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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자료사진).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자료사진).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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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6 용퇴론이 나온다.' 이 말 한 마디가 여의도 정가를 달구고 있다. 

불화살을 쏜 사람은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충남 논산계룡금산, 재선)이다. 그는 1983년 서울대학교에 입학, 1986년 '구국학생연맹' 사건으로 감옥에 다녀왔다. 기자를 그만둔 뒤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 들어가며 정치에 입문한 '86세대' 일원이다. 

그런 그가 23일 페이스북에 불평등과 양극화 문제를 두고 "나를 포함해서 민주주의하겠다고 정치권에 들어온 386정치는 책임이 없나. 우리는 민주주의를 제대로 했나"라며 자성하는 글을 올렸다. 곧바로 정치권 안팎에선 '86 용퇴론이 제기됐다'거나 '민주당의 인적쇄신 신호탄이 쏘아올려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정작 김종민 의원은 '핵심은 그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마이뉴스>가 그의 생각을 더 자세히 듣기 위해 24일 통화하는 내내 김 의원은 '정치개혁', 즉 선거제도를 바꾸는 일을 강조했다. 그는 "1등 선거제도의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이야말로 "86세대가 기득권을 내려놓는 핵심조치, 86세대가 책임지는 가장 핵심조치"라고 말했다. 

'86 정치인'이 '86 정치의 책임'을 물은 이유

- 23일 페이스북에 '이대로 가면 안 된다'고 글을 썼다. 특히 '86 용퇴론'을 꺼내서 화제가 됐는데, 예전에는 '86세대가 조금이라도 뛰고 후배들에게 바통을 넘겨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나.

"용퇴론을 강조해서 보니까 그런데, 제가 페이스북에 쓴 것은 그거다. '정치를 바꿔야 하는데 86세대들이 나서자. 만약에 정치를 안 바꾸고 그냥 생계형으로 할 거면 그만 하자. 30년 동안 했는데 정치도 제대로 안 바꾸면서, 민주주의도 제대로 못하는데 계속 할 면목이 있나?'

그냥 '관두자'가 중요한 게 아니고 '정치를 제대로 한 번 하자'다. 결국 제도를 바꿔야한다. 사실 사람 한두 명 관두는 것으로는... 그동안 사람교체는 많이 됐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적어도 2030세대나 여성, 이런 다양한 민심이 국회에 들어올 수 있도록 선거제도를 바꾸자는 게 핵심이다."

- '30년 동안 우리가 민주주의를 제대로 못했다'고 토로한 까닭은 어떤 부분 때문인가.

"우리가 정권교체도 했고, 민주정부가 집권했고, 국회의원과 장관도 하고 국회에서 여러 가지 좋은 법도 많이 통과시켰다. 정치적 변화는 있었다. 그런데 민주주의는 근본적으로 민생을 바꾸기 위해서 하는 거다. 그래서 시민혁명 이후에 민주주의가 발전하면 반드시 민생이 개선됐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 이전만해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임금격차가 (중소기업이 대기업 임금의) 80%였는데, 지금은 50% 수준이다. 양극화가 더 심해졌다. 부동산도 더 심해졌다. 교육은? 우리 때 '정말 이런 교육 안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교육이 바뀌었는가. 아이들은 더 힘든 교육을 받고 있지 않나. 우리가 민주주의를 한다고 했지만, 민생을 못 바꿨다는 것은 민주주의를 제대로 못한 것이다. 

그건 문제 있는 민주주의다. 제대로 민주주의를 해야 한다. 그중 하나가 우리는 권력을, 대통령과 청와대 비서실, 5060 기득권, 국회 등 이런 일종의 기득권 체제를, 제도를 못 바꿨다. 그래서 저는 제도를 바꾸는 게 정치개혁에 반드시 필요하고, 다양한 민심이 국회에 들어와야 여러 가지 민생을 위한 새로운 의사결정과 결단들을 과감하게 할 수 있다고 본다."

- '다양한 민심이 국회에 들어오지 못한 책임'을 86세대에게 묻는 이들도 있다.

"우리의 책임이 뭐냐면, 이 선거제도를 갖고 있으면 안 된다. 우리가 현재 선거제도의 기득권이다. 그러니까 이 선거제도를 내려놓는 게 (86세대가) 기득권을 포기하는 것의 핵심이다."

- 구체적으로 어떤 방향을 생각하고 있는가.

"지금 정치선진국 공통의 기준은 권역별 비례제다. 우리가 100% 하기 어렵다면, 독일처럼 절반만이라도 해야 한다."

- 비슷한 취지로 '대선 결선투표제를 도입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당연히 그것도 해야 한다. 선거에서 비례성을 높여 국민의 민심을 최대한 반영하도록 해야 좋은 정치 아닌가. 대선 결선투표제를 해서 득표율 50%를 넘기면 대통령을 하도록 하면, 대통령이 진영에 갇혀서 독주할 수 없다. 그런 제도로 가야 대통령의 권력이 훨씬 민주화한다. 국회의원 선거도 권역별 비례제로 다양한 2030·여성들이 훨씬 더 많이 참여할 수 있게 만들자."

