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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9일, 제19대 대통령 선거일, 강원 춘천시 봄내초교 강당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시민들이 줄지어 투표를 기다리고 있다.
 2017년 5월 9일, 제19대 대통령 선거일, 강원 춘천시 봄내초교 강당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시민들이 줄지어 투표를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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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내게 이번 대선은 내 손으로 대통령을 뽑는 여덟 번째 선거다. 87년 6월 항쟁으로 쟁취한 직선제 선거, 그 해 겨울에 치러진 선거가 처음이었다. 벌써 30년이 훌쩍 흘렀다.

사람 수가 곧 힘이었던 시절

그 동안 선거문화도 많이 바뀌었다. 당시 선거전의 중요 전략은 대규모 군중 유세였다. 어느 후보의 유세에 얼마나 많은 유권자가 모였는지가 선거 판세의 중요한 잣대였다. 저녁 뉴스는 어느 후보가 몇십만 명, 어느 후보는 백만 명이 넘었다는 소식을 헤드라인으로 전했다. 지금 선거를 보면 상상하기 힘든 숫자지만 가끔 어느 후보 유세장 아르바이트 자리가 있다는 말들이 가난한 고학생을 유혹했던 걸로 봐선 꼭 허수였다고 말할 수도 없을 듯하다.

나는 그 당시 한 후보 캠프에 자원봉사단으로 참여했다가 후보가 단일화를 위해 사퇴하는 바람에 이후 공정선거감시단 활동을 했다. 감시단 활동기금모금이 주 임무였는데 백만 명이 모였었다는 김대중 후보의 보라매공원 모금활동이 기억에 남는다. 점심도 굶고 하루종일 모금한 덕에 당시 엄청난 거금인 80여만 원을 모았었다.

모금에는 공정선거를 위해 참여한 사람도 많았지만 잔치 같은 유세장 분위기에 취해 무작정 모금함에 돈을 넣는 이들도 부지기수였다. 모금이 끝난 후 녹초가 된 우리를 본 선배가 모금액 중 일부로 김밥이라도 사 먹고 들어가라 했지만 우리는 그 몇천 원 사용을 놓고 격론을 벌여야 했다. '써도 된다'와 '안 된다'를 두고 논쟁하다 결국 쫄쫄 굶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순수 청년 시절이었고 낭만의 시절이었다. 유권자들도 지금보다 훨씬 더 열정적이고 낭만적인 면이 있었다.

물론 당시 선거문화가 더 좋았다는 얘기는 아니다. 지금처럼 내편 아니면 무조건 몰려가 좌파 빨갱이라 공격하고 우파 꼴통이라고 폄훼하며 테러 수준의 댓글 공격을 일삼는 공격적 선거문화는 아니었다는 말이다.

누나에게 온 카톡... 지금 정치의 민낯

시대가 바뀌어 선거 환경도 많이 바뀌었다. 정보통신의 발전과, 특히 3년째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 환경 속에 치르는 이번 선거는 그동안 볼 수 없던 다양한 선거 전략을 선보이고 있다.

후보자들은 대규모 군중유세는 피하고 소규모 유세전으로 유권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유권자들은 이제 굳이 유세장에 나가지 않아도 손가락 하나로 실시간으로 손 안에서 각 후보 소식을 접하고 공약도 접할 수 있다. 각종 소셜미디어에는 실시간 뉴스뿐 아니라 각종 선거 정보들로 넘쳐난다. 한마디로 이번 선거는 '손바닥 선거'다. 겉으로 보기에는 이러한 요즘 선거 방식이 훨씬 효율적이고 더 진일보한 방식으로 보이지만 들여다보면 이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찮다.

근 일흔인 큰 누나로부터 카톡이 왔다. 링크를 따라가보니 어떤 의사라는 사람 글이 도배돼 있다. '백신 맞지 말라' '좌파 빨갱이들 때문에 나라가 망한다' 등 선동적인 가짜뉴스 천지다. 이런 가짜뉴스가 심각한 이유는 설령 가짜로 밝혀진다 해도 진실 여부를 떠나 하나의 프레임을 만들어 버리기 때문이다. 가짜뉴스가 없어 지지 않는 이유 중 하나일 게다. 각 선거캠프는 세대별 타겟 전략을 세우고 가짜정보임에도 사실인양 언론과 소셜미디어에 흘러 보내는 전략을 구사한다.

이렇게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가며 근거 없는 사실을 조작해 상대편을 중상모략, 흑색선전(黑色宣傳)하는 마타도어도 선거전략의 하나로 받아들여지는 시대이니 피해는 오로지 국민의 몫이다.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 다 같이 잘살기 위해 치르는 선거인데 부모자식, 형제자매, 친구간 서로 갈등만 깊어지고 국가에 대한 부정적 감정만 쌓여간다. 언론이 앞장서서 이런 문제를 들춰내고 해결책을 제시해줘야 할 텐데 오히려 일부 언론은 공정한 보도가 기본임에도 정치권에 편승해 편향적 기사도 서슴지 않는다.

매년 언론자유지수와 신뢰도를 평가하는 '국경 없는 기자회'와 영국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은 아시아에서 '언론자유도'는 가장 높은 반면, 세계 주요 40개 국가 중 '언론신뢰도'는 5년째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부끄러운 일이다.

2021년 우리나라는 사상최대의 무역 실적을 달성하며 세계 8위 무역 대국이 됐다. 종합 군사력은 세계 6위국이고, K-방역의 우수성은 이미 세계가 인정했다. 또한 오징어게임, BTS, 기생충, 미나리 등 전세계를 놀라게 한 K-문화는 이제 대세가 됐다. 비록 언론지수는 바닥이지만 외형적으로 대한민국은 이미 세계가 부러워하는 국가 수준이 됐다.

'모든 국민은 자신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 프랑스의 정치학자 알렉시 드 토크빌(1805~1859)의 말이다. 우리 국민도 이미 세계가 부러워하는 수준의 정부를 가질 권리가 있다. 바꿔 말하면 국가 수준에 맞는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것은 국민의 의무라는 말일 게다. 하지만 언론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으니 우리 국민은 수준에 맞는 지도자인지 아닌지 검증 기회조차 박탈당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20대 대통령 선거일 3월9일
▲ 2022 대선 20대 대통령 선거일 3월9일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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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유권자가 더 현명해지고 똑똑해지는 수밖에 없다. 하나마나한 얘기지만 그 하나마나한 얘기가 필요한 선거판이기에 하는 말이다. 기성 언론 뉴스나 떠도는 유튜브 정보에만 의지해 무조건 정권교체라는 프레임에 갇혀 판단하지 말고, 외신이나 국제기구에서 평가한 현 대한민국의 객관적 수준을 평가해 보고 후보자 토론 등을 통해 이에 맞는 후보가 누구인지, 내세우는 공약, 이를 실천할 실행력 등 여러 측면에서 유권자 스스로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네 편 내 편으로 갈라 싸우지만 말고 누가 더 진짜인지, 누가 더 이 나라의 미래에 맞는 지도자인지, 누가 더 대한민국 수준에 맞는 지도자감인지 매의 눈으로 골라 내자는 말이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 향후 5년 대한민국의 미래를 선택하는 대선을 맞이하는 유권자의 자세일 게다.
 

태그:#대통령선거, #유권자, #대선후보검증, #투표하자, #가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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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공작소장, 에세이스트, 춤꾼, 어제 보다 나은 오늘, 오늘 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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