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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 아침 시가현 모리시리(滋賀県甲賀市甲南町森尻) 마을을 찾았습니다. 이 마을에서는 해마다 새해 첫날 아침부터 산신제를 준비해 산신제를 지냅니다. 산신제는 오래 전 마을 사람들이 산에서 사냥을 하고 산나물이나 열매를 따서 생활하던 때부터 이어오는 습속이라고 합니다.
  
         모리시리 마을 사람들이 제물을 준비해서 산신제를 지내는 곳으로 갑니다.
  모리시리 마을 사람들이 제물을 준비해서 산신제를 지내는 곳으로 갑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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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 산에 올라 일을 하기 전 산신에게 새로 맞이하는 새해에도 더 많은 풍요와 무사 안녕을 기원하던 습속 그대로 지금도 이어오고 있습니다. 산신제는 사모리 제관 선정에서 시작합니다. 새해 첫날 사모리 제관을 정하면 제관이 속한 마을 사람들이 한해 동안 산신 제물을 준비하고, 제장인 산신단을 청소하고 모든 준비를 도맡습니다.

올 산신제를 맡은 1구 마을 사람들은 아침밥을 먹은 뒤 마을 공민관과 작업장에 모였습니다. 산신제는 준비와 진행 모든 것을 남자들이 맡아서 합니다. 어느 곳에서나 산신은 여신이기 때문에 여자가 접근하면 질투를 한다고 해서 모두 남자가 도맡습니다.

1구 마을 남정네 20여 명이 산신제에 필요한 도구와 제물을 만들었습니다. 제물을 받칠 받침대나 젓가락은 직접 대나무를 잘라서 만들었습니다. 미리 불려놓은 찹쌀로 모찌 떡도 만들었습니다. 금줄도 볏짚을 왼쪽으로 꼬아서 만들었습니다. 이곳에서는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팥 모찌 찹쌀떡도 만듭니다.
  
         아침 일찍 마을 사람들이 볏짚으로 금줄을 꼬거나 츠도를 만들고, 부엌에서는 모찌 찹쌀떡을 빚거나 밥을 지었습니다.
  아침 일찍 마을 사람들이 볏짚으로 금줄을 꼬거나 츠도를 만들고, 부엌에서는 모찌 찹쌀떡을 빚거나 밥을 지었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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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신제 제물 준비가 끝나면 공민관에 방에 진설해 놓습니다. 그리고 집에 돌아가서 점심을 먹고, 오전에 제물을 준비하면서 입었던 작업복을 벗고, 새옷으로 갈아입습니다. 낮 1시 반 무렵 1구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일본 신화에 나오는 아마테라스스메오카미(天照皇大神) 대신에게 복을 기원하는 축원을 올립니다.

공민관에서 대신에게 올리는 축원이 끝나면 오후 두시 제물을 모두 들고, 줄을 지어서 마을 동쪽 야사카 진자로 향합니다. 이때 제관이 '에토, 에토'라고 소리를 지르면 뒤에 따르는 마을 사람들이 '니타, 니타' 하고 대응을 합니다. 이 소리를 듣고 집에 있던 마을 사람들이 문 앞에 나와서 수고가 많다고 인사를 하고, 남정네들이 따라 나섭니다.

줄을 지어 이동하던 제관 일행이 마을 동쪽 야사카진자에 도착해서 하이덴 배전에 제물을 진열합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이 준비해온 오세치 정월요리와 술을 먹었지만 이년 전부터 코로나 감염증 확산으로 없어졌습니다. 요즘은 제관이 마을 사람들에게 산신제 준비하느라 수고했다는 인사를 하고, 신년 새로 맡을 제관을 뽑습니다.

새로운 제관은 마을 남정네 가운데 연장자 순으로 맡습니다. 새로운 제관이 정해지면 제관이 속한 마을 사람들이 산신제 준비를 돕습니다. 모리시리 마을은 45세대가 세 구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올해는 54세되는 호리쿠치 씨가 맡았습니다. 내년에는 53세 되는 분이 맡았습니다.
  
         산신제를 지내는 산 입구 산신단에 제믈을 펼쳐놓고 축원을 올리고 있습니다.
  산신제를 지내는 산 입구 산신단에 제믈을 펼쳐놓고 축원을 올리고 있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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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사람들이 야사카 신사 하이덴에서 인사를 하고, 새로운 제관을 뽑고 난 다음 신사 옆 산신단으로 제물을 들고 이동합니다. 산신단에 도착하여 금줄을 펴고, 금줄 아래에 제물을 차려놓습니다. 그리고 제관이 축문을 읽고 제를 올립니다. 제가 끝나면 금줄을 칼로 자릅니다. 이것은 이제 산에 올라서 일을 해도 좋다는 표시라고 합니다.

금줄을 자른 다음 마을 사람들은 음복을 합니다. 밥이나 찰밥, 곶감, 모찌 찰떡, 술, 다시마 들을 나누어서 먹거나 마십니다. 모찌 찰떡은 찹쌀로 만든 것과 찹쌀과 팥은 넣어서 만들 것 두 가지를 모두 받습니다. 모찌 찹쌀떡은 바로 산신단 앞에 준비해놓은 모닥불에 구워서 먹습니다. 모찌 찹쌀떡을 구워서 먹으면 감기에도 걸리지 않고, 무병장수 한다고 합니다. 산신제를 끝나면 마을 사람들은 집으로 돌아가고 산신제를 준비해던 마을 사람들은 산신단이나 제물 등 뒷정리를 합니다.

시가현에서는 일본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산신제를 여러 마을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힘을 모아서 정성껏 산신제를 지내며 산신에게 새해의 풍년과 무사 안녕을 기원합니다. 그리고 제물을 나누어 먹고 마시며 마을 사람들의 정을 나눕니다. 이제 세상이 바뀌어 더 이상 산에서 산나물이나 열매를 따서 살지 않습니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오래 전 선조 때부터 이어왔다는 산신제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산신제를 마치고 제물을 나누어 먹으면서 음복을 합니다.
  산신제를 마치고 제물을 나누어 먹으면서 음복을 합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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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교토에 있는 류코쿠대학에서 우리말과 민속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태그:#산신제, #모리시리 마을, #시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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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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