여전히 안 바뀌는 문제인데... "정치인들만으론 안 된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민주평화당 정동영, 정의당 이정미 대표 등이 2018년 11월 28일 오전 국회 로텐더홀에서 기득권 양당의 연동형 비례대표제 결단 촉구를 위한 야3당 공동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 "연동형 비례대표제" 양당 결단 촉구한 야3당 바른미래당 손학규, 민주평화당 정동영, 정의당 이정미 대표 등이 2018년 11월 28일 오전 국회 로텐더홀에서 기득권 양당의 연동형 비례대표제 결단 촉구를 위한 야3당 공동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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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문제가 이번에 처음 나온 화두는 아니다. 여전히 안 바뀌고 있는 것이지 않나.

"정치 교체는 기존의 관행들을 혁파하는 것이다. 그 관행이 기득권일 수도, 관습 또는 경로의존성일 수 있는데, 돌파가 쉽지 않다. 어떻게 해야 할까? 정치인들과 유권자들이 함께해야 한다. 만나야 한다. 정치인들만으로는 안 된다.

결국 국민들 속에서 이 에너지가 일어나야 하는데, 특히 이해관계를 가진 쪽이 청년층이다. 2030이 현실에 절망하거나 공격하거나 저주하거나 증오하지만, 그러지 말고 현실을 바꾸려면 2030 대표들을 국회에 보내야 한다. 그걸 위해 제도를 바꾸자고 운동을 하고, 그 힘이 모아져야 한다. 우리가 대선 공약으로 걸고 끝낼 문제가 아니다."

- 젠더 인식을 떠나서 '이대남 현상'을 '자신들을 대변해주는 정치세력을 요구한 것'이라고 해석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어쨌든 청년들은 이미 정치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셈인데, 결국 정치권에서 어떻게 구체적으로 답변하느냐가 관건 아닌가.

"그래서 이 문제가 대선 공약 또는 대선 전략으로만 생각할 게 아니라는 얘기다. 이런 노력이 대선에 기여하고, 중도층에게 좋은 인상을 줘서 표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40여 일 안에 해결될까? 여기서 목소리를 내고 국민들에게 약속한 것을 갖고 2030 청년들과 대선 후에도 정말 1년 정도 토론하고 소통해서 그 에너지를 모아내야 한다. 그러면 정치권에서도 외면할 수 없는데, 정치인들끼리만 토론해서 합의하기는 쉽지 않다."

- 정치교체, 혁신 같은 이야기는 '선거 때마다 튀어나오는 단골 충격요법'이라는 냉소적 시각도 존재한다.

"이게 단순히 용퇴론이나 임명직 사퇴 이런 정도로 가면, 그건 그냥 일반충격요법으로 끝난다. 정말 진정성 있게 되려면 제도개혁으로 가야한다. 그걸 위해선 국민들 속에서 에너지를 모아내야 한다."

- 그 에너지를 결집하는 계기로, 국민들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가령 '86세대는 다음 민주당 정부에서 임명직을 맡지 않겠다'거나 '다음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방식이 필요할 수도 있지 않나.

"그게 결정적인 것은 아니지않나? 그게 그렇게 의미가 강한가? 86세대가 다음 총선에 출마 안 하면, 그때는 5060이 국회의원 안 될까? 그게 무슨 결정적 의미가... 제도를 바꿔서 2030과 여성들이 국회에 들어올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게 진정성 있는 일이다."

- 예를 들어 청년·여성 공천비율 의무화 같은 것을 생각하고 있는가.

"그런데 1등 뽑는 선거를 지금처럼 계속 하면 청년을 공천해도 그들이 생환할 수 있을까? 권역별 비례제처럼 제도를 바꾸지 않고 단순히 공천 개혁만 해서는, 취지는 좋지만 결실을 맺기는 어렵다. 선거제도 개혁이 핵심이다. 86용퇴론만 주목하지 말아달라."

"86 용퇴론? 정말 진정성 있으려면 '선거제도' 기득권 내려놔야"

-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민주당의 기득권화를 비판하며 그 책임을 86세대에게 묻고 있는데.

"86세대의 기득권을 내려놓는 핵심조치, 86세대가 책임지는 가장 핵심조치가 무엇인가. '1등 선거제도'의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이다. 이것을 개혁하는 책임을 지는 게 가장 책임지는 것이다. 이게 중요하다. 진짜 던지고, 내려놓는 것은 이 기득권 제도를, 이 끈을 놓아버리는 것이다."

- 오늘(24일) 이재명 후보 최측근 '7인회'가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임명직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은 어떻게 봤나.

"그것도 의미가 있다. 그런데 '우리가 권력을 독점하지 않겠다'는 일이 여기서 그치면 안되고, 궁극적으로 전체에 확산시키려면 제도를 바꿔야 한다."

- 대선 판세는 어떻게 보는가.

"쉽지 않다. 양쪽이 35%씩 결집해있고, 중간층이 30%인데 그 중간층의 다수가 정권교체에 우호적이다. 우리한테 유리하지 않은 상황이다. 지금 우리가 정권교체론을 설득시키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 정치교체에 뭔가 진정성을 보여야 그들을 설득할 수 있다." 

태그:#정치개혁, #정치교체, #김종민, #민주당, #86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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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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