮은 교육업무를 담당하는 주간 근로자로 주 평균 33시간 근무를 해왔다"며 "지난해 12월부터 뇌동맥류로 인한 뇌출혈 치료를 해왔다. 회사는 그동안 고인의 회복을 기원하며 생활비 등 필요한 지원과 노력을 기울여 왔다"라고 밝혔다.

또 "(2021년 12월 24일) 당시 두통이 있는 직원을 매니저가 증상을 살핀 후 즉시 119에 신고했지만 코로나19로 인근 병원 2곳에서 진료가 불가해 최종 병원 이송까지 1시간 넘게 소요되었다"면서 "노조는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라고 반박했다.

태그:#쿠팡, #동탄, #덕평, #중대재해, #잠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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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팀 취재기자. 오늘도 애국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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