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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가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만든 지 8년이 됐다.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입안자들은 이 제도를 계승했을 뿐 아니라 확대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왔다. 이를 위해 학종을 옹호하는 다양한 논리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그 논리들은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 연속 기사 '학종의 거짓말'을 통해 학종 확대론자들이 주장해온 주장들이 사실적 근거가 없음을 총 8번에 걸쳐 밝히고자 한다. 이 기사는 그 세번째 글이다. [기자말]
학종 확대를 주도해온 사람들은 "학종 합격자에는 수능보다 저소득층이 더 많다"고 주장해왔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많은 사람들이 "그래? 그렇다면 수능성적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가난한 집안의 학생들이 고등교육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주는 전형이 바람직한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게 된다.
 
전형별 소득분위(2017)
▲ 표1 전형별 소득분위(2017)
ⓒ "공정하고 미래지향적인 대학입학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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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1]은 국가교육회의 김태철 전문위원이 최근에 발표한 자료다. 이 자료에 따르면 기초생활수급자를 포함해서 4분위 이하에 해당하는 저소득층의 비율은 학종이 31.3%, 수능은 23%다. 따라서 학종의 저소득층의 비율이 훨씬 높아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학종에 읍면출신 합격자가 더 많다는 주장과 동일한 눈속임"이다. 앞의 글에서 설명했듯이 대입전형에는 일반전형과 특별전형이 있다. 그리고 특별전형 중에는 농어촌 특별전형과 같이 저소득층 특별전형도 있다. 그 명칭은 기회균형 전형, 고른 기회 전형 등 대학마다 다양하다. 그런데 저소득층 특별전형도 농어촌 특별전형과 마찬가지로 현재는 모두 '학종 방식'으로 선발한다.

그러니까 위의 표에 제시된 학종 합격자의 저소득층은 학종 일반전형 합격자의 저소득층과 저소득층 특별전형의 합격자를 더한 것이다. 이렇게 합해진 비율과 수능 일반전형의 비율을 비교하니까 학종에 저소득층 비율이 높아 보이게 되는 것이다.

학종과 수능 중에서 저소득층의 비율이 어디가 더 높은지를 제대로 비교하려면 저소득층 특별전형을 제외하고 학종 일반전형의 저소득층 비율과 수능 일반전형의 저소득층 비율을 비교해야 한다. 그러면 위의 자료에서 저소득층 특별전형 합격자의 비율은 얼마나 될까?

안타깝게도 김태철 위원이 인용한 46개 대학의 저소득층 특별전형 합격자의 수를 파악할 수 있는 자료가 없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교육부의 발표자료에는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있다. 아래의 [표2]는 교육부가 발표한 서울 시내 13개 대학의 학종 실태에 대한 감사결과의 일부다.
 
3개 대학 소득수준 3구간 이하 국가장학금 수혜율 학종과 수능 비교(전체)
 3개 대학 소득수준 3구간 이하 국가장학금 수혜율 학종과 수능 비교(전체)
ⓒ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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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에 따르면 3구간 이하의 저소득층에 속하는 학생 비율이 학종은 평균 12.5%인데 비해서 수능은 7.7%에 불과하다. 그러니 이 자료에서도 학종 합격자의 저소득층 비율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교육부 감사결과에는 저소득층 특별전형(기회균형 전형, '기균'이라고도 부른다)을 제외한 수치도 제시되어 있다.
 
