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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들이 23일 오전 7시 30분께 서울역 지하철 4호선 승강장에서 장애인 이동권 예산 확보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시위 현장을 찾았다.
 장애인들이 23일 오전 7시 30분께 서울역 지하철 4호선 승강장에서 장애인 이동권 예산 확보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시위 현장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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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장애인은 지하철 타다가 떨어져 죽어야 합니까. 왜 장애인은 지하철 타는 데도 목숨을 걸어야 합니까. 심상정 후보께서 TV토론에서, 그 아까운 시간에 장애인 이동권에 대해 말씀해주시는 걸 봤습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눈물이 날 것 같았습니다."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대표)

"제 1분 발언을 감사하다고 하셨지만… 저는 부끄럽고 죄송할 뿐입니다. 21년 동안 나름대로 열심히 저희가 최선을 다해도 조금씩 밖에 못 가니까… 너무나 죄송하고요... 안타깝습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23일 오전 7시 30분, 지하철 4호선 서울역 회현 방면 6-2번 승강장. 3주째 이어지고 있는 장애인 단체의 출근길 시위 현장에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방문했다. 대선 후보 중 처음이었다.

출근을 하던 시민들 중 일부는 장애인들을 향해 욕설과 폭언을 했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은 장애인 이동권 예산 확보를 외쳤다. 심 후보는 소수정당 후보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심 후보는 현장을 떠나다가 "사실 그동안 이분들이 투쟁하는 걸 보고 내내 마음이 너무 불편했다"면서 울먹였다.

심 후보와 대화를 마친 뒤 장애인들은 마지막 대선후보 TV토론 날짜인 3월 2일까지 출근길 시위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그때까지 심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이재명·윤석열·안철수 후보의 입장 표명을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앞서 심 후보가 여론이 집중된 21일 밤 첫 법정 TV토론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마무리 발언 1분을 할애해 장애인들의 이동권 시위를 언급한 지 이틀만이다.

심상정 "장애인이 아닌 정치와 정부의 책임"
  
장애인들이 23일 오전 7시 30분께 서울역 지하철 4호선 승강장에서 장애인 이동권 예산 확보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시위 현장을 찾았다.
 장애인들이 23일 오전 7시 30분께 서울역 지하철 4호선 승강장에서 장애인 이동권 예산 확보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시위 현장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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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을 찾은 심 후보는 "장애인들이 이 엄동설한에 이렇게 위험한 투쟁을 하고 싶으셨겠나"라고 했다. 심 후보는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정부나 정치권이 귓등으로도 듣지 않기 때문에,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 많은 비난에도 불구하고 투쟁을 하셨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심 후보는 "제가 토론에서도 말씀 드렸지만, 이 모든 상황의 책임은 21년 동안 이동권을 위해서 투쟁해 오신 장애인들이 아니라, 세계 10위 선진국임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의 이동권조차도 보장하지 않는 우리 대한민국 정치와 정부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은 "그간 아무리 시위를 벌여도 정치권에서 그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이동권은 장애인의 삶과 연결돼있다"고 했다. 그는 "이동해야 교육 받고 교육 받아야 노동하고 그래야 지역사회에서 굶어 죽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저희가 지하철을 탈 때 많은 시민들이 욕설을 퍼붓는데도 누구 하나 그 욕설이 잘못됐다고 말하는 사람이 없었다"며 "3월 9일 대선후보로 나온 4명의 후보들은 이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하겠다고 약속해야 한다"고 했다.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대표는 "장애인도 안전하고 편리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벌써 21년째 외치고 있다"고 호소했다. 최 대표는 "정부가 당연히 해야 할 일들을 장애인에 떠넘겨 놓고 장애인은 지하철 타다가 떨어져 죽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저희도 같이 이동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이재명 후보, 윤석열 후보, 안철수 후보도 답하라"고 촉구했다.

심 후보는 거듭 "부끄럽고 죄송하다"고 했다. 심 후보는 "저의 진심을 알아주시고, 지하철 출근 시위를 멈춰주신 데 대해서 정말 감사 드린다"고 했다. 심 후보는 "이재명·윤석열·안철수 후보님에게 말한다. 장애인 이동권을 위한 예산 확보는 지금 선심성 공약하는 그 수많은 것에 비해선 정말 몇 푼 안 되는 것이다"라며 "분명하게 입장을 천명해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서울교통공사 손해배상 청구 철회 요청… 눈물 보인 심상정
  
장애인들이 23일 오전 7시 30분께 서울역 지하철 4호선 승강장에서 장애인 이동권 예산 확보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시위 현장을 찾았다.
 장애인들이 23일 오전 7시 30분께 서울역 지하철 4호선 승강장에서 장애인 이동권 예산 확보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시위 현장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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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 후보는 서울교통공사 측과 장애인 단체 사이를 중재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심 후보는 "서울교통공사 쪽에서 우리 장애인들의 아침 출근 시위로 열차가 지연돼 많은 고충을 겪으신 것 충분히 이해한다"라며 "그러나 장애인 시위로 인해 발생한 모든 문제에 대한 책임은 정부와 정치권에 돌려주시고, 장애인들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철회해주실 것을 정중하게 요청 드린다"고 했다.

