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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러분의 삶에 가장 필요한 '정책'은 무엇인지 생각해본 적 있나요? 앞으로 5년간 우리 삶을 좌우할 20대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오마이뉴스>는 국민이 어떤 공약을 원하는지, 지금 각 분야엔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대신 전달하려고 합니다. 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도 환영합니다. '2022 대선 정책오픈마켓', 지금부터 영업을 시작하겠습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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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하면 떠오르는 상이 있다. 처자식을 먹여 살릴 정도로 돈을 벌어오는 남편, 남편을 '내조'하고 집안일을 하며 자녀의 교육을 신경쓰는 아내, 부모의 지원을 받아 학업의 본분을 다하는 자녀로 이루어진, 아주 부자는 아니지만 가난하지도 않은 중산층 '4인 가족'이 바로 그것이다. 나는 사람들이 다 그렇게 사는 줄 알았다. 약 5년 전 어떤 경험을 하기 전까진. 

당시 난 EBS 한 다큐멘터리에 '대안 가족'으로 출연했다. 내가 활동 중인 비혼지향생활공동체 공덕동하우스와 어린이 은서의 친밀한 관계에 주목하며, 비혼공동체도 아이를 돌보는 데 참여하기 때문에 '저출산' 문제의 해결책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기획이었다. 하지만 나의 생각을 열어줬던 건 오히려 우리 생활공동체의 친구이자 은서의 아버지인 한승훈 종교학자의 인터뷰였다. 가족은 만들어진 이데올로기이며, 사실 한 아이를 기르는 데는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얘기였다. 그렇기 때문에 은서와 공덕동하우스의 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요지의 말이었지만, 앞부분의 문장이 나에게 들어와 한참을 머물렀다. '우리가 생각하는 정상가족이 만들어진 거라고?'

가족의 생계를 부양하지 못하는 아버지, 수입이 적었지만 생계부양자였던 어머니는 나와 형제들의 공부와 진로에도 크게 신경쓰지 못했다. 미디어에서 본 화목하고 여유 있는 가족과 가난했던 우리 가족을 비교하며 '비정상'이라 여기고 부끄러워하며 꽤나 오랜 시간을 살아왔다.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라는 개념은 그런 나에게 큰 해방감을 안겨주었다. '정상'의 범주에 들어가지 못했을 때, 수치심을 느끼도록 하는 이 사회에 속았다고 생각해 화를 냈어야 했는데, 당시에는 '정상, 비정상은 허상일 뿐이야'라고 생각하며 위로를 얻었다. 그것도 잠시였을 뿐, 이데올로기로서의 가족이 제도화된 현실이 내게 얼마나 불리한지는 어려움에 부딪히며 더 알게 됐다.

가족, 도대체 뭐야?

제779조(가족의 범위) ① 다음의 자는 가족으로 한다.
1. 배우자,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
2.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 및 배우자의 형제자매
② 제1항제2호의 경우에는 생계를 같이 하는 경우에 한한다.
[전문개정 2005. 3. 31.]
[참고: 민법 상의 가족의 기준]


나는 4살 위의 언니와 오래 같이 살았다. 민법 제77조 1항에 따라 우리는 가족이다. 하지만 내가 취직하고 언니가 만 30세가 되자, 언니는 나의 직장 건강보험에서 피부양자가 될 자격을 박탈당했다. 현재 건강보험 피부양자 기본 자격은 '직장가입자의 배우자, 직계존비속(부모, 조부모, 자녀, 손자녀)'이거나 '직장가입자의 형제자매'로 돼 있다. 다만 형제자매의 경우 만 30세 미만, 만 65세 이상만 등록 가능하다. 물론 두 사례 모두 사업소득(500만 원을 초과하면 안 됨)과 주택 임대소득이 없어야 하고 연금 등 기타 소득의 연간 합계가 3400만 원을 넘으면 안 된다. 재산 또한 피부양자 자격 기준이 마련돼 있다. 

이러한 기준은 만 30세가 되면 이제 '성인'이니 단독 생계를 꾸리거나 결혼을 해서 가족을 만들어서 살라는 뜻으로 읽힌다. 하지만 지난해 9월 한국경제연구원이 통계청 데이터 등을 토대로 분석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청년 4명 중 1명이 사실상 실업(청년 체감실업률 25.1%)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부모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면, 만 30세에 '성인기'를 이행하기란 쉽지 않다는 사실을 알려준다(여성의 실업률을 따로 떼어 놓고 보면 훨씬 더 상황이 안 좋다).

