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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명돈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이 12일 오미크론 대응을 위한 방역 및 코로나19 진료 시스템 전환을 제안했다. 사진은 지난해 2월 기자회견 중인 오 위원장.
 오명돈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이 12일 오미크론 대응을 위한 방역 및 코로나19 진료 시스템 전환을 제안했다. 사진은 지난해 2월 기자회견 중인 오 위원장.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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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 대유행의 고비를 무사히 넘기려면 엄격한 방역 기준을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바꾸고, 코로나 진료도 기존 의료 서비스 체계에 편입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일상회복의 길이고, 그렇게 되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코로나 팬데믹을 끝낼 수 있습니다."

오명돈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서울대학교병원 감염내과 교수)은 12일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열린 '오미크론 유행, 무엇이 다르고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기자회견에서 오미크론 대응을 위한 방역 및 코로나19 진료 시스템 전환을 제안했다. 

오미크론의 특성이 규명되기 시작했다
 
세종보건환경연구원 보건연구사가 지난해 12월 30일 오후 세종시 조치원읍 세종보건환경연구원에서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신속 PCR분석을 하기 위해 검체를 살펴보고 있다.
 세종보건환경연구원 보건연구사가 지난해 12월 30일 오후 세종시 조치원읍 세종보건환경연구원에서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신속 PCR분석을 하기 위해 검체를 살펴보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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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기자회견에서 오 위원장은 먼저 국립중앙의료원의 임상 결과와 외국 연구 자료 등을 토대로 오미크론의 특징에 대해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오미크론은 기존의 코로나 바이러스와 확연히 다른 바이러스다. 무엇보다 기존 코로나 바이러스는 폐렴을 잘 일으키는데 오미크론은 폐렴을 잘 일으키지 않는다. 이는 기존 바이러스가 주로 '하기도', 즉 기관지나 폐에 감염이 되는데 반해 오미크론의 경우 코와 인두 쪽인 '상기도'에서 감염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전파력이 높은 대신 중증도가 낮은 것 역시 상기도에 감염되는 특성에서 비롯된다. 오미크론과 감기가 유사하다고 보는 까닭도 주로 상기도에서 감염이 일어난다는 점 때문이다. 

폐렴이 잘 일어나지 않는만큼, 전 세계 각국에서 오미크론 환자는 델타 변이 환자에 비해 훨씬 더 경증이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오 위원장은 "오미크론은 델타 바이러스와 유전자 족보상 멀리 떨어져있고, 바이러스가 사람 세포에 침입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스파이크 단백질이 크게 다르다"라고 밝혔다. 기존의 바이러스와 다른만큼 오미크론은 '코로나22'로 바꿔 불러야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중증도가 낮은 것에 안심할 수 없다며 "항체 치료제나 백신은 스파이크 단백질을 겨냥해서 개발되었다. 하지만 오미크론의 스파이크 단백질이 (기존 바이러스와) 크게 달라져서 많은 항체치료제는 효과가 없다. 우리나라에서 개발된 레그단비맙(셀트리온 렉키로나주)도 오미크론에는 듣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반면 백신에 대해선 "다행히 백신 접종을 세 차례 모두 한 사람은 오미크론에서도 강력한 중화항체를 가진다"라고 강조했다.

K방역이 오미크론에 대응하려면... "방역의 벽 낮추고 동네병원이 코로나 진료해야"

오미크론 유행이 시작되면 환자 수가 2~3일에 두 배씩 증가하고 한두 달 후에는 상황이 종료된다는 것이 오 위원장의 관측이다. 

오 위원장은 오미크론 대유행시에는 "우리가 준비한 병실과 의료 인력과 물자로는 감당할 수 없을만큼 많은 환자가 발생할 것"이라며 경증인 오미크론에 대응하다가, 비코로나 진료를 제대로 할 수 없어서 사망하게 되는 피해가 훨씬 더 심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코로나19 초기에는 K방역이 적절했지만, 백신 접종 이후에는 부적절하다고 설명했다.

오 위원장은 "오미크론 유행이 심하되면 감염되어 출근하지 못하거나 밀접 접촉으로 격리되는 의료인이 많아지게 된다. 유행의 피크에서 전체 직원의 10%가 출근하지 못한다면 병원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없다"라며 "위기 상황이 오면 격리 기간을 10일에서 5일로 단축하거나 방역의 벽을 더 낮출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매우 높은 수준의 방역을 유지한다"라고 지적했다.

바이러스의 전파 방식이 알려졌고, 백신이나 치료제가 있는 상황에서 우주복같은 방호복을 입고, 에볼라 바이러스 같이 위험한 감염병 환자를 진료하는데 필요한 시설인 음압 병동을 고집하는 것이 불필요하다는 게 오 위원장의 설명이다.

이에 오 위원장은 신종플루 당시에 1차 의료기관이 환자를 진단하던 경험을 강조하며 "서울시의사회가 제안하는 동네 의원이 코로나 환자의 1차 진료를 담당하는 서울형 모델도 훌륭하다. 이렇게 코로나 환자 진료가 기존 의료서비스 체계 안으로 들어가야 비로소 지속 가능한 의료 대응이 가능하다"라고 밝혔다.

오미크론 유행시 확진자가 가파르게 증가할 것이므로 현재와 같이 공공병원과 보건소 등이 진단부터 치료까지 대다수의 코로나19 진료를 전담하는 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것, 동시에 중증도가 낮아지고 바이러스에 대한 지식이 충분히 쌓인만큼 동네 1차 의료기관까지도 코로나19 대응에 나서는 방식의 의료 대응 체계 개선을 요청한 셈이다.

"올해 코로나 끝난다, 하지만..."
 
정부 치료자문기구인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가 12일 서울 중구 을지로 중앙예방접종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진용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평가연구소장, 오명돈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장,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 전재현 국립중앙의료원 전문의
 정부 치료자문기구인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가 12일 서울 중구 을지로 중앙예방접종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진용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평가연구소장, 오명돈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장,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 전재현 국립중앙의료원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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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위원장은 희망적인 비전을 제시하기도 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의 신년사를 인용하며 "WHO는 올해 코로나 팬데믹을 끝낼 수 있다는 희망을 말하고 있다. 이제는 수많은 사망자와 중환자가 발생하는 팬데믹의 급성기를 끝낼 수 있다는 것이다. 저도 오미크론이 이번 팬데믹에서 넘어야 할 마지막 고비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라고 밝혔다.

다만 중증도가 낮아졌다고 '감기'처럼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오 위원장은 "감염되는 사람의 조건에 따라서 델타도 감기처럼 앓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오미크론 역시 면역이 약하고 연령이 매우 높은 사람에겐 감기가 아니다"라며 이분법적으로 이쪽은 감기, 저쪽은 폐렴 이런 접근은 매우 위험하고 감기처럼 여기다가는 큰 피해가 생길까 우려된다"라고 강조했다.

오 위원장은 오미크론 유행 기간을 약 2개월로 예측한 것에 대해선 "구체적인 모델링 데이터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과거에 인플루엔자 팬데믹이 왔을 때 훑고 지나가는 기간이 어느 정도 되는가를 보면 대개 두 달 정도면 지나가는 걸로 돼 있으며, 미국의 오미크론 유행 모델 데이터에서도 2개월에 걸쳐서 지나갈 것으로 내놓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태그:#오미크론, #델타, #오명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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