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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룸필드 AP=연합뉴스) 2021년 12월 30일(현지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브룸필드 인근 마을의 주택들이 산불로 불타고 있다. 이날 콜로라도주에서는 시속 160km에 달하는 강풍을 타고 산불이 번져 주민 3만여 명에게 대피령이 내려졌다. 이곳 인근 볼더에 있는 국립기상청(NWS) 지부는 이 일대에 기록적인 폭풍이 닥쳤다고 밝혔다. 재러드 폴리스 주지사는 이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브룸필드 AP=연합뉴스) 2021년 12월 30일(현지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브룸필드 인근 마을의 주택들이 산불로 불타고 있다. 이날 콜로라도주에서는 시속 160km에 달하는 강풍을 타고 산불이 번져 주민 3만여 명에게 대피령이 내려졌다. 이곳 인근 볼더에 있는 국립기상청(NWS) 지부는 이 일대에 기록적인 폭풍이 닥쳤다고 밝혔다. 재러드 폴리스 주지사는 이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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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형마트

"지금 빨리 나가"라는 고함소리가 터져 나오자 쇼핑하던 수십 명의 사람들이 황급히 달려 나간다. 아이 울음소리도 들려온다. 입구 근처는 이미 매캐한 연기가 자욱하다. "이쪽이야!" 작은 아이를 안고 큰 아이의 손을 잡은 채 매장 밖으로 달려 나가는 엄마 앞으로 돌풍이 불어닥쳤다.

최대 시속 169km의 강한 돌풍이었다. 돌풍은 산불을 빠르게 번지게 했고 뿌연 연기가 해를 가려 한낮임에도 어두웠다. 지구의 종말이 온 것 같았다. 강한 바람과 매캐한 연기 속에 주춤거리는 엄마와 아이들 옆으로 한 청년이 코와 입을 손으로 막은 채 어디론가 뛰어갔다.

[#2] 실내 어린이 놀이 시설

산불이 건물 옆 잔디밭까지 옮겨 붙어 다가오자 엄마들이 다급히 아이들의 손을 잡고 빠져나간다. 순식간에 아수라장. "케티~" 엄마는 아이를 찾고 "맘?" 아이는 엄마를 찾아 펄쩍펄쩍 뛴다.

"괜찮아 괜찮아" 엄마들은 아이 손을 잡고 침착하게 호흡을 가다듬지만 "하나 둘 셋" 하며 출입문을 열자 강한 돌풍이 휘몰아쳐 들어온다. 몸을 가누기도 힘들고 눈을 뜨기도 어렵지만 "고고고" 사람들은 사력을 다해 아이를 안고 차를 향해 달려간다. "케이티~" 아이를 찾는 아빠의 고함소리와 경찰차 사이렌 소리가 뒤섞인 주차장은 이미 지옥이었다.

[#3] 주택가

집이 불타고 있다. 옆 집도, 그 옆 집도... 강한 바람에 불길이 빠르게 번졌다. 볼더 카운티 한 곳에서만 백여 채의 집이 전소됐다. 이 장면을 근접 취재하던 ABC 방송 남성 리포터는 강한 바람에 마이크를 잡은 채 휘청거렸다.

'마셜 화재'가 충격적인 이유
 
2021년 12월 30일 미국 콜로라도주 브룸필드 고속도로에서 경찰이 촬영한 사진으로 빠르게 번지는 산불을 피해 대피하는 행렬 위로 자욱한 연기가 보인다.
 2021년 12월 30일 미국 콜로라도주 브룸필드 고속도로에서 경찰이 촬영한 사진으로 빠르게 번지는 산불을 피해 대피하는 행렬 위로 자욱한 연기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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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서부 콜로라도주를 휩쓴 산불. 일명 '마셜 화재'의 현장 모습이다. 지난해 12월 30일(현지시각) 오전부터 덴버 외곽에서 시작된 산불은 최대 시속 169㎞에 달하는 겨울 강풍을 타고 빠르게 번져나갔다. 몇 시간 만에 여의도 면적 두 배 가량을 태우더니 사흘이 지난 1월 2일 기준 약 24㎢의 면적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여의도 면적의 8배가 넘는 규모다.