부모에게 지원을 바라기 어려웠던 나와 언니는 돌아가면서 경제활동을 하고 학업을 지원하며 서로를 부양한 관계였다. 그럼에도 일정 나이를 넘어서자 서로를 부양할 권리가 없는 사이로 간주되어 제도에서 밀려나게 되었다. 사회에서 정한 규칙에 따라 우리의 관계는 누구보다 끈끈한 '가족'이었다가, 전혀 상관없는 '남'이 되기도 했다.

현재 나는 나의 언니뿐 아니라 같은 지향점을 바라보는 다른 구성원 여러 명과 함께 살며 '공동체가족'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이 관계 또한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함께 살며 서로를 경제적으로 부양하고, 정서적으로 지지하고, 함께 미래를 그려나가는 우리의 삶은 제도로써 포괄되지 못하며 결혼하면 헤어질 '일시적인 관계'로 치부되어버린다.

'가족'을 구성할 권리를 박탈당한 존재들은 또 있다. 지난 7일 동성 부부인 활동가 소주 부부는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받기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패소했다. 현행법 상 혼인은 남녀의 결합이라는 것이 이유였다. 그들은 300여 명의 축하를 받으며 결혼식을 올렸고, 서로를 부양하며 함께 살아가고 있는 가족이지만, 한국의 제도는 그 관계를 없는 것으로 취급한다.

결혼이 '진실한 사랑의 결실'이라는 말처럼 그저 낭만적인 것만은 아니다. 결혼 제도에 편입이 된다는 것은 4인 정상가족을 중심으로 짜여져 있는 사회복지 혜택과 법적 권리, 사회적 인정에서 비롯되는 여러가지 특권을 가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말하면 결혼을 하지 않거나, 할 수 없다는 것은 그것에서 배제된다는 뜻이다. 

함께 살기의 조건 : 시민동반자법, 주거 복지, 노동시간 단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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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대선 후보들이 임대주택의 공급을 늘리겠다는 공약을 내건다. 어떤 후보는 '구글캠퍼스'같은 청년안심주택을 만들겠다고도 한다. 하지만 거기에 나의 공동체가족과 함께할 자리가 있을까? 집은 먹고 자고 생활하는 것뿐만 아니라 관계를 맺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곳에서 자신이 살고 싶은 사람(들)과 함께 살 수 있어야, 나와 같이 공동체가족을 이루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실질적인 선택지가 된다. 

그렇기에 지난해 12월 31일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공약으로 내놓은 '시민동반자법'이 참 반가웠다. 이는 혼인을 하지 않더라도 함께 살고 있는 공동체 단위 가족 등의 법적 지위를 인정하는 내용으로 이뤄져 있다. 이는 결혼을 경유하지 않은 1:1 관계를 가족으로 인정하겠다는 진선미 의원의 '생활동반자법'에서 더 나아가 3인 이상의 관계까지 포괄하는 것이었다.

물론 '시민동반자법'이 실현되어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우리의 관계가 '가족'으로 인정받게 된다고 해도, 서로를 돌보고 함께 미래를 꿈꾸며 지지하는 '가족'의 역할을 수행하려면 여러 조건들이 갖추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 중 하나는 노동시간 단축일 것이다. 2년 전, 공동체 구성원 중 한 명이 크게 아파 장기간 돌봄을 받아야 했다. 그때 우리는 장시간 일하는 사회에선 누군가를 돌보는 일이 어려운 것이란 사실을 여실히 깨달았다. 여러 현실의 장벽에 부딪히며 아픈 구성원을 돌보았던 주돌봄자는 체력적으로 지칠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큰 고통을 느꼈다. 당시 해외에 있었던 나는 돌봄의 의무를 나누어 지기 위해 급하게 귀국했다. 아픈 식구뿐만 아니라, 돌봄자를 돌보기 위함이었다.

최근 들어 난 우리의 삶이 자전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기후위기시대에 환경친화적인 교통수단인 자전거를 타라고 얘기하지만 사실 자전거는 도로 위에서 골칫거리 취급을 당하고 자전거 도로 또한 군데군데 끊겨 있다. 다들 '누구나 평등한 사회'가 돼야 한다고 말하지만, 막상 골칫거리로 취급되며 앞길이 군데군데 끊겨 있는 나의 삶처럼 말이다.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에서는 페미니즘을 '약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라고 말한다. 약자의 시선에서는 제도의 구멍이 보이지 않으며, 제도 밖으로 삐져나온 삶을 살며 겪는 어려움에 대한 원인을 스스로에게 돌리기 쉽다. '정상성'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살다보면, 그것을 내재화하기 때문이다. 그것을 막기 위해서는 부정의한 것을 부정의하다고 함께 봐주는 동료 시민들, 그리고 앞장서서 제도를 개선해줄 정치인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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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 발을 딛고 말합니다. 비온뒤무지개재단과 비혼지향생활공동체 공덕동하우스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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