앞서 서울교통공사는 지난해 전장연 등을 상대로 고의로 열차 운행을 지연시켰다며 3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현장에 있던 김석호 서울교통공사 영업본부장은 심 후보의 요청에 "민사소송 건에 대해선 (장애인 단체 측이)평화적인 시위를 하겠다는 확약서만 제출해주시면 저희가 긍정적으로 서울시와 협의해서 최대한 노력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심 후보는 오전 8시쯤 현장을 떴다. 장애인들과 헤어진 심 후보는 "저희 정의당이 애를 많이 썼지만, 결국은 시민의 삶을 이만큼밖에 못 바꿨구나 하는 죄송함과 송구스러움이 드는 것 같다"고 울먹이며 역사를 빠져나갔다. 심 후보는 "이게 저희가 해 온 20년 진보정당의 역사와 우리 장애인들 권리의 바로미터인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이게 선진국이냐"라며 "이런 당연한 요구를 하는데도 이렇게 많은 비난을 받고 목숨을 걸고 대통령 후보들에게 애원해야 하나"라고 했다.

"우리도 똑같이 지하철 타고 싶다"
  
장애인들이 23일 오전 7시 30분께 서울역 지하철 4호선 승강장에서 장애인 이동권 예산 확보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시위 현장을 찾았다.
 장애인들이 23일 오전 7시 30분께 서울역 지하철 4호선 승강장에서 장애인 이동권 예산 확보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시위 현장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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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장애인 단체들은 지난해 12월 3일부터 장애인 이동권을 위한 실질적인 예산 확보를 위해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사회 이슈 민감도가 높아지는 대선 시기에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장애인 이동권 문제를 수면 위로 올리기 위해서다. 특히 지난 1월 22일은 오이도역 장애인 휠체어리프트 추락 참사 21주기였다. 정치권의 반응이 없자 설 연휴 이후부터는 3주째 출근길 시위를 벌여왔다.

당초 2015년 서울시는 올해까지 모든 지하철역에 '1역사 1동선'을 실현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최근 이를 2025년까지로 미뤘다. '1역사 1동선'은 지하철역 1개당 교통약자가 엘리베이터 등을 이용해 스스로 지하철을 타고 내릴 수 있는 동선이 하나는 돼야 한다는 뜻이다. 현재 서울의 총 283개 지하철역 가운데 22개(7.8%)는 여전히 '1역사 1동선'이 안 된다. 이제는 보다 확실한 장애인 이동권을 위해 '1역사 2동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정치권의 외면 속에 출근길 시위를 벌인 장애인들은 일부 시민들에게 공격의 대상이 돼왔다. 전장연 홈페이지는 최근 사이버 테러를 당해 서버가 다운됐고, 전장연 사무실이 난입을 당하는 일도 벌어졌다.

그러던 중 심 후보의 '1분 발언'이 나왔다. 심 후보는 21일 밤 TV토론 마무리 발언에서 "장애인들이 요즘 매일 아침 이동권 예산을 촉구하면서 지하철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라며 "아침에 지하철로 출근하시는 시민들도 많은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지만, 이런 상황에 대한 책임은 지금 시위하는 장애인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들에게 이동권조차 보장하지 못한 기존 정치권에 있다"고 했다. 심 후보는 홀로 "대선후보로서 매우 죄송하다"고 했다.

정치권이 외면한 사이
  
▲ 장애인들의 출근길 시위 23일 오전 7시 30분께 장애인들이 서울 지하철 4호선에서 출근길 시위를 벌이며 장애인 이동권 예산 확보를 촉구하고 있다.
ⓒ 김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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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심 후보의 시위 현장 방문으로 장애인들은 일단 3월 2일까지 출근길 시위를 잠시 풀기로 했다. 만약 그전까지 이재명·윤석열·안철수 후보가 장애인 이동권 예산 확보를 약속하면 시위를 완전히 접겠다고 했다. 이 같은 결정에 몇몇 장애인들은 눈물을 훔쳤다.

심 후보가 떠난 뒤, 장애인들은 혜화역 4호선 동대문 방면 5-4 승강장에 차려진 농성장으로 돌아가기 위해 오전 8시 12분께 서울역에서 지하철을 탔다. 혜화역은 중앙 통로가 없어 반대편 승강장에 차려진 농성장으로 이동하는 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고 했다. 장애인들은 결국 한성대입구역까지 한 정거장 더 간 뒤 반대 방향 지하철을 타고 혜화역으로 다시 돌아오는 길을 택했다. 그렇게 지하철을 탄 약 18분 동안 장애인들은 또다시 욕설을 마주해야 했다. 기자가 목격한 건 4명이었다.

"가지가지 한다, 무식한 것들."
"출근하는데 이게 뭐냐, 기분 더럽게."
"무슨 깡패야 뭐야, XX놈들."


한 장애인은 "우리 당분간 안 하기로 했어요. 그리고 우리 열차 막은 거 아니잖아요. 우리도 그냥 지하철 타는 거예요"라고 했다. 심 후보를 제외한 다른 후보들은 아직 장애인들의 시위에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고 있다.

[관련기사]
심상정의 마지막 1분 "지하철 시위 책임은 정치권에 있다" http://omn.kr/1xgaf
심상정 1분 발언에 등장한 '시민 박경석' 여기에 있다 http://omn.kr/1xgz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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