현재까지 주택 천여 채가 소실됐고 실종자도 여러 명 발생했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콜로라도주를 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복구 지원에 들어갔지만, 20cm가 넘는 폭설에 뒤덮인 건물 잔해 속에서 수색 작업은 더디고,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진 강추위 속에 집을 잃은 이재민들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

여러 보도를 종합하면 이번 산불이 충격적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봄도 아니고 가을도 아닌 한 겨울에 산불이 났다는 점, 그리고 인적 없는 곳에서 발생하던 산불이 이번에는 주택가와 편의시설까지 덮쳤다는 점이다.

"기후변화로 산불을 예상했지만 12월일 줄은 몰랐다."

현지 언론인 <덴버포스트>에 따르면, 콜로라도 기후센터의 과학자들은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대규모 산불 재난이 멀지 않았음을 알고 있었지만, 그 시기가 12월일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와 같은 대규모 산불이 사람들을 집에서 쫓아낼 날이 멀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12월에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몰랐습니다." - 베키 볼린저, 콜로라도 주립대학 기후학자

기후학자의 경고
 
(슈피리어 AP=연합뉴스)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슈피리어의 산불 피해지역에서 불에 탄 차량의 잔해가 눈에 덮여 있다. 콜로라도주에서는 지난달 30일 발생한 사상 최악의 대형 산불로 최소 991채의 주택이 소실되고 수백 채가 파손됐다. 피해 지역에는 20㎝의 눈이 쌓인 데다 기온이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져 집을 잃은 이재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슈피리어 AP=연합뉴스)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슈피리어의 산불 피해지역에서 불에 탄 차량의 잔해가 눈에 덮여 있다. 콜로라도주에서는 지난달 30일 발생한 사상 최악의 대형 산불로 최소 991채의 주택이 소실되고 수백 채가 파손됐다. 피해 지역에는 20㎝의 눈이 쌓인 데다 기온이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져 집을 잃은 이재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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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은 산불이 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고 말했다. 이상고온과 수십 년간의 가뭄 때문이다. 습도가 높은 봄철에 풀이 무성하게 자라났고, 비가 오지 않는 여름과 가을을 지나며 바짝 말라붙었다. 활활 타오르기 쉬운 땔감이 된 것이다.

"6월부터 12월 사이 기간은 기록 상 가장 따뜻했고 덴버 지역 관측 역사상 1960년대 초반 이후 가장 건조한 기간 중 하나였습니다." - 제니퍼 볼치, 콜로라도 볼더대학 지구과학자

볼치 박사는 말한다. 이제 산불 시즌은 없다고. 일 년 내내 산불이 날 수 있다고. 지구온난화가 산불이 특정 시기가 아닌 일 년 내내 발화될 조건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또 한 가지 요인이 위험수위를 높였다. 바로 부동산 개발이다.

"40년 전까지 이곳은 초원이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산불이 영향을 끼칠 개발 지역이 훨씬 더 많이 있습니다." - 밥 헨슨, 기상학자

<덴버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기상학자이자 작가인 밥 헨슨은 "피해 지역의 대부분은 40년 전까지 초원지대였다"고 지적했다. 야생지대와 주거지 사이의 경계가 인간의 개발로 인해 모호해질 때 예측 불가능한 재앙이 순식간에 닥칠 수 있음을 경고하는 말이다.

잿더미가 된 피해지역은 하얀 눈에 뒤덮여 있다. 지역민들은 사실 눈이라도 와서 화마를 잠재워주길 고대했다고 한다. 그러나 기후학자인 베키 볼린저는 날이 풀리고 건조한 상태에서 바람이 불면 다시 위험이 찾아올 수 있다며 이렇게 경고한다.

"지금 내리는 눈에 대한 기억은 짧을 것입니다. 수분은 곧 증발할 것이며 그러면 우린 다시 위험해지겠죠."

[참고자료]

Jessica Seaman, 'Colorado's Marshall fire: Climate change and growing population led to disaster in Boulder County, scientists say' (덴버포스트 누리집, 2021. 12.31)

Joanna Walters, 'Colorado wildfire: three feared dead and hundreds of homes destroyed as Biden declares disaster' (가디언 누리집, 2022. 1.2)

'美 콜로라도주 산불, 역대 최대 피해' (KBS 뉴스 누리집, 2022. 1.4)

'Costco evacuation due to Marshall Fire' (9NEWS 유튜브, 2021.12.31)

'RAW: Guests evacuate Superior Chuck E. Cheese as grass fire moves closer' (9NEWS 유튜브, 2021.12.31)

'Video shows multiple homes catching fire just south of Superior' (Denver7 유튜브, 2021.12.31)

태그:#콜로라도산불, #기후변화, #지구온난화,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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