소득수준 3구간 이하 국가장학금 수혜율 학종과 수능 비교(기균제외)
 소득수준 3구간 이하 국가장학금 수혜율 학종과 수능 비교(기균제외)
ⓒ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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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3]은 기회균형(저소득층 특별전형) 합격자를 제외하고 비교한 것이다. 이렇게 비교하면, 저소득층 비율이 학종은 평균 7.7%, 수능은 평균 7.6%로 거의 차이가 없다. 오히려 A 대학의 경우 수능에서 저소득층 비율이 학종보다 살짝 높다. (수능은 8.1%, 학종은 7.9%) 따라서 교육부의 감사결과가 보여주는 것은 "학종이 수능보다 저소득층 합격자의 비율이 높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교육부 감사결과 발표자료를 보면 교육부는 여전히 "학종에 저소득층 합격자 비율이 높다"고 강조하고 있다. 예를 들면 '2016~2019학년도 13개 대학 학생부종합전형 실태조사 결과'에서 교육부는 "국가장학금 8구간 이하 수혜자의 비중은 수능·논술·특기자 대비 학생부 교과와 학종에서 높다"(27쪽)고 쓰고 있다. 

교육부가 이렇게 주장하기 위해서 사용한 근거 자료는 여전히 학종에 기회균형을 포함시킨 자료다. 더 심각한 것은 국가장학금 8분위는 저소득층으로 볼 수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학종의 저소득층이 높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8분위를 기준으로 끌어다 쓰고 있다는 점이다.

8분위에 해당하는 소득 경계는 4인 기준 월 소득 975만 원이다. (2021년 기준) 따라서 8분위는 저소득층이 아니라 최소한 중산층 이상에 해당한다. 요컨대 교육부는 어떻게 해서든 최대한 학종에 저소득층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했다고 볼 수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교육부의 고위 관료들 상당수는 "학종 확대론자"들이고, 이들은 계속해서 학종 합격자 중에 저소득층이 많다고 홍보해온 사람들이다. 그러니 기회균형을 제외한 학종과 수능의 저소득층 자료를 공개하고 싶지 않을 수 있다. 

교육부의 실태조사 발표자료에 대한 검토과정에 참여한 한 관계자에 따르면 실제로 교육부는 기회균형을 제외한 비교자료는 공개하지 않으려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제대로 된 비교자료를 내놓아야 한다는 강력한 문제 제기에 따라서 마지 못해서 기회균형을 제외한 자료도 포함시킨 것이다. 하지만 교육부가 끝내 공개하지 않은 자료가 있다.

실제 학종과 수능의 합격자의 소득분포를 알기 위해서는 소득 3분위 이하 자료뿐 아니라 모든 소득분위에 대한 자료가 필요하다. 저소득층의 비율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9분위 이상에 속하는 "최상층"의 비율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3개 대학(그나마 교육부는 그 대학들의 이름도 익명으로 처리했다)만이 아니라 조사 대상 13개 대학 전체의 자료를 공개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럴 때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대학입시 경쟁의 최정점에 있는 대학들의 합격자 소득분포도 확인될 것이기 때문이다.

각각의 대학들에 대해서 각 전형별로 모든 소득분포를 공개할 때 정말 학종이 "저소득층에게 더 유리한 전형"인지 아니면 "경제적 최상층의 자녀들이 더 많이, 더 쉽게 최상위권 대학에 들어가게 해주는 전형"인지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진실의 문이 열리면 동시에 정의의 문이 열린다"는 말이 있다. 다른 말로 하면 진실의 문을 닫히면 정의의 문도 닫힌다. 그리고 진실을 왜곡하고 숨기는 자들은 어떤 의미에서도 진보적이지 않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이현은 공항중학교 교사로 재직했고, 전교조 가입으로 해직됐다. 1994년 복직했지만, 경제적 형편으로 인해 곧 학교를 그만두고 학원 강사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에는 스카이에듀라는 수능업체의 대표를 지냈다. 2014년 사교육 사업을 모두 정리하고 2015년 재단법인 우리교육연구소를 설립했으며, 이후 우리나라 교육정책 전반에 대해 "사실적 근거"에 기반한 연구와 "합리적 대안" 모색을 위한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태그:#대입제도, #대학입시, #학생부종합, #공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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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공립중학교 교사 전교조 해직교사 (전)학원 강사 및 스카이에듀 대표이사 (현 )교육비평 발행인 (현) 재단법인 우리교육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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