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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바이오벤처 테라노스 창업자 엘리자베스 홈스의 사기 혐의 대한 유죄 평결을 보도하는 AP통신 갈무리.
 미 바이오벤처 테라노스 창업자 엘리자베스 홈스의 사기 혐의 대한 유죄 평결을 보도하는 AP통신 갈무리.
ⓒ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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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 역사상 최대 사기극을 벌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바이오벤처 '테라노스'(Theranos)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 엘리제베스 홈스가 감옥에 갈 신세가 됐다.

미 캘리포니아주 배심원단은 3일(현지시간) 테라노스 사기 사건으로 법정에 선 홈스의 11건의 기소 혐의 중 4건에 대해 유죄 평결을 내렸다. 다른 4건의 중범죄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평결했고, 나머지 3건은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홈스는 사기와 공모 등 유죄 평결을 받은 4건의 혐의에 대해 각 20년씩 최대 80년의 징역형을 받는 것이 가능하지만, 이보다 낮은 형량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머독도 엮인 실리콘밸리 최대의 사기극 

이날 재판은 주요 외신이 홈스의 일거수일투족을 보도할 정도로 뜨거운 관심이 모아졌다. 재판 과정의 촬영 및 녹음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새벽부터 방청권을 얻으려는 경쟁이 치열했다.

보석 상태인 홈스는 인근 호텔에서 법정으로 걸어가는 동안 취재진의 카메라와 질문 세례를 받았으나 한마디도 답하지 않았고, 평결이 내려질 때도 별다른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스탠퍼드대에서 화학을 전공하던 홈스는 19살이던 2003년 대학을 중퇴하고 테라노스를 창업했다. 그는 손가락 끝에서 채취한 혈액 한 방울만으로 여러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했다고 주장했다.

순식간에 9억 달러(약 1조700억 원)가 넘는 투자금이 몰려들었고, '미디어 황제' 루퍼트 머독과 오라클 창업자 래리 엘리슨도 테라노스에 투자했다.

홈스는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처럼 검은 터틀넥 셔츠를 즐겨 입고 화려한 프레젠테이션 솜씨를 뽐내며 '여자 잡스'라는 별명까지 얻었고, 2015년 조 바이든 당시 부통령이 직접 테라노스 연구실을 방문해 격려하는 등 엄청난 주목을 받았다.

'테라노스 기술은 허구'... 내부고발자 폭로 뒤 추락 
 
2014년 6월 미국 유력 경제전문지 <포츈> 표지 모델이 된 엘리자베스 홈스
 2014년 6월 미국 유력 경제전문지 <포츈> 표지 모델이 된 엘리자베스 홈스
ⓒ 포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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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홈스가 개발했다는 기술이 허구와 다름 없다는 폭로가 내부 고발자로부터 나오면서 홈스와 테라노스는 걷잡을 수 없이 추락했다.

2015년 월스트리트저널(WSJ)의 탐사보도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으며, 결국 테라노스의 연구는 모두 무효가 됐다. 한때 90억 달러(약 10조7천억 원)에 달했던 테라노스는 청산 절차를 거쳐 사라졌다.

미 연방 검찰은 홈스와 그의 전 남자친구이자 테라노스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지낸 라메시 서니 발와니를 사기 혐의로 기소했다. 

법원은 이번 배심원단의 평결을 토대로 결론을 내리지 못한 나머지 혐의에 대한 유죄 여부와 최종 형량을 선고할 예정이다. 그러나 줄곧 무죄를 주장해왔던 홈스 측이 항소할 가능성도 있다. 

AP통신은 "홈스의 재판은 '될 때까지 되는 척'하며 끝없는 낙관론을 펼치는 실리콘밸리 기업가의 행보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기회였다"라며 "실리콘밸리의 선지자로 불리던 홈스의 대담한 꿈은 굴욕의 악몽이 됐다"라고 전했다.

영국 BBC도 "이번 재판의 평결은, 실리콘밸리 창업자들이 투자자에게 사실이 아닌 것을 말하면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줬다"라고 강조했다.

검찰 측은 재판을 마치고 "배심원단은 평결을 내리기 위해 4달 가까이 복잡한 사건을 들여다봤다"라며 "이번 유죄 평결은 대규모 투자 사기에 대한 홈스의 책임을 반영하며, 그는 이제 형량을 선고받아야 한다"라고 밝혔다.

태그:#엘리자베스 홈스, #테라노스, #실리콘밸리, #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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